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0-3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0-3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LG 트윈스의 2021시즌도 '가을 해피엔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LG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1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10으로 참패를 당했다. 1차전 패배 후 2차전 승리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지만 이번에도 잠실 라이벌 두산의 벽은 너무 높았다.
 
LG는 올시즌을 앞두고 프랜차이즈스타 출신인 류지현 감독을 선임하며 우승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드러냈다. KBO리그 레전드 유격수 출신인 류 감독은 1994년 당시 신인으로 입단하여 신인왕과 LG의 마지막 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현역 시절부터 지도자까지 오직 LG의 스트라이프 유니폼만 입고 감독에까지 오른 KBO리그의 대표적 '원클럽맨'이기도 했다.
 
LG는 시즌 개막 전부터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투타 모두 두터운 전력에 지난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하며 가을야구 경험도 충분히 쌓였다는 평가였다.
 
실제로 LG는 올시즌팀 평균자책점(3.57) 1위를 달려 '짠물 야구'를 펼쳤다. 외국인 원투펀치 앤드루 수아레즈(10승)와 케이시 켈리(13승)가 선발 투수진의 중심을 잡은 가운데 정우영, 이정용, 김윤식, 김대유, 고우석으로 이뤄진 필승조가 버틴 불펜진의 평균자책 역시 3.28로 1위였다.
 
하지만 타선의 불균형이 발목을 잡혔다. LG는 정규 시즌 팀 타율이 8위(.250)에 머물렀다. 이는 2021시즌 KBO리그 평균(.260)보다도 1푼이나 낮은 수치였다. 득점권 타율은 더 나쁜 .252에 그쳐 10개 구단 중 9위에 불과했다.
 
역대급 시즌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은 홍창기(타율 .328) 외에는 규정 타석을 채운 타자 중 3할을 넘긴 타자가 전무했다. '타격기계' 김현수마저 타율 .285로 LG 입단 이후 처음으로 3할 달성에 실패했다. 외국인 타자 역시 로베르토 라모스가 극심한 부진으로 퇴출된 데 이어 대체선수 저스틴 보어까지 기대 이하의 기량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으며 타선의 무게가 크게 떨어졌다.
 
연이어 실패로 돌아간 전력보강

전력보강을 위한 LG 프런트의 승부수는 연이어 실패로 돌아갔다. 보어의 외국인 선수 교체를 비롯하여 트레이드로 영입한 함덕주와 서건창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LG에서 입지가 불안했던 양석환이 두산 이적 이후 무려 28개의 홈런과 96타점을 기록하며 주전 1루수으로 화려하게 도약한 반면, 함덕주는 올시즌 LG에서 고작 16경기에 출전하여 21이닝 평균자책점은 4.29에 그쳤고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되며 대조를 이뤘다.
 
2루수비와 공격력 강화를 위하여 위하여 키움에서 영입한 서건창은 부진했던 전반기(.259 출루율 .370)보다 LG 이적 이후(타율 .247 출루율 .323) 성적이 더 나빠졌다. 하필 서건창을 영입한 대가로 내준 정찬헌이 이탈하자마자 차우찬의 시즌 아웃과 수아레즈의 부상 공백으로 마운드에 공백이 생기며 운도 따르지 않았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2021 버전 '탈지효과·입지효과'(LG를 떠난 선수들은 반등하고, 영입된 선수들은 부진에 빠진다는 징크스)라는 풍자가 나왔다.
 
큰 경기와 승부처에서 유난히 약한 면모도 계속됐다. 시즌 막바지까지 KT 위즈, 삼성 라이온즈와 1위 다툼을 이어갔으나 꼭 잡아야했던 경기마다 타선 침묵과 수비 불안이 겹치며 허무하게 패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규리그 막바지인 10월에 무승부만 9번이나 기록하며 승률 .233(9위)으로 역주행한 LG는 결국 최종전 패배로 3위까지 내려앉으며 가을야구 진출에 만족해야했다.
 
준PO에서 다시 만나게 된 잠실 라이벌 두산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였지만 올시즌만 놓고보면 LG가 이길 수 있는 적기였다. 두산은 키움과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치르고 올라오느라 체력소모가 더 컸고 원투펀치인 외국인 투수들이 모두 이탈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하지만 LG는 투수력과 체력의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준PO를 앞두고 타선과 내야수비의 핵 오지환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도 뼈아팠다.
 
LG는 두산과의 준PO 1차전서 수비 불안과 집중력 부족을 드러내며 에이스 수아레즈를 내고도 1대 5로 패했다. 2차전서 케이시 켈리의 호투를 앞세워 9대 3의 대승을 거두며 희망을 살렸지만, 3차전서 믿었던 마운드가 초반부터 무너지며 제대로 반격 한 번 못해보고 허무한 업셋을 당했다. LG도 기회는 많았지만 1차전에서 잔루 10개, 3차전에서 13개에 그친 변비야구와 해결사 부재가 발목을 잡았다.
 
LG로서는 최근 3년 연속 준PO 탈락이다. 특히 라이벌 두산을 상대로는 2000년대에만 2000년 PO와 2013년 PO, 2020년 준PO에 이어 최근 4번의 가을 야구 맞대결에서 전패하며 심각한 '곰 공포증'을 드러냈다.
 
LG는 1994년 두 번째 우승을 마지막으로 올해까지 27년째 우승에 실패했다. 이는 롯데 자이언츠(1992년 우승)의 29년에 이은 KBO 두번째 최장 기록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나간 것도 2002년으로 무려 19년 전이다.
 
LG는 10년 연속(2003-2012)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최악의 암흑기를 거치고 난후, 2013년부터 다시 포스트시즌에 복귀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9년간은 6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하여 강팀의 면모를 어느 정도 회복했다. 하지만 2013년 정규리그 2위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이었고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진출은 번번이 실패했다. 와일드카드전을 제외하고 준PO와 PO시리즈에서는 각각 3연패 중이다. 또한 최근 9년간 LG가 정규리그 순위에 뒤지고도 가을야구에서 승리한 경우는 없는 반면, LG가 업셋을 당한 경우는 2번이나 된다.
 
LG, 롯데, 한화는 모두 1990년대에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라본 '20세기 우승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9구단 NC가 2020시즌 통합우승, 10구단 KT가 올해 정규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것은 기존의 명문구단들에게 자극이 되는 부분이다.
 
한화가 2년 연속 최하위, 롯데가 4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부침을 겪고 있는 반면 세 팀 중 그나마 21세기 첫 우승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LG다. 하지만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는 뒷심부족과 새가슴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LG의 정상 복귀는 요원하다. 우승의 적기로 평가받았던 올시즌, 또다시 정규리그 3위에 그치며 포스트시즌에서는 업셋까지 당했다. 현장과 프런트 모두 올시즌도 '실패한 가을'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책임이 뒤따라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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