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정규시즌이 벌써 마무리 되었다. 올해는 유독 K리그2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며 많은 이목을 끌었는데, 그중에서도 시즌초반 가장 큰 주목을 받았던 팀은 바로 'K리그 최저예산 구단' 안산 그리너스이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5명의 용병자리를 채우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부상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단 한 명의 용병도 출전시키지 못한 채 시즌을 준비한 그들이었다. 그러나 안산의 시즌 초반 성적은 10경기 5승 2무 3패. 비록 얇은 스쿼드의 한계로 시즌 후반 무너지면서, (6위 경남에게 득점에서 밀린) 7위를 기록한 그들이지만, 시즌 초반 2위까지 올라가며 다크호스로서의 역할을 확실히 했다. 특히 김천을 상대로 한 개막전 경기는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는데, 오늘 만나볼 이는 바로 해당 경기에서 환상적인 득점을 기록한 이준희 선수이다.

다음은 지난 3일, 안산시의 한 카페에서 그와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안산 그리너스 22번 이준희 선수(인터뷰 당일과 무관) .

▲ 안산 그리너스 22번 이준희 선수(인터뷰 당일과 무관) . ⓒ 류호진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번 시즌 안산 그리너스에서 부득이하게 고참 역할을 맡게 된 22번 이준희 선수입니다(웃음)."

- 시즌이 끝났습니다. 이번 시즌의 전체적인 점수를 준다면 몇 점 정도 주실 수 있으신가요?
"제가 20대에 대구 소속이었던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경기에 꾸준히 출전한 것이 오랜만입니다. 부상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경기에서 뛰지 못했고, 아직도 주변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들을 받는데, 그런 부분을 떨쳐낼 수 있던 시즌이었기에 만족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목표는 공격 포인트나 제 개인적인 경기 수치보다는, 팀의 승률과 플레이오프 진출이었는데, 그 부분을 달성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 어떻게 보면 이번 시즌이 안산에서 제대로 된 한 시즌이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일단 부족한 저를 믿고 기용해주신 김길식 (전) 감독님과 민동성 감독(대행)님께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저희 팀이 비록 7위를 했지만, 경기력적인 부분에서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원동력은 바로 선수들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하는데, 출전여부에 관계없이 선수들이 서로를 아낌없이 격려해주었기 때문에 팀의 분위기가 좋았고, 그래서 정말 따뜻한 한 해를 보냈습니다."
 
- 개막전 원더골 얘기를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나요? 주변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저는 다소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연습을 즐겨하는 편입니다. 학생 때도 선배님들께 한 마디 들으면서까지도 웃으면서 늘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던 것 같아요. 얼마전 티비에서 손흥민 선수의 아버님이신 손웅정 선생님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천 번 연습하면 무의식 중에 연습했던 동작이 나온다'라는 말을 듣고 그 말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연습을 계속했던 동작이 경기장에서 무의식적으로 나왔던 거죠.

솔직히 개막전 득점이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잊혀졌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많은 분들께서 아직도 콰레스마 등으로 불러주셔서 그저 감사한 마음입니다(웃음)."
 
여느 시즌과 확연히 달랐던 모습의 안산 그리너스 .

▲ 여느 시즌과 확연히 달랐던 모습의 안산 그리너스 . ⓒ 류호진

 
- 안산에 이슈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변화된 모습도 많이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 시즌들과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어느 해보다 선수들의 간절함이 잘 드러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연습할 때부터 건강한 경쟁을 했고,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다보니 누가 뛰든 응원하며 시너지를 내는 시즌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즌초반 김길식 (전) 감독님께서 동기부여를 많이 해주셨고, 민동성 감독(대행)님께서도 뛰어난 전술로 마지막까지 팀을 잘 이끌어주셨습니다."
 
