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 나우'를 외치며 27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던 LG 트윈스는 올 시즌 구단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로 불리는 1993~1995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3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는 시즌 막판까지 1위 경쟁을 펼친 데다가 가을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불리는 마운드에서 강세를 보였던 시즌인 만큼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을 해도 대권에 도전하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LG의 우승 도전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만난 '숙명의 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패하며 좌절되고 말았다. LG는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고도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반면에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키움 히어로즈와 힘겨운 혈전을 벌였던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2년 연속 LG를 꺾으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위한 마지막 고지만을 남겨두게 됐다.

정규리그 종료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두산을 기다린 팀은 바로 정규리그 2위 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지난 10월 31일 kt 위즈와 정규리그 1위 결정전을 벌였을 만큼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2015년을 끝으로 최근 5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삼성의 부족한 경험은 누구보다 풍부한 가을 경험을 가진 두산과의 만남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과연 정규리그 우승팀 kt의 한국시리즈 파트너는 누가 될까.

[삼성] 새 구장에서 6년 만에 벼르는 설욕전
 
삼성 선발 뷰캐넌 10월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 말 삼성 선발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 삼성 선발 뷰캐넌 10월 3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2회 말 삼성 선발 뷰캐넌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16시즌이 끝나고 류중일 감독이 물러난 삼성은 2017년부터 선수로 3번, 코치로 4번의 우승경력을 가진 김한수 타격코치를 새 감독으로 내정했다. 하지만 삼성은 김한수 감독 체제에서 3년 동안 9위, 6위, 8위로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했다. 삼성이 김한수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끝난 후 '구단직원' 허삼영 운영팀장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을 때 팬들은 '이제 삼성이 성적을 포기했구나'라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허삼영 감독은 팀을 맡은 지 2년 만에 삼성을 정규리그 2위로 끌어 올렸다. 물론 최채흥, 원태연의 성장과 오승환의 복귀, 오재일의 영입 등 허삼영 감독 부임 후 삼성에 여러 가지 호재들이 겹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력이 있어도 운영과 관리가 부실하다면 결코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원인이 무엇이든 5년이나 이어진 삼성의 흑역사를 깼다는 점만으로도 허삼영 감독의 지도력은 높은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삼성이 두산에 비해 확실히 앞서는 부분은 역시 선발진이다. 공동 다승왕 데이비드 뷰캐넌을 중심으로 FA를 앞둔 올 시즌 14승 5패 평균자책점2.63으로 뒤늦게 잠재력이 폭발한 좌완 백정현, 그리고 KBO리그 차세대 우완 에이스로 꼽히는 2000년생 우완 영건 원태인이 이끄는 선발진은 분명 두산을 압도한다. 외국인 투수 마이크 몽고메리와 입대를 앞둔 좌완 최채흥을 불펜으로 활용해도 될 정도. 

다만 긴 휴식을 취한 타선의 파괴력은 꾸준히 경기를 치르며 타격감을 끌어올린 두산에 비해 다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상수의 부상으로 인해 김지찬과 오선진이 키스톤 콤비를 형성할 확률이 높은데 만약 삼성의 내야 수비가 흔들린다면 경험 많은 두산의 집중력 있는 공격에 당할 확률도 적지 않다. 작년까지 두산 왕조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베테랑 오재일의 공수 활약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삼성의 마지막 가을야구는 지난 2015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였다. 당시 삼성은 주력투수 3명이 원정도박 혐의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두산에게 1승 4패로 패한 바 있다. 비록 선수들의 면면은 많이 바뀌었지만 이번 플레이오프는 삼성에게는 6년 만의 설욕전이 될 수 있다. 과연 삼성은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불리는 대구삼성 라이온즈파크 개장 후 처음 치르는 가을야구에서 두산을 꺾고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낼 수 있을까.

[두산] 상승세 타고 7년 연속 KS까지
 
두산 선발 최원준 역투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두산 선발 투수 최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 두산 선발 최원준 역투 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두산 선발 투수 최원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 팬들에겐 2년 연속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는' 가을이었다. 준플레이오프 무대에서 2년 연속 '잠실 라이벌' LG를 꺾었기 때문이다. 물론 두산은 최근 6년 연속 상대전적에서 LG에 앞섰지만 모든 전력을 쏟아 붓는 단기전에서의 승리는 그 만족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올 시즌엔 LG에게 4경기나 뒤진 정규리그 4위 자격으로 준플레이오프를 치렀기 때문에 승리의 기쁨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라이벌전 승리'라는 목표를 달성한 두산은 이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다음 목표를 정조준한다. 정규리그 4위로 간신히 가을야구 티켓을 따냈을 때까지만 해도 한국시리즈는 꽤 먼 고지처럼 보였지만 두산은 이미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라는 2개의 관문을 통과했다. 게다가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는 3전 2선승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밑에서 올라오는 팀이 이변을 일으킬 확률이 어느 때보다 높다.

여전히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 없이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두산은 사이드암 최원준을 제외하면 한 경기를 온전히 믿고 맡길 만한 듬직한 선발 투수가 없다. 하지만 LG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증명된 것처럼 이영하와 홍건희, 이현승, 김강률로 이어지는 필승조는 대단히 믿음직스럽다. 다만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영하가 66개, 홍건희가 28개나 던졌을 정도로 필승조의 피로 문제는 두산 불펜의 불안요소다.

하지만 두산은 정수빈과 호세 페르난데스로 이어지는 테이블 세터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나란히 .462의 타율을 기록하며 각각 5타점 2득점 1도루, 1홈런 4타점 1득점으로 쾌조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여기에 가을야구에서 약하다고 알려진 박건우도 준플레이오프에서 12타수 5안타(타율 .417)를 기록하며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박건우는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동기부여가 누구보다 확실하다.

올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전력이 크게 약화된 두산이 가을야구만 진출해도 성공이라고 전망했던 야구팬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어느덧 7년 연속 가을야구에 얼라 키움 히어로즈와 LG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했다. 물론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두산이 삼성에게 다소 뒤지는 게 사실이지만 앞선 두 시리즈의 상승세와 풍부한 가을야구 경험을 고려하면 두산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해도 크게 놀랄 일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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