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격투기를 연마한 파이터들이 한데 모여 자웅을 UFC에서 '코리안 파이터 1세대' 김동현은 매우 독특한 위치를 가진 파이터다. 2004년 국내 단체 스피릿 MC를 통해 프로파이터로 데뷔한 김동현은 2006년부터 약 2년간 일본의 DEEP이라는 단체에서 활약했다. 일본에서 7승 1무의 전적을 쌓은 김동현은 7번의 승리 중 KO승이 5번에 달했을 정도로 강력한 타격가로 이름을 날렸다.

2008년 UFC에 진출한 김동현은 약 10년 동안 18번에 걸쳐 옥타곤에 올라 13승 4패 1무효경기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UFC에서 13승을 따내는 동안 KO승리는 단 4번에 불과했다. 188cm 77kg의 체격이 무색할 정도로 기골이 장대한 파이터들이 즐비한 UFC에서 김동현은 위험부담이 큰 타격 대신 MMA식 레슬링을 위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하지만 정작 김동현의 베이스는 타격도, 레슬링도 아닌 유도다).  

그렇게 영리하게 UFC커리어를 이어오던 김동현은 2017년 6월 옥타곤에서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애송이(?)에게 판정 패하며 일격을 당했다. 갑작스런 타격이나 서브미션에 당한 것이 아니라 김동현이 가장 좋아하는 영역인 레슬링에서 압도를 당했다. 이후 김동현은 4년 넘게 옥타곤에 오르지 않은 채 실질적인 은퇴상태가 됐고 당시 김동현을 꺾었던 파이터 콜비 코빙턴은 오는 7일(이하 한국 시각)에 열리는 UFC 268에서 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한다.
 
 2체급의 타이틀전이 예정된 UFC 268 대회는 '뉴욕의 심장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다.

2체급의 타이틀전이 예정된 UFC 268 대회는 '뉴욕의 심장부'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다. ⓒ UFC.com

 
GSP 이후 '춘추전국시대'가 된 웰터급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챔피언에 등극한 파이터들은 상위권 파이터들과 꾸준히 방어전을 치르며 자신의 강함을 증명했다. 실제로 플라이급 초대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은 5년 동안 무려 11번의 방어전을 치르며 UFC 역대 최다 방어 챔피언에 등극했다. 날짜로 따지면 200일에 한 번꼴, 적어도 2년에 3~4회씩은 방어전을 치른 셈이다. 이는 앤더슨 실바와 존 존스, 론다 로우지 같은 타체급 장기 챔피언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동현이 10년 동안 활약했고 임현규,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 등 많은 한국인(계) 파이터들이 거쳐간 '지옥의 체급' 웰터급 역시 맷 휴즈와 조르주 생 피에르 같은 걸출한 파이터들이 타이틀을 장기집권했다. 특히 웰터급 역대 최고의 파이터로 꼽히는 GSP는 2008년 4월 맷 세라를 꺾고 두 번째 챔피언에 등극해 2013년 11월 스스로 타이틀을 반납할 때까지 무려 9차 방어에 성공시켰다.

GSP가 타이틀을 반납하자 웰터급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2014년 3월 조니 헨드릭스가 로비 라울러를 꺾고 새 챔피언에 등극했지만 라울러는 그 해 연말 헨드릭스에게 설욕하며 타이틀의 새 주인이 됐다. 화끈한 경기내용으로 격투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던 라울러는 로리 맥도널드와 카를로스 콘딧을 차례로 꺾고 타이틀을 장기집권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16년7월 3차 방어전에서 타이론 우들리에게 1라운드 KO로 패하며 다시 정상에서 내려왔다.

UFC 웰터급 11대 챔피언에 등극한 우들리는 스티브 톰슨과 데미안 마이아, 대런 틸을 차례로 꺾고 4차 방어에 성공하며 GSP 이후 가장 장수한 챔피언이 됐다. 하지만 우들리는 강력한 펀치의 소유자답지 않게 경기내용이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로 인해 '야유 받는 챔피언'이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다. 우들리가 지난 2019년3월 5차 방어전에서 카마루 우스만에게 KO로 패했을 때 유난히 많은 함성이 터져 나왔던 이유다.

웰터급 12대 챔피언 우스만은 엄청난 압박형 레슬링과 평균 이상의 타격을 앞세워 상대를 잠식시키는 유형의 파이터로 챔피언에 등극한 후 2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4번이나 타이틀을 방어했다. 그 중 KO 승리가 3회나 될 정도로 경기 내용도 화끈했다. 하지만 나이지리아 출신 챔피언 우스만은 '아프리카 파이터의 UFC 침공'을 주도하는 파이터로 현지 격투팬들에겐 미움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캐릭터다. 

코빙턴의 설욕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코빙턴은 UFC 정상급의 MMA 레슬링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 받던 김동현을 3라운드 내내 그라운드에 눌러 놓을 정도로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갖춘 파이터다. 김동현이라는 웰터급의 랭커를 제물 삼아 순위권에 진입한 코빙턴은 데미안 마이아에 이어 하파엘 도스 안요스를 꺾으며 웰터급 잠정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리고 2019년 12월 웰터급의 새 챔피언이 된 우스만과 통합 타이틀전을 치렀다.

서로의 레슬링을 의식해 스탠딩 타격전으로 이어진 두 선수의 타이틀전은 3라운드 강력한 라이트 펀치를 적중시킨 우스만이 주도권을 잡았고 결국 우스만이 5라운드 파운딩을 통해 KO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후 양 선수는 각각 로블로와 눈 찌르기로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었다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반칙논란이 없었더라도 우스만이 무난하게 승리했을 거라는 게 격투 팬들의 중론이었다.

코빙턴은 작년 9월 우스만에게 패해 타이틀을 잃었던 우들리와 맞붙었고 시종일관 레슬링과 타격에 우위를 점하다가 5라운드 TKO로 승리했다. 우들리는 갈비뼈가 부러질 때까지 코빙턴과 주먹을 교환하는 투혼을 보였지만 불혹을 바라보는 우들리와 전성기 구간에 접어든 코빙턴의 기량 차이는 현격했다. 결국 코빙턴은 길버트 번즈와 호르헤 마스비달까지 꺾으며 다음 상대가 마땅치 않았던 우스만에게 재도전할 기회가 생겼다.

우스만은 지난 2월 번즈를 3라운드 KO로 제압한 후 두 달 만에 마스비달까지 2라운드 KO로 꺾으며 2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4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만약 코빙턴이 1차전과 같은 작전을 들고 나온다면 이번에도 점점 더 강해지는 우스만의 물 오른 타격에 무너질 확률이 높다. 약 2년 만에 재도전의 기회를 얻은 코빙턴이 어떤 전략으로 우스만을 상대하게 될지 격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더블 타이틀전으로 치러지는 UFC 268에서는 웰터급 타이틀전에 앞서 코메인이벤트로 로즈 나마유나스와 장웨일리의 여성부 스트로급 타이틀전이 열린다. 지난 4월 첫 대결에서는 장웨일리가 나마유나스의 기습적인 헤드킥에 맞고 KO로 패하며 타이틀을 빼앗긴 바 있다. 여성 스트로급 타이틀 장기집권을 노리는 나마유나스가 설욕을 단단히 벼르고 나올 장웨일리를 어떤 식으로 공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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