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그대 품 안에>,<왕초>, <그 여자네 집>, <하얀 거탑>, <대물>,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등 여러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던 차인표는 유독 영화운이 없는 배우로 유명하다. 실제로 차인표가 거절했다고 알려진 <쉬리>, <반칙왕>, <친구>, <공동경비구역JSA>, <두사부일체> 등은 모두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심지어 2002년에는 세계적으로 4억3100만 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린 블록버스터 <007 어나더데이>의 캐스팅 제의도 거절한 바 있다.

반면에 소지섭과 커플연기를 펼친 <오 마이 비너스>와 배우로서 성장했다고 평가 받은 <보좌관 -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OTT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은 <갯마을 차차차>에 출연한 신민아는 작품을 잘 고르는 배우로 불러도 무방하다. 작년에 개봉한 영화 <디바>가 전국 10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지만 신민아에게 <디바>는 데뷔 후 처음으로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오르게 한 의미 있는 작품이다.

신민아는 이제 믿고 보는 배우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재미와 의미가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는 좋은 배우가 됐다. 그런 신민아가 20대 시절 관객들의 잔잔한 사랑을 받았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있었으니, 류승범·김강우와 함께 유쾌한 코믹 멜로 연기를 선보였던 이계백 감독의 장편 데뷔작 <야수와 미녀>가 그 주인공이다.
 
 <야수와 미녀>는 2014년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개봉하기 전까지 신민아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야수와 미녀>는 2014년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개봉하기 전까지 신민아 최고의 흥행작이었다.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중학교 2학년 데뷔한 신민아

중학교 2학년 시절 패션잡지 모델로 데뷔한 신민아는 1999년 이승환의 <당부>와 2000년 브라운 아이즈의 <위드 커피> 뮤직비디오에서 순수하고 신비로운 이미지로 주목을 받았다(당시 신민아의 나이는 고작 중3, 고1이었다). 2001년 이병헌과 최지우가 출연했던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에서 이병헌의 동생 역을 맡으며 연기활동을 시작한 신민아는 같은 해 영화 <화산고>의 검도부 주장 역으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2002년 하정우가 단역으로 출연하는 <마들렌>에 출연한 신민아는 2003년 복싱을 소재로 한 드라마 <때려>에 출연했지만 김혜수의 <장희빈>과 동시간대에 맞붙으면서 시청률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4년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에서는 선우(이병헌 분)와 강사장(김영철 분)의 사이가 멀어지는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로 등장하지만 총격신이 난무하는 누아르 영화에 신민아는 그리 어울리지 않았다. 

신민아는 20대 초반 상당히 다작을 하면서 필모그라피를 쌓아 나갔는데 그 중에서도 신민아의 매력을 잘 살리면서도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은 단연 2005년에 개봉했던 영화 <야수와 미녀>였다. <야수와 미녀>에서 시각장애인이었지만 수술을 통해 시력을 회복하는 장해주를 연기한 신민아는 청순하고도 발랄한 매력을 동시에 선보였고 <야수와 미녀>는 전국 156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신민아는 이후 <무림여대생>과 <고고70>,<키친>,<10억>이 나란히 흥행에 실패하면서 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신민아는 2010년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통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아냈다.

조정석과 호흡을 맞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통해 전국 210만 관객을 동원한 신민아는 이후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 <보좌관> 등을 통해 한층 발전한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지난 달 종영한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를 통해 큰 사랑을 받으면서 또 한 번 인생캐릭터를 경신했다. 데뷔 후 배우로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민아는 김해숙과 모녀호흡을 맞춘 영화 <휴가> 촬영을 마쳤고 노희경 작가의 신작 <우리들의 블루스>도 촬영을 시작했다.

남자친구의 흉터까지 사랑한 해주
 
 신민아는 20대 초·중반 시절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작을 했지만 흥행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신민아는 20대 초·중반 시절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작을 했지만 흥행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바에서 피아노를 치는 해주(신민아 분)는 어린 시절에 당한 사고로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이다. 하지만 해주가 사는 세상은 조금도 어둡고 무섭지 않다. 해주의 곁에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손과 발, 그리고 눈이 되어 주는 남자친구 구동건(류승범 분)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화영화의 괴물소리 전문성우 동건은 험악한 인상에 흉터까지 있는 자신의 얼굴을 고교 시절 킹카 탁준하(김강우 분)의 외모처럼 속여서 해주를 만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안구 기증자가 나타난 해주는 수술을 받아 눈을 뜨게 됐고 꽃다발을 들고 해주를 찾아간 동건은 자신을 보고 놀라는 해주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이 동건이라고 차마 밝히지 못한다. 결국 동건은 해주에게 급한 일 때문에 하와이에 갔다고 거짓말을 한 채 그녀 주위를 맴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자신이 묘사했던 외모의 진짜 주인공 탁준하가 검사가 돼서 해주를 만나게 된다(공교롭게도 준하 역시 해주에게 첫 눈에 반한다).

