BNK가 하나원큐를 1라운드 전패로 몰아 넣으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박정은 감독이 이끄는 BNK 썸은 8일 부산 사직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생명 2021-2022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 하나원큐와의 홈경기에서 85-76으로 승리했다. 1쿼터까지 하나은행에 15-24로 뒤지며 불안하게 출발하던 BNK는 2쿼터부터 추격을 시작해 후반 경기를 주도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BNK에 부임한 박정은 감독은 5경기 만에 공식경기 데뷔 첫 승을 따냈다(1승 4패).

BNK는 빅맨 진안이 22득점 12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골밑을 든든하게 지켰고 포인트가드 안혜지가 3점슛 4방을 포함해 15득점 9어시스트, 베테랑 슈터 강아정도 3점슛 4방을 포함해 16득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 3스틸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BNK에서 궂은 일을 담당하고 있는 식스맨 김진영은 이날 16득점 13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치며 박정은 감독과 농구팬들에게 강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프로 적응이 쉽지 않았던 '66점 소녀'
 
 김진영은 KB 시절 주로 벤치를 달구다가 2019년 BNK로 트레이드됐다.

김진영은 KB 시절 주로 벤치를 달구다가 2019년 BNK로 트레이드됐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지난 2013년 1월 WKBL총재배 8강 선일여고와 대전여상의 경기에서는 농구팬들을 놀라게 한 대형사건이 터졌다. 당시 선일여고 2학년이었던 신지현(하나원큐)이 무려 61득점을 기록하는 가공할 득점력을 폭발한 것이다. 이는 여고 경기는 물론 남고부 경기에서도 나온 적이 없는 한국 고교농구 역대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었다(허재와 서장훈, 현주엽, 하승진의 고교 시절에도 나오지 않은 기록이라는 뜻이다).

일약 한국 여자농구 전체를 이끌어갈 특급 유망주로 떠오른 신지현은 2013-2014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하나은행에 지명됐다. 그리고 많은 농구팬들은 신지현이 세운 한 경기 61득점 기록이 한동안 깨지지 힘든 대기록으로 오래도록 남을 거라고 전망했다. 그만큼 신지현이 세운 기록이 대단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신지현의 기록이 깨지기까지는 1년 2개월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 2014년 3월 숭의여고의 포워드 김진영은 협회장기 전국남녀중고농구대회에서 마산여고를 상대로 혼자서 66득점 27리바운드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팀의 82-59 승리를 이끌었다. 한동안 깨지기 힘들 거라던 신지현의 기록을 1년 만에 5점이나 경신한 것이다. 하지만 여고농구의 새로운 '득점괴물'로 떠오른 김진영은 그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동주여고의 포인트가드 안혜지(BNK)에 밀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지 못했다.

전체 2순위로 KB스타즈에 입단한 김진영이 폭발적인 득점력에도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지 못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176cm의 애매한 신장 때문이었다. 여자프로농구에서 170cm 중반의 신장을 가진 선수는 정확한 3점슛과 함께 상대 에이스를 수비할 수 있는 소위 '3&D 자원'으로 활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외곽보다는 골밑 플레이에 익숙했던 김진영에게 슈터는 썩 어울리지 않는 역할이었다.

실제로 김진영은 KB스타즈에서 활약했던 다섯 시즌 동안 한 번도 평균 3득점 3리바운드 이상의 활약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김진영이 활약하던 시기에는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2명씩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김진영 같은 스타일의 토종 언더사이즈 빅맨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결국 김진영은 비슷한 나이의 김민정에게 밀려 정규리그보다는 퓨처스리그나 박신자컵에서 뛰는 시간이 많은 선수로 전락했다.

BNK 이적 후 출전시간 늘어나며 기량 향상
 
BNK '승리' 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 농구 부산 BNK 썸과 부천 하나원큐의 경기에서 85-76으로 승리한 BN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BNK '승리' 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 농구 부산 BNK 썸과 부천 하나원큐의 경기에서 85-76으로 승리한 BNK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렇게 KB스타즈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진영은 지난 2019년 11월 빅맨 김소담과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신생구단 BNK의 유니폼을 입었다. WKBL 최고의 센터 박지수를 거느리며 매 시즌 우승을 노려야 하는 KB스타즈보다는 순위싸움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성장시키고 있는 BNK가 김진영이 활약하기에 더 적합한 팀으로 보였다. 그리고 김진영은 실제로 BNK 이적 후 자신의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김진영은 BNK 이적 첫 시즌부터 출전 시간이 24분 52초로 부쩍 늘어나며 4.86득점2.86리바운드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유영주 전 감독은 지난 시즌 김진영을 더욱 적극적으로 중용하며 김진영에게 외곽보다는 적극적인 골밑 플레이를 요구했다. 29경기에 출전한 김진영은 8.72득점 5.48리바운드로 개인 최고 기록을 한 시즌 만에 다시 경신했다. 다만 BNK의 꼴찌추락으로 김진영의 활약은 크게 돋보이지 못했다.

지난 여름 박신자컵을 통해 4경기에서 평균 13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한 김진영은 이번 시즌에도 적극적인 골밑 플레이를 통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적생 김한별 대신 진안의 파트너로 맹활약하고 있다. 실제로 김진영은 이번 시즌 5경기에서 평균 9.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하며 리바운드 부문 전체 4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김진영의 리바운드 순위가 12위였던 것을 고려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셈이다.

김진영은 8일 정통빅맨이 없어 고전하고 있는 하나원큐의 골밑을 휘저으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 33분 21초를 소화한 김진영은 16득점 13리바운드 8어시스트로 도움 2개가 부족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선보였다. 13개의 리바운드는 한 경기 개인 최다 리바운드 타이기록이고 8개의 어시스트는 한 경기 개인 최다 어시스트 기록이었다. 김진영은 이날 무려 9개의 공격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팀에 세컨 찬스 기회를 여러 차례 제공했다.

이번 시즌 외곽슛 시도를 최소화하고 있는 김진영은 비 시즌 동안 변연하 코치의 지도를 받아 약점으로 지적되던 자유투를 집중적으로 보완했다. 아직은 52.9%(9/17)로 특훈의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자유투 성공률만 70% 수준으로 향상된다면 김진영은 지금보다 훨씬 위력적인 BNK의 공격옵션으로 성장할 수 있다. 김진영의 근성과 골밑 투쟁심 만큼은 리그 최고의 언더사이즈 빅맨 김소니아(우리은행 우리원)에게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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