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막내구단 KT 위즈가 1군무대 진입 7년만에 감격적인 첫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했다. KT는 10월 3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1위 결정전에서 6회초 강백호의 결승타에 힘입어 1대 0으로 승리했다.
 
KT는 삼성 라이온즈와 정규시즌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최종전까지 76승 9무 59패(승률 0.563)로 동률을 이루며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이로 인하여 KBO 역사상 초유의 1위 결정전이 열리게 됐다. KT는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를 지난달 28일 NC와 더블헤더 2차전 이후 3일 만에 마운드에 올리는 강수를 뒀다. 삼성도 국가대표 원태인을 8일만에 등판시키며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경기는 예상을 뛰어넘는 명품 투수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체력 면에서 훨씬 불리한 조건에서도 쿠에바스는 괴물같은 호투를 펼치며 7이닝 동안 99구를 던져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의 선발투수 원태인 역시 5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는 등 6이닝 2피안타 2볼넷 8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나무랄 데 없는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팽팽한 승부의 균형은 6회초 KT 공격 때 비로소 깨졌다. 큰 경기일수록 수비 하나가 승부를 결정한다는 격언이 이번에도 적중했다. 1사 후 심우준의 타구를 잡은 유격수 오선진이 송구실책을 범하며 심우준이 2루까지 진루했다. KT는 2사 1.3루 찬스에서 강백호가 좌전 안타를 때려 선취점을 올렸다.
 
삼성도 7회말 KT 제러드 호잉의 실책을 틈타 1사 1, 3루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으나 후속 타자인 강민호가 2루수 뜬공, 이원석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끝내 쿠에바스를 무너뜨리는데 실패했다. KT는 8회초부터 쿠에바스에 이어 박시영, 김재윤을 잇달아 투입하면서 끝내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고 영봉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KT는 2013년 KBO리그의 10번째 구단으로 탄생했다. 수원을 연고로 내세운 KT 그룹은 전북을 앞세운 부영그룹과 2012년부터 치열한 경쟁을 펼친 끝에 kt가 막내 구단의 주인이 됐다. KT는 2014년 2군 퓨처스리그를 통해 첫 발걸음을 내디뎠고, 창단 2년만인 2015년 마침내 1군 무대에 진입했다.
 
시작은 험난했다. 신생구단 창단에 부정적인 기존 대기업 구단들의 텃세와 견제를 감수해야 했고, 1군무대에서 경쟁할 준비도 부족했다. 선수들의 이름값과 기량, 훈련장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인프라, 경험과 전문성 부족을 드러낸 프런트까지 모든 면이 최약체팀의 전형이었다.
 
KT는 1군 첫해 개막과 동시에 11연패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52승1무91패로 꼴찌에 그쳐 1군의 벽을 실감했다. 이어 2016년과 2017년까지도 3년연속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2018년 마침내 꼴찌 탈출에 성공했지만 겨우 한 계단 올라선 9위에 불과했다. 초대 조범현(105승 3무 180패, 승률.368)-2대 김진욱(288경기 109승 3무 176패 승률.382) 감독까지 첫 4년간 모두 초라한 성과를 남기며 조용히 퇴장했다.

KT보다 2년 먼저 창단한 9구단 NC가 1군무대 진입 2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4년만에 한국시리즈행까지 일궈내며 빠르게 자리를 잡은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KT가 KBO리그 수준을 떨어뜨린다.' '준비 안 된 신생구단의 나쁜 예'라는 비판까지 듣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3대 사령탑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2019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강철호 첫해 치열한 중위권인 6위로 반등하며 가을야구 경쟁을 펼쳤고, 2020년에는 2위를 차지하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창단 첫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 그리고 올해는 역대급 순위경쟁 끝에 마침내 7년만의 첫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신생팀으로는 2020년 NC 다이노스, 2007년 SK와이번스(현 SSG 랜더스)가 기록했던 8시즌 기록을 1년 단축한 '창단 최단기간 우승' 신기록을 새로 썼다.
 
KT는 초창기의 열악함과 시행착오를 극복하며 모기업의 꾸준한 투자를 통하여 기틀을 다졌다. 강백호, 배제성, 소형준, 고영표, 주권, 이대은 등 신인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젊은 선수들이 차근차근 성장하며 어느덧 팀의 주축으로 자리잡았고, 황재균·유한준 등 거물급 FA도 잇달아 합류하면서 전력강화에 성공했다.
 
KT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라는 든든한 외국인 원투펀치에 고영표, 소형준, 배제성 등이 지킨 리그 최고의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했다. 주권, 김재윤, 이대은, 박시영 등의 불펜도 탄탄했다. 올시즌의 KT는 평균자책점 3.67(584실점)로 LG트윈스의 3.57(561실점)에 이어 2위에 올랐고, 선발투수의 QS(퀄리티스타트)는 76회로 압도적인 리그 1위였다.
 
만년 하위권의 팀을 3년만에 6위-준우승-우승으로까지 이끈 것은 역시 이강철 감독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현역 시절 152승을 거둔 KBO리그 레전드 투수이자 해태 왕조의 주역이었던 이강철 감독은 지도자로서도 세심한 투수운용 노하우과 우승 DNA를 KT에 전파했다.
 
KT의 최대 약점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하다는데 있었다. 늘 중하위권에서 상위팀들을 쫓아가는 입장에 익숙했던 KT는 올해 1위를 달리며 처음으로 순위를 지켜야 한다는 생소한 압박감을 체험했다. 실제로 KT 선수들은 부담감에 시즌 막바지 하락세를 타며 1위 경쟁의 최대 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럴 때 이강철 감독은 오히려 젊은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잘하고 있다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며 분위기를 다독였다. 한편으로 집중력이 떨어진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공개적인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고, 경기중 불리한 판정이 나오자 퇴장까지 불사하며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다채로운 퍼포먼스로 끝까지 선수단의 긴장감과 동기부여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
 
KT의 우승은 지난해 NC 다이노스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이어 2020년대 KBO리그의 지형도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KBO리그는 두 막내 9.10구단이 최근 2년 연속 정규시즌을 제패하는 기록을 세웠다. 한화, KIA, 롯데 등 KBO 전통의 명문구단들이 나란히 가을야구 탈락의 굴욕을 당한 것과 대조된다.
 
'육성'과 '프런트 야구'가 대세가 된 KBO리그에서 더 이상 전통 명문과 신생구단, 강팀과 약팀의 차이는 사라지고 있다. 늦게 시작했지만 빠른 속도로 정상권에 진입한 막내 구단들의 반란은, 과거의 영광과 매너리즘에 갇혀있던 기존 구단들에게 자극이 되어야할 대목이다. 14일부터 대망의 한국시리즈를 앞둔 KT가 내친김에 10구단의 첫 통합우승이라는 대업까지 완성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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