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5년 후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할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노년은 자연히 지병 등 각종 건강문제를 동반한다. 헬조선 소리가 절로 나는 한국에서 정년퇴직 후 노후가 안정적으로 준비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식이 부양하지 못하는 부모는 사회의 부담으로 전락한다. 대개 그러하듯 한국사회는 닥쳐올 간병위기를 충실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곳곳에서 간병과 관련한 비명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한국보다 20년 앞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20%를 넘긴 일본을 보자. 한 해 가족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인구가 최소 1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은 여전히 관련 통계가 없다. 노년 부모를 둔 중년의 간병부담조차 제대로 통계가 잡히지 않는 가운데 청년 간병인구도 상당히 많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잇따른다. 종일 간병을 해야 하는 이들은 자연히 사회와도 활발히 소통하기 어렵다. 간병해야 할 환자와 함께 간병인 역시 좁은 집 안에 갇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간병부담은 사회적 공포다. 언제 우리 가족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상태로 무너질지 모른다. 가족 구성원의 무너짐은 곧 나의 무너짐이기도 하다.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상태로 개인에게 큰 부담을 지우는 현실 가운데 간병은 공포의 대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영화 <간병> 스틸컷

영화 <간병> 스틸컷 ⓒ GIFF

 
공포의 소재가 된 간병

조규현 감독의 <간병>은 간병에 대한 공포를 스크린 위로 옮긴 작품이다. 노인을 간병해야 하는 청년 노동자는 그가 공무원인지 민간 하청업체 소속인지 알기 어렵다. 간병체계를 산업논리에 따라 짜 놓은 한국의 현실에서 사회복지 노동자가 영세한 민간업체 소속으로 고된 노동에 투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어둡고 조용한 방에서 세상과 단절돼 있다. 지치고 피곤한 표정으로 깨어난 청년은 불 꺼진 방에 홀로 누운 노인에게 약을 가져다준다. 그는 책상으로 돌아와 노인을 돌보며 있었던 특이사항을 정리한다. TV와 라디오를 켜보지만 아무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집은 고립돼 있다.

깊은 새벽,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청년은 공포감을 느낀다. 문을 두드린 이는 제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문을 열어봐도 보이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반전의 시간이 시작된다.

영화는 다소 흔하게 여겨질 수 있는 반전과 서스펜스적인 분위기로 승부를 건다. 요양보호사와 그에게 간병 받는 노인이 러닝타임 대부분을 채우는 가운데 기묘한 분위기가 관객을 긴장시킨다. 신인감독의 미숙한 연출이 조금은 아쉽지만 어두컴컴한 방 안에 남겨진 요양보호사와 환자의 단절되고 고립된 상황이 관객에게 전해주는 감상만큼은 분명하다.
 
 영화 <간병> 스틸컷

영화 <간병> 스틸컷 ⓒ GIFF

 
섬뜩한 결말, 영화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몸을 움츠렸다. 일부는 보기 섬뜩했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다소 쌀쌀한 강릉의 가을날, 영화가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차갑게 한다. 멀리 있는 공포라서가 아니다. 언제고 당할 수 있는, 그러나 아직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요양은 이미 공포가 됐다. 직장을 그만두고 가족 중 한 명이 간병을 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어난다. 제 일을 포기할 수 없어 간병인을 구한다 해도 서비스의 질이 높지 않고 비용 역시 감당하기 쉽지 않다. 현재 기본 간병비는 주간만 해도 12만 원 선에 형성돼 있다. 여기에 각종 서비스를 덧붙이면 부담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간병인들에게 정서적 지지와 인간에 대한 예의 및 윤리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간병인과의 관계에서 갈등을 빚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문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기본 서비스만 200만원을 훌쩍 넘고 보다 나은 간병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그 2배가 넘는 비용을 지출하는 가정도 많다. 간병이 재앙인 이유다.

뒤늦게 여야 대선 유력 후보들이 간병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하고 나섰다. 사회가 비로소 간병을 책임지려 하는 것인지, 또 한 번 허망한 정치적 구호로 남을지 갸웃하는 시선이 많다. 바로 지금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간병>과 같은 섬뜩한 영화가 더는 영화로만 남지 않을지도 모른다.
 
 영화 <간병> 스틸컷

영화 <간병> 스틸컷 ⓒ GIFF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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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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