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선한 영향력을 실천해온 배우가 있다. 연극 '지하철 1호선'으로 연기를 시작해 올해로 데뷔 27년을 맞은 배우 장현성. 그는 그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악한 역과 선한 역을 모두 소화하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이하 꼬꼬무)> 시즌3 MC를 맡아 연기가 아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배우이기 이전에 두 아이의 아빠이기도 한 그는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국제 구호 단체 굿네이버스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틈날 때면 국내외에서 아동을 돕는 자원봉사 활동을 해왔고, 아동 체벌 근절 캠페인(Change 915)에 참여해 재능 기부를 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이력도 있다. 그는 파주 지역의 도서관인 '교하도서관' 홍보대사를 맡아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 청소년진로기행 자원봉사 등 도서관에서 추진하는 책 읽기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파주 접경 지역에 한 10년 살 땐데, 사실 제 친구가 그 도서관 사서예요. 말이 거창해서 홍보대사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고, 그 아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꿈에 대해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얘기를 듣고 내가 아는 선에서 얘기해주는 정도였어요. 그때의 책 읽기 봉사가 꼬꼬무 MC에 도움 되는 건 모르겠지만, 그런 일이 제 삶을 행복하게 해줬던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자원봉사를 하고 나면 수고비로 감자나 옥수수로 줬거든요. 그걸 집에 가져와 가족과 삶아 먹고 했던 게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배우이기 전에 두 아들의 아빠
 

'꼬꼬무' 장성규-장현성-장도연, 새 장트리오! 장성규 방송인, 장현성 배우, 장도연 코미디언이 21일 오전 사녹 스트리밍 라이브로 진행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꼬꼬무>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으로, 장항준 감독의 찐친인 장현성 배우가 새로운 이야기꾼으로 합류했으며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21일 목요일 밤 10시 30분 정규 1회 방송.

▲ '꼬꼬무' 장성규-장현성-장도연, 새 장트리오! 장성규 방송인, 장현성 배우, 장도연 코미디언이 10월 21일 오전 사녹 스트리밍 라이브로 진행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SBS

 
단순히 좋은 일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그는 한국 사회에서 활동하는 배우로선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일임에도 사회적 문제에 대해 소신껏 목소리를 내왔다. 특히 세월호 참사 당시엔 송강호, 김혜수, 봉준호 감독 등 여러 영화인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월호 유가족을 지지하는 일일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기도 했다.
 

남다른 철학을 가진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배우이기 이전에 두 아들의 아빠이고, 책임 있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사회적 문제에 대해 내가 옳다고 판단하는 부분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얼굴이 조금 알려져 있는 탓에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내가 정확히 알고 있는지 신중히 들여다보려고 하죠.


그런 그가 최근 근현대사에 감춰졌던 과거사를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인 꼬꼬무 MC에 이어 지난 10월 28일 대통령 직속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위촉식이 있던 날 그와 만났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홍보대사 배우 장현성.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홍보대사 배우 장현성. ⓒ 권우성

 
이번 진실화해위는 근현대사의 반인권적인 국가폭력 등 과거사를 진상규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참여정부 때 출범한 1기 진실화해위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매듭짓기 위해 출범했다. 따라서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일정 부분 담긴 위원회이기도 하다.

정치적 성격을 띤 정부 기관의 홍보대사를 맡는 건 배우로서 쉬운 일은 아니다. 자칫 정치적 색깔이 덧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배우 장현성은 진실화해위 홍보대사 제안을 수락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꼬꼬무 1편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뤘어요. 그 전에 제가 안다고 생각한 사건이었는데, 막상 들여다보니 내가 아는 게 실제 사연의 10분의 1밖에 안 되더라고요. '아, 모르는 것보다 어설프게 아는 게 더 위험하구나' 생각했어요. 그 사연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니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더라고요. 피해자의 명예회복의 경우엔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함으로써 응원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보상이라든가, 가해자 처벌이 이뤄지려면 국가가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을 했어요. 그때 마침 그런 일을 하는 진실화해위에서 홍보대사 제의가 왔고, 선뜻 수락하게 됐죠.

 
"한 사연을 다각도로 전달하는 점 마음에 들어"
 

 배우 장현성

배우 장현성 ⓒ 권우성

 
그는 최근 대학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인 장항준 감독에 뒤이어 꼬꼬무 MC를 맡았는데 애정도 남달랐다. 꼬꼬무는 MC들이 이야기꾼이 되어 자신이 공부한 사건을 지인에게 알려주는 형식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근현대사의 사건을 쉽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 플랫폼이 다양해진 만큼 한편으론 어떤 걸 믿어도 되는지,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어딘지 혼란스러울 정도예요. 꼬꼬무는 재미와 의미를 같이 보여주면서도 한 사연을 다각도로 전달해준다는 점에서 아주 마음에 들어요. 너무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건 사실 지루해서 못 보잖아요. 그래서 그냥 대본을 받아서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제작진과 사전 회의도 같이 하고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들이고 있어요. 처음으로 연기가 아닌 장르를 하게 되면서, 괜찮을까 걱정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재밌어요.


배우 장현성은 최근 꼬꼬무에 관심에 기울이면서도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출품작 <라스트필름>의 주연을 맡기도 했다. 영화는 부산 한 대학의 영화과 교수이자 영화감독인 '상민'이 사채를 써가며 영화제작에 몰두하다가 사채업자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내용이다.

그는 "내 나이에 맞는 배역을 찾아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로서 끊임없이 호기심을 잃지 않고 새로운 창작물을 보여드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건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다. 그는 애초 문예창작과를 지원하기 위해 대학교 캠퍼스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본 연극과 재학생들의 연기 연습과 신체 훈련에 그 자리에서 연극과로 진로를 바꿨다. 당시 그때 했던 생각이 "배우는 몸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구나"라고.

연극과에서 연출을 전공했지만 생활고 탓에 당시 월급을 준다는 극단 '학전'의 오디션을 보고 합격해 연기를 시작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연출을 해보고 싶다는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배우 장현성

배우 장현성 ⓒ 권우성

 

연극 연출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사실은 최근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단편 시리즈 연출 제의가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근데 저한텐 드라마든 영화든 영상은 너무 힘든 일일 거 같아요. 큰 자본에 대해 책임을 지는 스트레스가 클 것 같아요. 또 영상은 배우가 실제 느낀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연극은 달라요. 연극은 배우와 스태프가 수개월 동안 서로 지지고 볶고 하다가 합의된 마지막 결정체를 무대에서 보여준다는 것이 매력 있어요. 연극은 배우 예술이죠.


끝으로 식상하지만 배우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묻자, 그는 "중학교 사회 교과서에 직업이란 '어떤 일을 하면서 자아가 성취되고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고 나오는데, 그런 의미에서 배우는 내게 직업"이라며 "두 아들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하면 시켜줄 수 있을 정도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너무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이 있다면 내 뒤통수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장현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