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40주년을 맞은 영국 신스팝 밴드 듀란듀란(Duran Duran)이 돌아왔다. < Future Past >는 다양한 음악가와 협업한 < Paper Gods > 이후 6년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이다.
 
 밴드 듀란듀란

밴드 듀란듀란 ⓒ https://duranduran.com

 
40년 세월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여러 레이블을 거쳤고 멤버 변경도 잦았다. 3인 체제로 발표한 앨범 < Medazzaland > < Pop Trash >의 실패는 듀란듀란의 장래를 더 어둡게 했다. 하지만 5인 체제로 돌아온 < Astronaut >로 인기를 회복했고 앤디 테일러(Andy Taylor)를 제외한 네 명의 원년 멤버는 2007년부터 굳건히 밴드를 지키고 있다.

밴드에 힘을 실어준 블러 기타리스트 그레이엄 콕슨

프로듀서 에롤 알칸(Erol Alkan)은 기타리스트 앤디 테일러의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 활동해온 밴드를 위해 그레이엄 콕슨을 초빙했다. 틀에 박힌 작업 방식을 거부한 그레이엄의 태도는 역동성을 더했고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앨범에 꼭 필요한 기타 사운드를 선사했다.

거의 모든 곡의 기타를 연주했으며 작곡가로도 이름을 올린 그레이엄은 오랜 기간 함께 활동했던 멤버처럼 잘 어울렸다. 지난 5월에 열린 '빌보드 뮤직 어워드' 무대에도 함께 올라 신곡과 히트곡을 연주했다.

데뷔 40주년 맞은 밴드의 대담한 행보

예정대로라면 2020년 여름에 나왔을 앨범은 락다운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오랜 기간 멈춘 작업은 올해 초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에롤 알칸은 밴드가 1980년대 사운드에 충실하도록 이끌었다. 예전처럼 함께 라이브로 연주했던 방식을 제안했고 일렉트로닉, 디스코의 영향력을 상기하게 했다.
 
 듀란듀란의 새 앨범 ‘퓨처 패스트’

듀란듀란의 새 앨범 ‘퓨처 패스트’ ⓒ https://duranduran.com

 
앨범엔 총 12곡(디럭스 에디션은 15곡)이 실렸다. 맹렬한 톱 트랙 'Invisible'은 짧고 비장하다. 노랫말은 심오하며 아이디어가 넘친다. 40주년을 자축하는 'Anniversary'는 1980년대 대표곡들을 떠오르게 한다. 엘리자베스 여왕, 엘튼 존, 레이디 가가, 브래드 피트, 다니엘 크레이그, 제니퍼 로페즈, 빅토리아 베컴, 그리고 밴드 멤버들까지 22명의 닮은 사람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흥청망청한 1980년대 파티 분위기를 재현한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All Of You'도 오랜 팬들의 환영을 받을 사운드다. 

일렉트로닉 거장 조르조 모로더(Giorgio Moroder)와의 협업은 멤버들을 기쁘게 했다. 'Tonight United'는 거침없이 나아가는 디스코 트랙으로 보컬과 코러스, 베이스 솔로가 기억에 남는다. 조르조가 닉 로즈(Nick Rhodes)와 함께 키보드를 연주한 'Beautiful Lies'는 심플한 전개와 후렴구가 돋보이는 신스팝이다. 1980년대 펫샵보이즈(Pet Shop Boys)와 퀸(Queen)이 떠오른다.

지금도 왕성히 활동하는 마크 론슨(Mark Ronson)은 'Wing'의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긴박한 흐름과 느린 템포, 기타 사운드가 돋보이는 드라마틱한 곡이다. 스웨덴 팝스타 토브 로(Tove Lo)가 피처링한 'Give It All Up'은 미니멀한 댄스를 지향한다. 이 노래를 아주 마음에 들어 한 토브 로는 더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며 기쁨을 만끽했다. 'Future Past'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노래다. 참고로 래퍼 이보리안 돌(Ivorian Doll), 일본 밴드 차이(CHAI)의 피처링도 다른 곡에서 만날 수 있다.

서정적인 'Future Past'는 견고한 발라드다. 진중한 노랫말, 빼어난 보컬, 아름다운 멜로디가 빛난다. 낯선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 그레이엄은 기발하고 실험적인 'Nothing Less'에서 기타리스트로 또다시 존재감을 드러낸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의 영향력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밴드는 오랜 기간 보위와 함께했던 키보디스트 마이크 가슨(Mike Garson)이 피처링한 'Falling'을 엔딩으로 배치했다. 밴드 멤버들이 단독으로 작곡한 유일한 곡이며 마이크의 연주는 1970년대 보위를 추억하게 한다. 아름답고 품위 있는 마무리다.

새로운 에너지를 강조한 밴드는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다. 'Planet Earth', 'Hungry Like the Wolf', 'Rio', 'A View to a Kill', 'Come Undone'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사운드와 결합한다. 

몇 년 전부터 데뷔 40주년을 기념할 이벤트를 고민해온 밴드는 더 좋은 앨범을 만드는 걸 최선으로 여겼고 < Future Past >라는 걸작을 완성해냈다. 함께 작업하는 걸 진심으로 좋아했던 멤버들은 시련을 이겨냈고, 하나로 뭉친 밴드의 힘을 재차 확인했다. 우리가 사랑해왔던 듀란듀란의 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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