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1 신한은행 쏠(SOL)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관중들이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정규리그 5위에게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벽은 높았다. 1차전을 7-4로 승리하며 한껏 기세를 올렸던 키움 히어로즈는 2차전에서 선발 자원 정찬헌과 한현희, 최원태를 차례로 마운드에 올리고도 두산 베어스에게 무려 20개의 안타를 얻어 맞으며 8-16으로 패했다. 8, 9회에만 4점을 따라 붙으며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이미 너무 크게 벌어져 버린 점수 차이를 극복하긴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야구팬들은 더 재미있는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만나기만 하면 혈투를 벌이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와 두산이 준플레이오프에서 또 한 번의 '잠실 더비'를 치르게 된 것이다. 양 팀은 작년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 적이 있는데 당시엔 두산이 2연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바 있다. LG에게는 작년 패배를 되갚아주기 위한 설욕전도 되는 셈이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정규리그 3위 팀이 두산이 아닌 LG라는 점이다. 시즌 막판까지 정규리그 우승 경쟁을 벌이다가 아쉬운 3위를 기록한 LG는 정규리그에서 4경기나 뒤진 두산을 꺾고 '재계 라이벌' 삼성 라이온즈가 기다리는 플레이오프로 가려 한다. 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16득점을 올리며 상승흐름을 탄 두산 역시 작년에 이어 3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서 LG를 꺾을 준비를 끝냈다.

[LG] 우승 도전 위해 준PO는 빨리 끝낸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던 '흑역사'도 있었지만 이제 LG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실제로 LG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9년 동안 6번이나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특히 2019년부터 올해까지는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올해는 시즌 막판까지 정규리그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을 정도로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물론 올해 LG가 좋은 성적을 내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다. 작년 홈런 2위를 차지했던 외국인 타자 로베르토 라모스가 중도 퇴출된 가운데 대체선수로 영입한 빅리그 92홈런의 저스틴 보어는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눈 감고 휘둘러도 3할은 기본'이라던 '타격기계' 김현수마저 타율 .285로 LG 이적 후 처음으로 3할 타율에 실패했다. 2할대 초반에 허덕인 이형종과 김민성의 활약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LG는 올 시즌 타율 4위(.328)와 득점 2위(103개), 최다안타 5위(172개), 출루율(.456), 볼넷(109개) 부문에서는 각각 1위에 오른 홍창기가 트윈스의 새로운 간판타자로 떠올랐다. 마운드에서는 메릴 켈리와 앤드류 수아레즈, 이민호, 임찬규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이 건재하고 사이드암 정우영이 27홀드, 좌완 김대유가 24홀드를 기록하며 허리를 든든하게 지켰다. 류지현 감독은 1차전 선발로 좌완 수아레즈를 예고했다.

다만 LG는 내야의 핵심 역할을 담당해준 국가대표 유격수 오지환이 왼쪽 어깨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을 마감했다. 프로 3년 차 구본혁이 오지환의 빈 자리를 메울 확률이 높지만 올 시즌 타율 .132에 그쳤던 구본혁은 오지환과의 무게감에서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올해 커리어 두 번째 30세이브 시즌을 만든 마무리 고우석이 10월에만 3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14로 흔들린 것도 LG의 불안요소다.

많은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은 올 시즌이야말로 2~5위 팀들이 정규리그 우승팀을 꺾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좋은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예년과 달리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가 3전 2선승제로 치러지면서 전력소모를 최소화한 채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LG가 2002년 이후 1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오르기 위해서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 길목에서 만난 두산을 최대한 이른 시간에 꺾을 필요가 있다.

[두산] 지난 7년 간 LG에게 뒤진 적은 없다

지난 9월30일 LG전에서 3.1이닝 6실점으로 무너진 후 마운드를 내려 온 두산의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은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으며 자동으로 시즌 아웃됐다. 지난 10월24일 LG전에서 고 최동원의 223탈삼진 기록을 27년 만에 경신한 아리엘 미란다 역시 경기 후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도 나서지 못했다. 전통적으로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존이 강한 두산이 차포를 떼고 포스트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키움과 1승1패를 기록하며 준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다. 1차전에서 홍건희와 이영하, 김강률로 이어지는 두산의 필승조 트리오가 차례로 실점을 하며 4-7로 패할 때까지만 해도 역대 최초의 4위 팀 탈락이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두산은 2차전에서 장단 20안타를 폭발시키는 화끈한 타격쇼를 선보이며 키움에게 16-8로 대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 2명이 모두 이탈하면서 마운드의 힘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두산이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을 통해 타격이 살아났다는 점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특히 호세 페르난데스와 김재환, 양석환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중심타선이 좋은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어 준플레이오프에서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수빈 역시 2경기에서 4안타를 때려내며 '가을 본능'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내세울 수 있는 선발 투수가 마땅치 않아 4, 5선발 곽빈과 김민규를 투입해야 했던 김태형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국가대표 잠수함 최원준을 내세운다. 올 시즌 12승으로 토종 투수 중 다승 4위에 오른 최원준은 자타가 공인하는 두산의 '토종 에이스'다. 올 시즌 LG를 상대로 한 경기에서 6이닝 1실점 승리를 거둔 바 있는 최원준이 1차전을 잡아준다면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두산은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LG에게 4경기나 뒤졌지만 양 팀간의 맞대결에서는 7승3무6패로 우위를 점했다. 실제로 두산은 베어스의 왕조가 시작된 2015년부터 올해까지 7년 연속 LG를 상대로 한 번도 시즌 상대전적에서 뒤진 적이 없다. 2000년 이후 3번의 가을야구 맞대결 역시 두산이 모두 승리했다. 외국인 투수도 나설 수 없고 체력적으로도 크게 불리한 두산이 정규리그 3위 LG를 상대로 유난히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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