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좌완 투수 오주원.

키움 히어로즈의 좌완 투수 오주원. ⓒ 키움 히어로즈 홈페이지

 
히어로즈의 '좌완 마당쇠' 오주원이 18년의 프로생활을 마감한다.

키움 히어로즈 구단은 26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올해까지 한 번의 이적 없이 '원클럽맨'으로 활약했던 좌완 오주원이 올 시즌을 끝으로 18년의 현역생활을 마감한다고 발표했다. 오주원은 구단을 통해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27년 동안 원 없이 공을 던졌다. 히어로즈에서 오래 뛸 수 있어 기뻤고 자부심을 느낀다. 좋은 기억만 가지고 웃으면서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다.

오주원은 프로 18년 동안 선발과 마무리, 원포인트 릴리프까지 다양한 보직을 소화하면서 통산 584경기에 등판해 41승 57패 25세이브 84홀드 평균자책점4.67의 성적을 올렸다. 키움 관계자는 "오주원 선수는 원클럽맨으로 많은 활약을 펼친 프랜차이즈 스타다. 그동안 쌓은 다양한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해 줄 수 있도록 은퇴 후 거취에 대해 구단과 논의 중이다"라며 은퇴식은 내년 시즌에 거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4년 신인왕 이후 불펜 투수로 변신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나 김광현, 양현종처럼 마운드를 이끌어 갈 에이스 선발투수도 필요하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나 손승락처럼 뒷문을 든든히 지켜줄 마무리 투수도 필요하다. 투수의 분업화가 잘 이뤄진 현재는 장현식(KIA타이거즈)이나 주권(kt 위즈), 정우영(LG트윈스)처럼 마무리 못지 않은 구위와 단단한 심장을 가진 셋업맨들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매 경기를 선발-셋업-마무리로 깔끔하게 끝낼 수는 없는 법이다.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는 날도 있고 마무리까지 투입했지만 경기가 연장전으로 길게 늘어지는 날도 있고 승부처 위기에서 한 타자를 상대하는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할 때도 있다. 물론 기존 선발투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자신의 순서에 나올 수 없게 되는 경우엔 임시선발을 투입해야 한다. 오주원은 바로 이렇게 팀에서 필요한 궂은 일을 주로 담당하던 투수였다.

물론 오주원도 프로에서의 시작은 꽤나 화려했다. 청원고(구 동대문상고)를 졸업하고 200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현대에 입단한 오주원은 입단 첫 해 선발투수로 10승 9패 3.99의 성적을 기록하며 '중고신인' 권오준(삼성 퓨처스 스카우트)을 제치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오주원이 현대, 그리고 KBO리그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좌완 선발투수로 성장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2005년 1승 11패 6.01로 지독한 2년 차 징크스를 경험한 오주원은 2006년 새로 입단한 장원삼과 이현승(두산 베어스)에 밀려 단 4경기 출전에 그쳤고 2006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했다. 오주원은 2009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로 재창단된 팀에 합류하며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변신했다. 특히 2011년에는 64경기에 등판해 20홀드로 홀드 부문 3위에 오르면서 불펜투수로 '성공시대'를 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오주원은 2012년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으며 히어로즈가 창단 후 처음으로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던 2013년 10경기 등판에 그쳤다. 루키 시즌 이후 가장 많은 5승을 올렸던 2014년 오주원은 2004년 이후 생애 두 번째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오주원은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등판해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3일 휴식 후 등판한 6차전에서는 2.1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히어로즈를 우승으로 이끌지 못했다.

30대 중반에 찾아온 '제2의 전성기'

2004년 프로에 입단한 오주원은 11년 동안 26승에 그쳤다. 루키 시즌에 기록한 10승을 제외하면 오주원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거둔 연 평균 승수는 1.6승에 불과했다. 그렇게 평범한 투수로 전락하던 오주원은 2016년 3승 2패 2세이브 7홀드 4.41을 기록하며 팔꿈치 수술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시즌을 보냈다. 참고로 2016년은 10개 구단 평균 팀 타율이 무려 .290이었던 엄청난 타고투저 시즌이었다.

2016 시즌을 계기로 오주원은 히어로즈의 핵심 좌완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다. 2017년 18홀드로 홀드 부문 3위를 기록한 오주원은 2018년에도 15홀드(8위)를 기록하며 히어로즈의 불펜을 이끌었다. 무엇보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173경기에 등판했을 정도로 베테랑 불펜투수로서 팀 내 공헌도가 단연 돋보였다. 그리고 2019년 묵묵히 마운드에 오르던 오주원에게 드디어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여느 시즌과 마찬가지로 팀의 셋업맨으로 활약하던 오주원은 6월 중순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어깨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자 장정석 감독(KBS N 스포츠 해설위원)으로부터 새 마무리로 낙점됐다. 그리고 오주원은 마무리 전환 후 약 석 달 반의 짧은 기간 동안 18개의 세이브를 수확했다. 비록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1이닝 3실점(2자책)으로 무너졌지만 애초에 오주원이 없었다면 히어로즈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진출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주원은 2019 시즌이 끝난 후 원 소속팀 키움과 계약기간 2년에 총액 7억 원의 조건으로 FA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오주원은 FA계약기간 동안 47경기에 등판해 37.2이닝을 던지며 4승 1세이브 2홀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특히 올해는 평균자책점이 9.31까지 치솟으며 히어로즈 마운드의 '맏형'으로서 전혀 역할을 해주지 못했다. 결국 오주원은 올 시즌을 끝으로 18년의 현역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챙기며 첫 우승을 경험했던 오주원은 이후 17년 동안 두 번째 우승을 경험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게 됐다. 오주원도 은퇴소감을 통해 "히어로즈에서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오주원은 팀이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한결같이 마운드를 지키며 어두운 곳에서 팀을 밝혀 준 히어로즈의 '언성 히어로(이름없는 영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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