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부터 V리그에 출전하고 있는 여자부의 7번째 구단 AI페퍼스가 배구팬들에게 본격적으로 선을 보였다. AI페퍼스는 지난 19일 'FA최대어' 이소영을 영입하며 전력을 크게 강화한 KGC인삼공사와의 창단 첫 공식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했다. 하지만 1세트를 25-16으로 크게 이기고 2, 3세트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겁 없는 막내 구단의 만만치 않은 패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3일 후 '디펜딩 챔피언' GS칼텍스 KIXX를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인 AI페퍼스는 개막전과는 전혀 다른 경기를 선보였다. 첫 경기에서 1시간 47분 동안 인삼공사를 물고 늘어졌던 AI페퍼스는 GS칼텍스를 상대로 세트를 따내기는커녕 한 세트도 20점을 넘기지 못하며 고전하다가 1시간 8분 만에 0-3으로 완패했다. 토털 스코어가 48-75였을 정도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방적인 패배였다.

이처럼 AI페퍼스가 개막 후 두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인삼공사전처럼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면서 선전한 경기가 있었던 반면에 GS칼텍스전처럼 신생구단의 한계를 여지 없이 드러낸 경기도 있었다. 아직 시즌 개막 후 2경기 밖에 치르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일 수도 있지만 AI페퍼스가 빠른 시간 안에 창단 첫 승을 따내지 못한다면 기존 구단들의 '승점자판기'로 전락할 확률도 적지 않아 보인다.

특별 지명으로 유망주만 수집한 AI페퍼스
 
 선수단에 젊은 유망주들이 즐비한 AI페퍼스는 1996년생 이한비가 주장을 맡고 있다.

선수단에 젊은 유망주들이 즐비한 AI페퍼스는 1996년생 이한비가 주장을 맡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에서는 신생구단이 창단될 경우, 기존 구단들과의 격차를 줄여주기 위해 2가지의 큰 혜택을 준다. 바로 신인 드래프트 우선 지명권과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이다. 지난 2010년 제6구단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그해 세 학교의 졸업생들을 우선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이를 활용해 김희진의 서울중앙여고와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부산 남성여고, 최은지(GS칼텍스)의 진주 선명여고를 차례로 지명했다.

AI페퍼스는 학교를 지명했던 기업은행과 달리 1순위부터 6순위까지의 우선지명권을 얻었다. 올해는 그 시절의 김희진이나 박정아 같은 특급 신인이 없다고 평가 받았기 때문에 특정 학교를 지명하기 보다는 전국 각지의 유망주들을 지명하는 게 더 유리했다. 실제로 AI페퍼스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박사랑과 박은서, 서채원 같은 유망주들을 지명했고 FA 하혜진을 영입하면서 도로공사에 4순위 지명권을 넘겼다.
 
하지만 AI페퍼스는 지난 5월에 열린 보호선수 외 특별지명에서는 기존의 신생구단들과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기업은행은 창단 당시 특별지명을 통해 이효희(도로공사 코치)와 박경낭, 지정희 등 V리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물론 이효희 세터를 제외하면 기업은행에서 롱런한 선수는 없었지만 이정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유망주들과 중견 선수들의 조화를 통해 창단 초기 팀의 기틀을 마련했다.

반면에 AI페퍼스는 특별지명을 통해 이한비와 지민경, 최가은, 최민지, 이현 등 프로 무대에서 한 번도 풀타임 주전 경험이 없는 신예 선수들을 위주로 선발했다. 실업배구에서 활약한 문슬기 리베로(1992년생)를 제외하면 FA로 영입한 1996년생 하혜진이 팀 내 최고참 선수일 정도로 젊은 선수들로 팀을 구성했다. 김형실 감독은 미래를 대비해 성장 가능성을 우선해 젊은 선수들을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첫 승 늦어지면 '승점자판기' 전락할 수도
 
 AI페퍼스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이 득점 공동 6위, 공격성공률 6위로 공격을 이끌고 있다.

AI페퍼스는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이 득점 공동 6위, 공격성공률 6위로 공격을 이끌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신인 선수들이 합류하기 전 선수단 인원이 부족해 컵대회도 출전하지 못한 AI페퍼스는 지난 9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7명의 신인 선수(수련선수 포함)를 선발한 후 비로소 프로팀다운 선수구성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이 합류한 후에도 손발을 맞출 시간은 한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았고 AI페퍼스는 기존 프로 구단 및 고교 팀들과 몇 차례의 연습경기만 치르고 곧바로 시즌에 돌입했다.

현재 AI페퍼스는 개막 후 2경기에서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따내지 못하고 연패를 당했다. 물론 인삼공사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국가대표 선수를 3명이나 보유한 강호였고 GS칼텍스 역시 지난 시즌 '트레블'(컵대회,정규리그,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던 '디펜딩 챔피언'이다. 하지만 AI페퍼스가 경기 그리고 세트마다 심한 기복을 보이며 들쭉날쭉한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물론 이제 막 2경기를 치른 신생구단 AI페퍼스가 조직력이 완전치 않은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AI페퍼스의 조직력은 분명히 점점 나아질 것이다. 하지만 AI페퍼스의 조직력이 좋아질수록 그들의 전력도 상대에게 더 많이 노출된다. 세터의 버릇과 습관, 공격수들이 좋아하는 코스, 리시브가 약한 선수들에 대한 상대의 분석이 끝난다면 AI페퍼스의 어린 선수들은 점점 시즌을 치르기가 힘들어 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AI페퍼스로서는 전력이 상대에게 크게 노출되지 않은 시즌 초반, 한 시라도 빨리 창단 첫 승을 올리는 게 매우 중요하다. 창단 첫 승의 부담에서 빨리 벗어나야 더욱 자신감 있게 경기를 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창단 첫 경기에서 AI페퍼스가 인삼공사에게 첫 세트를 따낼 수 있었던 것도 만만하게 생각했던 동생들이 두려움 없이 언니들에게 덤벼들며 인삼공사의 노련한 선수들을 당황시켰기 때문이다.

시즌 막바지가 되면 각 팀의 순위와 봄 배구 진출팀이 결정되고 체력비축을 위해 상위권 팀들도 마지막 1~2경기는 주전 선수들을 제외한 채 경기를 치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AI페퍼스의 창단 첫 승 시기가 6라운드 후반이 된다면 2021-2022 시즌 '제7구단' AI페퍼스의 참여로 인한 리그의 재미는 크게 반감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AI페퍼스의 창단 첫 승 시기가 빨라질수록 V리그 여자부의 흥미도 더욱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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