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는 올해 모두 최상의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가을야구를 치르고 있다. 특히 공통적으로 팀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인 선수들의 공백이 뼈아팠다.
 
그래도 올해 준PO에서 맞붙게 된 두 팀의 상황을 비교하면 그나마 LG가 두산보다 유리해 보였다. LG는 외국인 타자 저스틴 보어가 KBO리그 부적응으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두산은 원투펀치 아리엘 미란다와 워커 로켓이 모두 부상으로 낙마했다. 어차피 보어는 시즌 후반기 LG 전력에서 제외된 상태였지만, 미란다와 로켓은 두산 마운드의 핵심이었다. 더구나 두산은 키움과 와일드카드 시리즈를 2차전까지 치르고 올라오느라 체력적 부담도 더 컸다.
 
LG는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와 케이시 켈리가 건재했다. 1차전 선발이었던 수아레즈는 지난달 2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5이닝 무실점 호투를 기록한 뒤 일주일 동안 충분한 휴식도 취한 상태였다. 불펜도 마무리 고우석을 필두로 정우영과 이정용, 김대유 등이 탄탄한 필승조를 구축했다. 단기전에서 중요한 마운드 싸움서 두산보다 확실한 우위를 기대할 근거는 충분했다.
 
하지만 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이 LG를 5-1로 제압하며 이런 예상은 모두 보기 좋게 빗나갔다. 3전 2승제로 단축된 올해 준PO에서 두산은 이제 1승만 더 하면 삼성이 선착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수 있다.
 
승부를 가른 결정적 차이는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바로 양팀의 '가을 DNA'였다고 볼 수 있다. 무려 6년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의 가을야구 저력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위기의 승부처 때마다 여지없이 빛을 발했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3회초 1사 2루에서 정수빈이 1타점 적시타를 쳐내며 귀중한 선취점을 가져갔고 5회초 2사 3루에서는 박건우가 우전 안타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여 2-0의 리드를 잡았다. LG가 점수를 만회하며 1-2로 추격한 8회초에는 선두타자 허경민의 2루타에 이어 이후 상대 실책과 박세혁의 적시타가 터지며 다시 점수차를 벌려 승기를 굳혔다. 필요한 순간에 찬스를 살렸고, 해줘야할 선수들이 제 몫을 다했다.
 
마운드에서는 젊은 토종 선발진의 활약이 돋보였다. 외국인 투수의 공백으로 에이스 역할을 이어받아야 했던 최원준은 5이닝 4탈삼진 3피안타 3볼넷 무실점의 빛나는 역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두산은 앞서 키움과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도 곽빈(4.2이닝 1실점)과 김민규(4.2이닝 3실점)가 선방한 바 있다. 두산 토종 선발 3인방의 평균 나이는 23.8세에 불과하다. 매년 FA 이적이나 부상으로 전력누수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남은 선수들끼리 똘똘 뭉쳐 위기를 헤쳐나가는 두산 특유의 '잇몸야구'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LG도 어느덧 3년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고 있지만 '가을포비아'는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수아레즈는 4.2이닝 2실점으로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LG가 기대했던만큼 에이스로서의 장악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타선 역시 응집력에서 두산에 크게 뒤졌다. 10안타로 5점을 뽑아낸 두산에 비하여, LG는 불과 한 개 적은 9개의 안타를 뽑아내고 볼넷도 4개나 얻어냈지만 득점은 고작 1점에 그쳤다. 잔루는 무려 10개를 기록했다. 정규시즌 LG는 팀타율(.250)과 득점(4.54점) 8위, 득점권 타율 9위(2할5푼2리)에 머물렀다. 팀 평균자책점 1위(3.57)에도 정규 시즌 3위로 처진 결정적 이유였다.
 
더 뼈아픈 부분은 수비였다. LG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쇄골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다. 공식적인 기록으로 드러난 실책은 적었지만 이날 LG 수비는 정규리그와 달리 매우 불안했다.

오지환을 대신하여 유격수로 선발출전한 구본혁은 1회초부터 1사 1루에서 박건우의 땅볼성 타구를 잡았다가 떨어뜨리며 병살플레이의 기회를 놓쳤다. 구본혁은 7회초에도 아쉬운 송구판단으로 주자를 모두 살려주며 2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3회초 2사 1,2루에서는 포수 유강남이 포일을 기록했고, 8회초에는 2루수정주현이 실수를 범했는데, 여기서 모두 실점으로 연결되고 말았다. 5회에는 유강남이 두산 주자들에게 두번이나 도루를 허용하며 또 추가점을 내주는 빌미가 됐다. 아쉬운 내야수비와 투수리드는 마운드 위의 투수들에게도 투구수가 불필요하게 늘어나는 부담을 초래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야 했다.
 
LG의 고민은 '빅게임 플레이어' '가을 사나이'라고 불릴만한 선수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가장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김현수도 정규리그나 국가대표팀에서의 맹활약과 달리, 포스트시즌에서는 다소 약하다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포스트시즌같은 무대에는 예상이나 기록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쳐주는 소위 '미친 선수'가 필요하다. LG가 3년째 가을야구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양팀은 5일 준PO 2차전에서 각각 켈리와 곽빈을 내세워 필승을 노린다. 두산이 또한번 미라클의 기적을 추가할 수 있을지, 아니면 LG가 두산과의 대결에서 가을공포증을 넘기고 승리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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