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송능한 감독의 문제작 <넘버3>가 개봉했다. 조직 폭력배와 검사를 비롯한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얽혀 현대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한 블랙코미디 <넘버3>가 관객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그동안 액션이나 누아르 장르의 영화들을 통해 무서운 존재로만 인식되던 조직 폭력배들이 한석규와 송강호, 박상면 등 뛰어난 배우들의 명연기를 만나 코믹하고 재미있는 존재로 표현됐기 때문이다.

<넘버3>를 통해 조폭코미디의 가능성을 발견한 충무로에서는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조폭들이 등장하는 코미디 영화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 9월에 개봉한 신은경, 박상면 주연의 <조폭 마누라>는 고아출신의 주인공이 동사무소 직원과 결혼하며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다룬 코미디 영화다. 두 달 후 개봉한 박신양, 정진영 주연의 <달마야 놀자>는 상대조직에게 큰 타격을 입은 조폭들이 절로 숨어 들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폭 마누라>가 서울 관객 140만, <달마야 놀자>가 서울관객 120만(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으로 큰 성공을 거두자 대형 배급사 CJ 엔터테인먼트에서는 2001년 겨울방학 시즌에 또 한 편의 조폭영화를 선보였다. 할리우드의 대작들과 맞대결을 펼치며 서울에서만 120만 관객을 동원한 윤제균 감독의 장편 데뷔작 <두사부일체>다.

관객들 욕구 정확히 꿰뚫는 쌍천만 감독
 
 <두사부일체>는 <해리포터>,<반지의 제왕> 같은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붙었음에도 서울에서만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두사부일체>는 <해리포터>,<반지의 제왕> 같은 할리우드 대작들과 맞붙었음에도 서울에서만 120만 관객을 동원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윤제균 감독은 대학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마침 입사시기가 IMF 외환위기와 겹치는 바람에 얼마 가지 못하고 무급휴직을 신청했다. 윤제균 감독은 무급휴직 기간에 영화 <신혼여행>의 시나리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원안에 참여하며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2001년 자신이 시나리오를 썼다가 감독을 구하지 못해 표류하고 있던 <두사부일체>를 직접 연출하면서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사실 윤제균 감독은 영화를 전공한 사람도 아니었고 연출부 막내부터 착실히 경험을 쌓은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윤제균 감독의 능력을 의심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두사부일체>는 서울에서만 1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할리우드의 대작들 사이에서 크게 선전했고 2번째 영화 <색즉시공>까지 전국 4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무사히 충무로에 안착했다.

윤제균 감독은 영화 쪽에서 유난히 힘을 쓰지 못하던 인기스타 김민종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해 <낭만자객>을 선보였지만 전국 100만 관객을 넘기지 못하며 첫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2007년 <색즉시공>의 두 주인공 임창정과 하지원을 다시 캐스팅한 <1번가의 기적>으로 270만 관객을 동원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그리고 2009년에는 한국형 재난블록버스터 <해운대>를 통해 10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해운대>를 기점으로 충무로의 거물로 성장한 윤제균 감독은 <하모니>,<내 깡패 같은 애인>,<댄싱퀸>,<스파이> 등의 제작과 각본, 각색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2014년 5년 만에 선보인 신작 <국제시장>으로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대한민국 최초의 '쌍천만 감독'에 등극했다. 현재 한국에 '쌍천만 감독'은 윤제균 감독을 포함해 단 4명(윤제균, 최동훈, 김용화, 봉준호 감독)에 불과하다.

윤제균 감독의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해 후반부 감동과 눈물을 끄집어내는 특유의 연출방식 때문에 관객들로부터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1000만 영화를 두 편이나 배출하고 연출한 영화 6편 중 5편을 흥행시킨 윤제균 감독은 분명 대중들의 기호를 정확히 알고 있는 것 같다. <국제시장> 이후 감독으로서 7년의 공백을 가진 윤 감독은 지난 2019년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뮤지컬영화 <영웅>의 촬영을 마쳤다.