- 어느덧 팀내 최고참 중 한 분이 됐습니다. 책임감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우선 제가 고참이지만 주장인 연제민 선수가 팀을 잘 이끌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항상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고참으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에, 언제 어느순간에 기용이 되어도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선배인 저를 보며 후배들이 동기부여를 얻었으면 싶었습니다.

팀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책임감이 있었기 때문에 후배 선수들이 자신있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지시하기 보다는 의견을 들어주고, 나이에 무관하게 친구처럼 장난도 쳤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경기장에서도 서로를 신뢰하고 그런 하나하나들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을 드리자면, 저는 선배가 나이가 많다고하여 늘 옳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후배들의 말에도 늘 경청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지금은 코치님으로 활동하고 계신 유경렬, 배기종 코치님께서도 함께 선수 생활을 할때는 저보다 나이가 많으셨음에도 늘 분위기를 좋게해주시고 후배들의 말을 잘 들어주셨습니다. 그런 선배님들의 모습에 저도 그분들과 같은 선배가 되어야겠다라는 생각을 늘 해왔습니다."
 
- 개인적인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대학 졸업 이후에 프로 진출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프로에 진출하셨을 때의 기억이 생생할 것 같아요.
"사실 저는 대학생 때도 그저 묵묵하게 뛰었을 뿐 유명한 선수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팀이 운좋게 U리그 준우승을 하게 되었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약간의 기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드래프트에서 호명이 안 되어서 불안한 기분이 들었고 결국 마지막에 제 이름이 호명되었는데, 기대와 다른 결과에 섭섭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 이후로 프로의 벽을 실감하고 간절함이 더 생긴 것 같습니다."
 
- 데뷔 직후에 슬럼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시즌에는 2군에서만 뛰었습니다. 환경이 허락되지 않을 때에는 운동장도 없어서 산을 뛰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한 해가 지금까지도 저를 이끌어 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이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가장 감사한 한 시즌이었습니다."
 
- 원래는 중앙수비로도 뛰셨다고 들었는데, 안산에서는 주로 (우측발을 사용하면서) 좌측 풀백을 보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프로에 처음에 와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습니다. 그러던 2년차에, 왼발을 전혀 못쓰는데에도 불구하고 모아시르 감독님께서 저를 왼쪽 풀백으로 훈련시키기 시작하셨죠. 감독님께선 데뷔전이 돼서야 그 이유를 말씀해주셨는데, 저의 공격적인 성향을 보셨고, 때문에 인사이드 풀백으로 대성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왼쪽 수비를 보게 되었습니다."

- 선수생활을 하시면서 22번을 계속 사용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제가 처음 프로생활을 할 때는 이 번호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 학창시절에 야구선수를 하셨었는데 당시 등번호 22번을 사용하셨습니다. 그래서 늘 이 번호를 마음에 두고 있었고, 막상 22번으로 번호를 바꿔보니 경기력도 향상이 되어서 그때부터 계속 이 번호를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 이번 시즌 안산이 정말 재미있는 경기들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개막전 득점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 싶습니다. 다들 막강한 스쿼드를 보유한 김천상무의 승리를 예상하셨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전혀 위축되지 않고 개막전에서 대등한 경기를 보여줘서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늘 최선을 다하며 팀에 헌신하고 싶다는 이준희 선수 .

▲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늘 최선을 다하며 팀에 헌신하고 싶다는 이준희 선수 . ⓒ 이준희

 
- 선수로서의 최종목표와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욕심일수도 있겠지만 저의 마지막 목표는 저를 필요로하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헌신하며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잘 해낼 자신도 있습니다.

향후목표라 한다면 축구에 관련된 일을 계속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이 슬럼프에 빠질 때 그들에게 희망을 주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유능한 선수들이 정말 많은데 배경적인 한계로 인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내는 일도 해보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까지 계속된 코로나에도 팬분들께서 늘 응원해주시고 원정 경기장도 찾아와주셨기에 안산이 앞으로 더욱더 발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비록 플레이오프에는 못 올라갔지만 아낌없는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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