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스> 포스터

영화 <이터널스>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리는 살면서 계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주변 가족들을 만난다. 그러다 자라면서 친구와 지인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관계는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때론 다투기도 하고 멀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한다.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을 만드는 일은 현재에는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와 강한 연결관계가 되어간다는 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고 각자가 서로 연결되어있을 때 그 힘은 막강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가까운 곳의 관계뿐 아니라 먼 나라의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를 만들었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먼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가까워질 기회도 있다. 그 관계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다른 인종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연결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그렇게 다양한 연결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때다. 어려움이 있으면 연대하고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 행동으로 이어나간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서로 연결된 힘이 있으면 쉽게 그것은 깨지지 않는다.   

다양성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

영화 <이터널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마블의 새로운 영화다. 영화 속 이터널스 주요 인물들은 포식자인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지구로 온 히어로들이다. 7천 년 전 지구에 온 이후 주요 지역에서 지구인과 생활하면서 주변에 나타나는 데비안츠를 사냥했고, 그 포식자들이 모습을 완전히 감춘 이후에는 각자의 삶을 지구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우주와 이터널스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를 따르고 있으며, 지구로 와서 데비안츠를 사냥하는 것도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터널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에이작(셀마 헤이엑)은 셀레스티얼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그의 말에 따라 지구에서의 생활을 리드한다.

<이터널스> 안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다양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세르시(젬마 찬),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를 비롯해 테나(안젤리나 졸리), 길가메시(마동석),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마카리(로렌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다이리 헨리), 드루이그(베리 케오간) 그리고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숫자도 많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다양하다. 백인, 아시아인, 남미인 등 인종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양성애와 동성애 같은 성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어떤 히어로 영화와 비교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구성 자체에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이터널스> 장면

영화 <이터널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성은 생명을 순환의 고리에 넣어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포식자들이 등장하고 때론 그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만 여러 아픔과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진 이후에 좀 더 나은 존재가 탄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세상을 번성하게 할 아이디어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터널스의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성은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되고 동기가 된다. 그들이 포식자가 된 데비안츠를 물리치는 일도 결국에는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지구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온 이터널스

그들은 맨 처음 지구에 왔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힘을 합쳐 괴물 데비안츠를 물리친다. 꽤 긴 시간 동안 함께하며 공통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 데 힘을 모은다. 그들이 가진 각자의 특성은 지구 안에 존재하고 있는 데비안츠들을 물리치는 일이 원활히 진행되게 만든다. 결국 지구 안의 데비안츠를 모두 물리친 이후 목적을 잃은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오랜 시간 따로 지내며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달라졌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달라졌다. 그렇게 따로 생활하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가진 힘도 서서히 약해진다. 개개인의 능력은 여전할지 몰라도 이터널스라는 집단의 힘은 줄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그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데비안츠라는 파괴적 존재와 비교했을 때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이것은 그들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힘을 주는 또 다른 근원이 된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그 애정은 지구인들이 싸우고 서로 칼을 찌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도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인 그들이 지구인들을 돕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왜인지 그들을 이끄는 셀레스티얼은 지구인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잔인한 전쟁과 질병이 지구인들을 괴롭혀도 이터널스는 그것에 개입하지 못했다. 그것이 전 우주적으로 벌어졌던 이벤트인 악당 타노스의 악행에도 이터널스가 개입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영화는 이터널스 멤버들 간에도 지구인의 일에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 내내 멤버들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낸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셀레스티얼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등장하고, 어떤 이유로 엄청나게 진화해버린 데비안츠가 등장함으로써 기본적인 긴장감을 바탕에 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높은 긴장을 불러오는 것은 이터널스 멤버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때다. 실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도 이 구도는 계속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서로 간을 설득하며 연결을 시도하려는 모습은 마치 현재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사는 현실에서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힘을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닮아있다.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수없이 발현된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융합하는 것이다. 
 
 영화 <이터널스> 장면

영화 <이터널스>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각 구성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의 중반까지 진행해 나간다. 그들 각자가 가진 사연이 결국 후반부에 이어지게 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15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너무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모든 인물들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기존의 히어로들이 아니어서 그들에게 익숙해지는 데 필요한 시간에는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존 마블 영화에 비해 그 안의 캐릭터와 공감하고 그들의 행동에 의한 감정적 울림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결말부 몇몇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존 마블 영화와 차별화되는 메시지

하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의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나 그들이 향하는 방향 속에 포함된 영화의 주제의식은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또렷한 편이다. 여러 가지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나 캐릭터 행동의 변화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그리고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가 어떤 주제의식 안에서 진행될지를 보여준다는 개괄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진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한 곳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주제의식이고 그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 로 베니스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러 수상을 했다. <노매드랜드>에서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연결과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줬는데, 그런 감독이 가진 자신만의 이야기가 영화 <이터널스>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영화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서 조금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마블 영화라는 조금은 특이한 영역에서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그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오롯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이터널스> 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한국 배우인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으로 등장해 그가 가진 특유의 타격감 있는 액션을 펼친다. 젬마 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쿠마일 난지아니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그들이 가진 특유의 감성과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영화가 가진 주제와 맞닿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존 마블 영화와 같은 밝고 오락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앞으로 개봉할 마블의 다양한 영화들이 어떤 곳으로 향할지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마블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또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영화에 포함된 다양한 액션 장면은 여전히 이 영화가 마블 영화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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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 리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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