사학비리 해결, 신념 가진 조폭
 
 <두사부일체>의 조폭들은 패싸움 도중 아무리 많은 피를 흘려도 그 흔한(?) 칼 한자루 꺼내지 않는다.

<두사부일체>의 조폭들은 패싸움 도중 아무리 많은 피를 흘려도 그 흔한(?) 칼 한자루 꺼내지 않는다. ⓒ CJ엔터테인먼트

 
계두식(정준호 분)은 '두목과 스승과 부모는 하나다'라는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자신만의 좌우명을 가슴에 새기고 사는 조직폭력배 영동파의 중간보스다. 하지만 구역을 맡기기엔 학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다른 간부들의 반대에 조직의 두목인 오상중(김상중 분)은 두식을 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많은 부하들을 거느리던 조직폭력배의 간부가 졸지에 사립 고등학교 상춘고의 학생으로 편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두식이 다닌 학교는 온갖 비리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게다가 두식의 유일한 친구로 두식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던 짱꿍 윤주(오승은 분)는 학교의 비리를 인터넷에 퍼트렸다는 이유로 교장(기주봉 분)에게 엄청난 구타를 당해 응급실로 실려간다. 졸업장만 생각하고 조용히 다니기에 상춘고는 너무 썩어 있던 것이다.

더욱이 교문 앞에서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고용한 반대파 조폭들에게 수모를 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후로 두식은 자신의 심복 상두(정웅인 분)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얘기한다.

"상두야, 상춘고... 우리가 접수한다".

그렇게 반대파와 승부를 벌여 승리한 두식은 경찰에 연행되지만 교도소에서 검정고시에 합격하며 고졸 학력을 취득한다.

사실 <두사부일체> 역시 코믹한 초·중반부를 지나 패싸움으로 마무리되는 조폭 코미디의 전형적인 공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사부일체>는 2000년 실제로 있었던 상문고 비리재단 반대시위 사건을 연상케 하는 사학재단 비리를 다루며 여느 코미디 영화들과 다른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두사부일체>는 1편의 큰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06년 큰 형님 김상중이 학교에 가는 이야기를 다룬 속편 <투사부일체>가 개봉했다. 15세 관람가로 등급이 낮아지며 더 많은 관객들이 감상한 <투사부일체>는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굉장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주역 3인방을 이성재, 고 김성민, 박상면으로 교체한 3편 <상사부일체>는 전국 100만 관객을 채우지 못하며 관객들의 외면을 받고 말았다. 

허점 많지만 미워할 수 없는 헛똑똑이
 
 정웅인과 송선미의 러브라인은 <두사부일체>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정웅인과 송선미의 러브라인은 <두사부일체>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 CJ엔터테인먼트

 
8일 첫 방송되는 < 아이돌: The Coup >과 애플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출연이 예정돼 있는 정웅인은 현재 가장 바쁘게 활동하고 있는 중견배우 중 한 명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는 민준국으로 소름 끼치는 악역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던 정웅인에게 <두사부일체>는 그가 시트콤 <세 친구>를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이 알려질 때 즈음에 출연했던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정웅인이 연기한 상두는 계두식의 심복이자 조직에서 가장 학력이 높은 인물로 "이런 건 라스베가스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현실은 고등학교를 반도 채우지 못하고 쫓겨난 데다가 검을 들면 대단히 강하지만 무기를 손에서 놓으면 어린 아이처럼 약해진다.

<친구>에서도 네 친구들 사이에서 유쾌하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했던 정운택은 <두사부일체>에서도 대가리 역으로 많은 웃음 지분을 책임진다. 머리가 단단한 것 외에는 큰 장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 장점을 십분 활용해 싸움에서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단단한 머리가 유일한 장점이면서도 자신의 보스인 계두식을 제외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때리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윤주는 장학금을 받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학교에선 상류층 학생의 내신을 올리기 위해 가난한 윤주의 성적을 낮췄고 윤주는 이를 인터넷에 퍼트렸다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윤주를 연기한 오승은은 2005년 배슬기, 추소영과 함께 걸그룹 더 빨강을 결성했고 2016년에는 미니앨범을 발표하는 등 가수활동 경력도 가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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