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터널스>의 한 장면

영화 <이터널스>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의 신작 <이터널스>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블랙위도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 이은 2021년 세번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터널스>는 분명 올 하반기 최대의 기대작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연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미국의 영화 전문 사이트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55%로 역대 MCU 영화 중 최저점을 기록했다는 점은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개봉작 <듄>이 82%, < 007 노 타임 투 다이 >가 84%, <베놈2>가 60%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터널스>에 대한 현지 평론가들의 반응은 찬 바람 그 자체다. (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93%를 기록 중이다.)

​<이터널스>는 지난 1976년 탄생한 동명의 코믹북 캐릭터들을 영상으로 옮겨왔다. 스탠 리와 더불어 마블의 전성시대를 이끈 작가 잭 커비(캡틴 아메리카, 판타스틱 포, 토르)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터널스>는 7천여 년에 걸쳐 살아온 불멸 히어로들의 이야기다. 셀레스티얼이라는 초자연 외계 종족은 지적 생명체를 잡아 먹는 포식자를 사냥하기 위해 데비언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들 역시 다른 생명들을 집어삼키는 위협적인 존재로 진화하게 되자, 이를 막기 위해 또 다른 존재인 이터널스를 창조하고 수천 년에 걸친 대전투를 치르게 된다.

<이터널스>는 앞서 다른 마블코믹스 작품들에 비해 인기 있는 편이 아니어서 그동안 영화, TV 시리즈 등으로 다뤄진 바 없었다. MCU의 작품으론 <샹치>와 더불어 국내에선 아직까지 낯선 대상이기도 했다. 호불호는 존재했지만 일단 <샹치>는 중국 무협과 마블 특유의 신화적 이야기를 적절히 섞으면서 성공을 거뒀다. 반면 <이터널스>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공감대 결여된 스페이스 오페라, 고대 신화의 결합​
 
 '이터널스'는 미국의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MCU 작품 중 가장 낮은 55%의 신선도 지수를 부여받았다. 이는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은 '베놈2'의 60% 보다 낮다.

'이터널스'는 미국의 영화 비평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MCU 작품 중 가장 낮은 55%의 신선도 지수를 부여받았다. 이는 비평가들의 혹평을 받은 '베놈2'의 60% 보다 낮다. ⓒ 로튼토마토

 
<이터널스>의 기본 틀은 스페이스 오페라(우주에서 펼쳐지는 모험과 전쟁을 주요 소재로 삼은 SF 소설 및 기타 작품)와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접목이다. 이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토르> 등을 통해 이러한 연결 고리를 잘 결합시켰던 마블은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을 활용할 최적의 수단으로 <이터널스>를 선택했다. 기존 '어벤져스' 멤버들보다 훨씬 막강한 능력치를 지닌 <이터널스> 속 캐릭터는 분명 블록버스터 영화라면 당연히 탐낼 만한 존재들이다.

신들처럼 인간의 감정을 지닌 그들은 이카리스(리처드 매든 분), 테나(안젤리나 졸리 분)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고대 신화 속 이카루스, 아테나 등을 차용한 히어로들이다. 수십세기에 걸친 고대 문명의 중심에 이터널스가 자리하는 등, 인간 세계 속에서 살아왔던 그들은 창조주 셀레스티얼 중 한 명인 아리셈에 대한 충성과 지구 및 인류를 지켜야 한다는 두 가지 갈림길에서 갈등과 혼란을 겪는다.

​문제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너무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존 MCU가 자랑했던 영화적 재미를 상당 부분 상실했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외하고 그동안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던 것과는 다르게 무려 10명의 생소한 히어로를 대거 등장시키다보니 정작 그들에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여유를 놓쳐버렸다.

10명의 히어로, 딱히 몰입할 만한 캐릭터 매력 부재​
 
 영화 <이터널스>의 한 장면

영화 <이터널스>의 한 장면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첫번째 이야기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150분이 넘는 러닝 타임은 지루했다. 가공할만한 능력을 지녔지만 막상 관객들이 환호할 만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도 <이터널스>의 패착으로 꼽힌다. 원작 만화와는 다르게 유색인종, 장애인, 성 소수자 등 현실에서 소외되거나 차별받아온 인물들을 전면에 부각시켰지만 이마저도 작위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범우주적 세계관을 녹여낸 마블의 전작 <토르>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와의 비교에서 더 분명해진다. ​비록 영화적 평가는 박했지만 <토르>는 투박하고 인간미 넘치는 주인공 토르와 로키 등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자잘한 재미를 선사해왔다. 가족의 의미를 절묘하게 접목시킨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는 누구 하나 버릴 것 없는 호감도 넘치는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에 비하면 <이터널스> 속 캐릭터는 빈약하게 느껴진다.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 클로이 자오 감독의 오판이 낳은 결과물일까.

​캐릭터의 약세를 만회하기 위해 영화는 CG를 총동원해서 고대문명과 우주 세계라는 상상 속 공간을 화려하게 그려냈다. 그러나 MCU의 특징이었던 호쾌한 액션, 유머 감각 넘치는 대사 및 상황도 <이터널스>에선 딱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테나의 검술, 길가메시(마동석 분)의 주먹 등이 등장하지만 이것만으론 관객들을 만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할 뿐이었다.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서는 "이터널스는 돌아온다(Eternals will returns)"라는 마블 특유의 후속편 안내 문구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후속편을 기대할 팬들이 얼마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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