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수원 스포츠팬들에게는 유난히 뜻깊은 한 해로 기억될 것 같다. 프로야구 kt 위즈가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한 가운데, 프로농구 수원 KT도 올시즌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긴 첫해 정규리그 2위에 오르며 강력한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수원시는 지난 6월 부산에서 연고지 이전한 KT 소닉붐을 유치하면서 서울, 인천과 함께 4대 프로스포츠(축구·야구·농구·배구)를 보유한 대한민국에 단 3개 뿐인 도시가 됐다. 이중 같은 모기업을 둔 형제 구단인 KT 야구와 농구는 2010년대 중반만 해도 극심한 암흑기를 보냈던 아픔이 있다. 

2013년 KBO리그의 10번째 구단으로 탄생한 KT는 창단 2년만인 2015년 마침내 1군 무대에 진입했으나 3년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8년 마침내 꼴찌 탈출에 성공했지만 겨우 한 계단 올라선 9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9년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서서히 반등에 성공했다. 2019년 6위로 중위권에 올라섰고, 2020년에는 2위를 차지하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올해는 역대급 순위경쟁 끝에 7년만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프로야구 신생팀으로는 2020년 NC 다이노스, 2007년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기록했던 8시즌 기록을 1년 단축한 '창단 최단기간 우승' 신기록까지 새로 썼다. 탄탄한 전력을 갖춘 KT는 내친김에 올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창단 첫 통합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KT의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평가다. 팀 선발 평균자책점(3.69), 퀼리티스타트(76회) 1위에 빛나는 선발진은 쿠에바스, 데스파이네, 고영표, 소형준, 배제성까지 물샐틈이 없다. 강백호-황재균-유한준-제러드 호잉-조용호 등으로 이어지는 타선의 신구조화도 안정적이다. 

프로농구 수원 KT는 2003-04시즌 여수 코리아텐더 푸르미를 인수하여 부산에서 역사를 시작했다. 정규리그에서는 2010-11시즌 우승을 한 차례 차지했지만, 챔피언걸정전에서는 2006-07시즌 유일하게 결승에 올라 당시 울산 모비스에 패하여 준우승에 그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전신 시절을 포함하여 창원 LG-인천 한국가스공사와 함께 프로농구에서 창단 이래 아직 챔피언결정전 우승과 한 번도 인연이 없는 3팀 중 하나다.
 
공교롭게도 KT 위즈가 창단 이후 4년간 '10-10-10-9(정규리그 순위)'로 이어지는 비밀번호를 찍을 동안 KT 소닉붐 역시 '7-7-9-10'으로 4년연속 6강 PO진출에 실패하며 흑역사를 찍었다. KT는 2018-19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 복귀했지만 3시즌 연속 정규리그 6위에 머물렀고 PO에서는 6강의 벽(2019-20시즌은 코로나19로 PO없이 조기종료)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상황이 다르다.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무리하더니 3일에는 2라운드 1차전 고양 오리온을 잡으며 단독 2위로 도약했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선두 서울 SK(7승2패)와는 불과 반게임 차이다. 이미 시즌 개막전 미디어데이부터 KT는 10개 그단 감독과 전문가들로부터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몇 년간 KT의 에이스로 활약해 왔던 MVP 출신 허훈이 빠진 상황에서도 이 정도의 성적을 올렸다는 것이다. 허훈은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9월말 전주 KCC와 연습경기에서 왼쪽 발목 부상을 입었다. 최대 6주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허훈의 복귀시점은 약 3라운드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KT 상승세의 비결은 성공적인 신구조화에 있다. 허훈을 비롯하여 양홍석, 하윤기, 박지원 등은 모두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이들 모두 나이는 젊지만 대부분이 프로에 조기 진출하여 또래들보다 더 빠르게 리그 적응에 성공했고 경험까지 쌓이며 원숙해지고 있다.
 
2010년대 중반에는 팀이 암흑기를 보낸 탓에 신인드래프트에서 상위지명권을 쓸어담을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신인드래프트에서는 KT보다 지명권이 앞섰던 삼성이 1순위로 유망주 이원석을 선택하면서 국가대표 센터 하윤기를 픽하는 행운까지 따랐다. 성인대표팀에서도 잠재력을 인정받은 신인왕 후보 하윤기(9.2점, 4.3리바운드)의 가세는 KT의 유일한 아쉬움이던 토종 빅맨 부재를 해결해주기 충분했다. 
 
지난 시즌까지 창원 LG에서 뛰다 KT로 이적한 캐디 라렌과 정성우의 가세는 화룡점정이 됐다. 지난해 LG에서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며 재계약에 실패했던 라렌은 KT에서 16.8점(7위), 9.9리바운드(5위)로 더블-더블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며 부활했다. 정성우는 허훈의 공백을 틈타 주전으로 도약하며 평균 12.9점, 4.4어시트, 1.9스틸로 커리어하이를 경신중이다.

젊은 선수들의 단점인 기복과 안정감은, 베테랑 김영환과 김동욱이 보완해주며 KT 벤치 무게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주고 있다. KT는 허훈과 양홍석의 군입대 시기가 임박한 가운데 올시즌이야말로 우승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KT의 연고지인 수원은 프로농구 수원 삼성(현 서울, 2000-01시즌)과 수원 블루윙즈 등이 프로무대에서 우승팀을 배출했던 추억이 있다. 현재도 프로야구와 농구 외에 축구(수원 삼성 블루윙즈, 수원FC), 남자-여자배구(한국전력, 현대건설) 등 4대 프로스포츠팀들이 모두 고르게 선전중이다.
 
올시즌 K리그에서는 올시즌 수원 삼성과 수원FC가 '사상 첫 동반 파이널A 진출'을 이뤄냈다. 비록 우승권과는 거리가 있지만 수원 삼성은 지난 2년연속 파이널B 추락의 아픔을 딛고 명예회복에 성공했고 시민구단인 수원FC에게는 창단 첫 파이널A 진출이다. 두 팀은 다음 시즌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놓고 경쟁중이다. 배구에서도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이 현재 남녀부 동반 선두에 올라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남자부 5위, 현대건설은 최하위(6위)에 그쳤기에 올시즌 반등이 더욱 고무적이다. 

그야말로 팬들은 '수원 스포츠의 봄'이라고 할만큼 축제같은 한해를 보내고 있다. 여기에 KT처럼 같은 연고지와 모기업을 둔 스포츠단에서 창단 첫 동반우승이라는 기록까지 세울 수 있다면 국내 스포츠사에 길이남을 역사적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