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잡이에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5분밖에 안 됐다.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공지되기 직전에 들어간 전북 골잡이 일류첸코는 현장에 있던 1만1383명 홈팬들조차 믿기 힘든 거짓말처럼 게임을 끝냈다. 추가 시간 4분 43초에 다이빙 헤더 골을 울산 골문에 꽂아넣으며 펠레 스코어 승리의 주역이 된 것이다. 이렇게 벌어진 두 팀의 승점 차이(전북 70점, 울산 67점)는 예상보다 커서 전북의 5년 연속 우승길이 열렸다고 볼 수 있다.

김상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6일(토)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열린 2021 K리그 1 라이벌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고 시즌 막바지 3게임을 남겨둔 상태에서 5년 연속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운명의 추가시간 5분, 일류첸코 날다

어웨이 팀 울산 현대는 3년 연속 라이벌 팀에게 발목 잡힐 수 없다는 각오로 나왔다. 게임 시작 후 18분만에 날카로운 역습 기회를 만들어 윤일록과 이동경이 연거푸 슛을 시도한 것도 모자라 옆으로 흐른 공을 따라가 오세훈이 오른발로 밀어넣기를 성공시켰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VAR 시스템은 윤일록의 첫 번째 슛 직전에 오프 사이드 반칙을 잡아내 골을 취소한 것이다. 

그리고 6분 뒤에 반대쪽 골문으로 전북의 첫 골이 들어갔다. 쿠니모토의 왼발 프리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왼쪽으로 흐른 공을 기다린 송민규가 침착하게 오른발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것이다. 송민규는 자신의 전 소속 팀(포항 스틸러스) 동해안 더비 라이벌 팬들 앞으로 산책 세리머니까지 펼쳤으니 먼저 골을 내준 울산으로서는 더 뼈아픈 순간이었다.

이번 시즌 K리그 1 사실상의 결승전이라 할 수 있는 이 게임은 이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뜨거워졌다. 38분에 울산 현대도 코너킥 세트 피스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동경이 오른쪽 구석에서 왼발로 올린 공을 수비수 임종은이 솟구쳐 머리로 기막히게 돌려넣은 것이다. 

점수판 1-1 그대로 후반전에 접어든 전주성 빅 매치는 후반전에 더 박진감 넘치는 축구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65분에 홈 팀 전북 미드필더 류재문이 놀라운 집중력으로 세컨드 볼을 향해 달려들어 멋진 오른발 중거리슛을 구석으로 꽂아넣은 것이다.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로 꼽히는 조현우가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랐지만 기막히게 휘어들어가는 공을 걷어내기에는 모자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는 울산도 13분 뒤에 슈퍼 서브 이청용이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흐른 공을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어 점수판을 2-2로 바꿔놓았다. 베테랑의 집중력은 역시 팀이 어려울 때 더 빛나는 듯했다. 이청용 덕분에 역전승 꿈을 꾼 울산 선수들은 부상에서 돌아온 이동준이 정말로 역전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87분에 오른쪽 측면을 파고든 뒤 골문 바로 앞에서 왼발 슛을 날린 것이다. 하지만 이동준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야속하게도 전북 골문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고 말았다. 

그리고 전북 벤치에서 마지막 카드를 89분 43초에 꺼내들었다. 골잡이 자리에 구스타보를 대신하여 일류첸코를 들여보낸 것이다. 5분의 추가 시간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겠지만 일류첸코는 그것을 기적처럼 해낸 것이다. 후반전 추가시간 5분도 다 끝나가던 4분 43초에 왼쪽 측면에서 쿠니모토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날아들었고 일류첸코가 뒤로 돌아들어가며 몸을 날려 다이빙 헤더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일류첸코는 거짓말처럼 정확하게 5분만에 1만여 홈팬들에게 응답한 것이다. 바로우에게 시선을 빼앗긴 울산 현대 수비수들은 더 위험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일류첸코를 놓친 것이 한으로 남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울산은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에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2년 연속 우승길 발목을 잡힌 것(준결승 승부차기 울산 4-5 포항, 10월 20일)도 모자라 이번 게임에서도 전 포항 스틸러스의 핵심 선수들(송민규, 일류첸코)에게 결정적인 골들을 내주며 16년만에 꿈꾸던 K리그 1 우승 열망이 멀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전북 현대는 A매치 휴식기가 지나고 21일 오후 2시 수원 빅 버드로 찾아가 수원 FC를 만나고, 울산 현대는 같은 날 오후 4시 30분 제주 유나이티드를 홈으로 불러들인다.

2021 K리그 1 결과(11월 6일 오후 7시, 전주성)

전북 현대 3-2 울산 현대 [득점 : 송민규(24분), 류재문(65분), 일류첸코(90+4분43초,도움-쿠니모토) / 임종은(38분,도움-이동경), 이청용(78분)]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구스타보(90분↔일류첸코)
AMF : 송민규(54분↔바로우), 쿠니모토, 백승호, 한교원(54분↔문선민)
DMF : 류재문
DF : 김진수, 홍정호, 구자룡, 이용
GK : 송범근

울산 현대 선수들
FW :  바코(67분↔이청용), 오세훈, 윤일록
MF : 박용우(77분↔윤빛가람), 이동경(60분↔이동준), 원두재
DF : 설영우, 임종은, 김기희, 김태환
GK : 조현우

2021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전북 현대 35게임 70점 20승 10무 5패 65득점 34실점 +31
2 울산 현대 35게임 67점 19승 10무 6패 59득점 40실점 +19
3 대구 FC 35게임 52점 14승 10무 11패 39득점 43실점 -4
4 제주 유나이티드 35게임 51점 12승 15무 8패 50득점 39실점 +11
5 수원 FC 35게임 45점 12승 9무 14패 48득점 54실점 -6
6 수원 블루윙즈 35게임 45점 12승 9무 14패 41득점 46실점 -5
---------------- 파이널 A, B 그룹 구분선 ------------------
7 포항 스틸러스 35게임 45점 12승 9무 14패 39득점 41실점 -2
8 인천 유나이티드 FC 35게임 44점 12승 8무 15패 36득점 43실점 -7
9 성남 FC 35게임 41점 10승 11무 14패 32득점 41실점 -9
10 FC 서울 35게임 40점 10승 10무 15패 41득점 45실점 -4
11 강원 FC 35게임 38점 9승 11무 15패 37득점 49실점 -12
12 광주 FC 35게임 33점 9승 6무 20패 39득점 51실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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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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