해주는 엽서만 보낼 뿐 하와이에서 전화 한 통 없는 야속한 동건을 기다리다가 자신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는 훈남 검사 준하와 점점 가까워진다. 질투심에 불탄 동건은 준하에게 앙심을 품은 조직폭력배 최도식(안길강 분)과 손을 잡고 준하에게 위해를 가하려 하지만 어둠 속에서 던진 빈 병은 준하가 아닌 해주의 이마를 강타했다. 결국 해주가 준하 앞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본 동건은 해주를 포기하고 진짜로 하와이행 비행기를 탄다.

하지만 해주는 동건이 보낸 엽서가 동건의 방송국 내 로비에 진열된 엽서들과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동건이 속인 친구 정석(안상태 분)이 다른 인물인 것도 알게 된다. 준하 역시 해주가 하와이로 보냈다가 반송된 편지들을 읽으며 해주가 동건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는다. 결국 해주와 동건은 준하의 도움으로 재회하고 해주는 동건에게 "너무 귀여운 우주괴물이야"라고 말해주며 감격에 겨운 입맞춤을 해 사랑을 확인한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연출부 생활을 하며 충무로에 입성한 이계벽 감독은 2003년 <올드보이>의 조연출을 거쳐 2005년 <야수와 미녀>를 통해 장편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무려 10년 간 연출공백이 있었던 이계벽 감독은 2015년 유해진 주연의 <럭키>로 690만 관객을 동원하며 변치 않는 감각을 과시했다. 이계벽 감독은 2019년 차승원 주연의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 이어 올해는 넥플릭스 영화 <새콤달콤>을 선보였다.

'진중한 배우' 안길강의 코믹 연기
 
 조직폭력배와 괴물목소리 전문성우는 탁준하 검사라는 '공통의 적' 때문에 가까워진다

조직폭력배와 괴물목소리 전문성우는 탁준하 검사라는 '공통의 적' 때문에 가까워진다 ⓒ 쇼박스(주)미디어플렉스

 
강인한 인상이 돋보이는 배우 안길강은 <선덕여왕>의 칠숙, <추노>의 짝귀, <주먹이 운다>의 교도주임, <베테랑>의 경찰서장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주로 선 굵은 캐릭터들을 연기했다.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한 안길강은 스턴트 경력까지 있어 대역 없이 어지간한 무술장면을 직접 연기하고 연출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영화 <품행제로>에서는 태권사범 역과 함께 '무술지도'로 엔딩 크레딧에 두 번이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는 안길강이 <야수와 미녀>에서는 조직을 일망타진한 탁준하 검사에게 앙심을 품은 조직폭력배 최도식을 연기했다. 하지만 여느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잔인한 조폭의 이미지와 거리가 먼 최도식은 류승범과 '코믹듀오'를 결성해 웃음지분을 책임진다.

해주의 동생 해미를 연기한 배우는 훗날 티아라의 리더로 데뷔하는 함은정이었다. 물론 당시엔 가수 데뷔 전이었기 때문에 극장에서 함은정을 알아보는 관객은 거의 없었다. 눈치는 조금 없지만 언니에게 정성스레 한글을 가르치는 착한 동생 역할을 충실히 한다.

동건은 자신의 험악한 얼굴에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성형수술을 결심하는데 그 때 동건의 얼굴에 잔뜩 낙서를 하고도 "견적이 안 나온다"며 한숨을 쉬는 성형외과 의사를 연기한 배우(?)가 바로 가수 윤종신이었다. 시트콤 <논스톱4>에서 교수 역, 영화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에서는 카메오보다 조금 더 역할이 큰 조단역으로 출연했던 윤종신은 <야수와 미녀>에서도 무르익은 코믹연기를 선보이며 영화 전반에 걸쳐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