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구(사진 왼쪽)와 문성길(사진 오른쪽)

장정구(사진 왼쪽)와 문성길(사진 오른쪽) ⓒ 명일 문성길 복싱클럽

 
'짱구' 장정구와 '탱크' 문성길은 한국 복싱 역사를 대표하는 전설적 복서들이다. 1963년 동갑내기인 이들은 빼어난 재능과 더불어 악바리 근성, 헝그리 정신 등을 앞세워 국내 복싱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복싱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던 팬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이름이며 1980년대 활동을 하던 세대에게는 그야말로 국민 영웅이었다. 박찬호, 박세리 등이 그랬듯 힘든 시기 에 국민들에게 큰 힘을 주는 존재였다.

그런 점에서 장정구, 문성길의 최근 소식은 주변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장정구는 지난 10월 25일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8월 술에 취해 택시기사를 폭행했다는 혐의였다. 

문성길은 지난 6월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한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성길은 억울하다고 호소했지만 실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지난 4일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더불어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떨어졌다.

한국인 최초 세계복싱평의회(WBC) 명예의 전당 입성, WBC '20세기 위대한 복서 25인' 선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정구는 세계 복싱계에서도 인정받는 거물급 복서였다. 어릴 때부터 복싱 천재로 통했으며 1983년 WBC라이트 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뒤 15차 방어까지 성공하고 타이틀을 반납했다. 프로 통산 전적은 38승(17KO) 4패다.

한창때의 장정구는 그야말로 한 마리 짐승을 연상시켰다. 빠른 스피드와 가드 빈곳 구석구석을 찌르는 날카로운 화력으로 상대를 압도해 갔고 빈틈을 발견했다 싶은 순간 무섭게 달려들어 폭풍 같은 연타로 경기를 마무리 지어버리는 스타일이었다. 워낙 공격적이고 화끈한데다 한일전에 강한 모습까지 보이며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전 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 '작은 들소' 유명우와 붙었다면 '누가 더 강했을까'라는 가상 격돌은 국내 복싱 팬들 사이에서 종종 언급되는 단골 논쟁 중 하나다. 그만큼 장정구는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복싱영웅으로 팬들 사이에서 명망이 높았다.

커리어만 놓고 보면 아마와 프로 모두에서 성공한 문성길 역시 만만치 않다. 고교 시절 복싱 국가대표에 뽑힌 것을 비롯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획득했다. 어디 그뿐인가. 1988년에는 WBA밴텀급 세계챔피언, 1990년에는 WBC슈퍼플라이급 세계챔피언에 오르며 두 체급을 석권한 바 있다.

문성길은 장정구처럼 스피드, 테크닉, 유연성 등을 타고난 천재과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상쇄시킬 타고난 펀치력이 있었으며 끊임없는 담금질을 통해 강력한 체력까지 갖추게 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 무대를 평정했다. 자신보다 테크닉이 빼어난 상대도 끊임없는 압박으로 체력을 고갈시킨 후 데미지를 축적시키고 끝내 돌주먹을 꽂아 넣어 링 바닥에 때려눕혔다.

당시 장정구와 문성길은 영웅이었고 그런 만큼 최근 소식에 배신감을 느끼는 팬들이 많다. 예전같지 않은 복싱 인기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복싱 팬들에게는 아픔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젊은 시절 많은 이들을 웃게 했던 두 영웅이 나이를 먹은 지금은 반대로 울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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