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잠실라이벌' LG와의 시즌 마지막 3연전을 1승 2무로 마쳤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트윈스와의 더블헤더 경기에서 1차전 5-4 끝내기 승리에 이어 2차전 3-3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즌 29세이브를 기록하고 있는 LG의 마무리 고우석에게 하루 동안 1패 1블론세이브를 안긴 두산은 이날 삼성 라이온즈와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SSG랜더스를 반 경기 차로 제치고 4위 자리를 탈환했다(67승 8무 64패).

두산은 1차전에서 마무리 김강률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지만 9회말 정수빈의 3루타에 이어 박건우가 끝내기 땅볼을 기록하며 승리했다. 2차전에서는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후 대타 양석환이 천금 같은 동점홈런을 터트렸다. 하지만 이날 두산에서 가장 빛났던 선수는 따로 있었다. 1차전에서 삼진 4개를 잡아내며 고 최동원의 기록을 넘어 단일시즌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225삼진)을 세운 두산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그 주인공이다.

주형광-류현진-선동열도 넘지 못한 최동원의 기록

1982년까지 실업야구에서 활약하다가 1983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최동원은 프로 2년 차 시즌이었던 1984년 51경기에 등판해 284.2이닝을 던지며 27승 13패 6세이브 223탈삼진 평균자책점 2.40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기록이 더 크게 부각됐고 최동원의 223탈삼진 기록이 경신되는 데 무려 3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릴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동원의 기록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선수는 최동원의 롯데 직속 후배인 주형광이었다. 주형광은 또래들보다 학교를 일찍 다니는 바람에 프로 입단도 1년 빨랐고 덕분에 투수 부문의 각종 최연소 기록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만 20세의 나이에 전성기가 찾아온 주형광은 프로 3년 차 시즌이었던 1996년 216.2이닝을 던지며 18승 7패 1세이브 221탈삼진 3.36의 성적을 기록했지만 최동원에 단 2개가 부족해 새 기록을 세우지 못했다.

2006년에는 또 한 명의 '좌완 삼진 머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등장했다. 루키 시즌부터 201.2이닝을 던지며 204탈삼진을 기록하는 범상치 않은 기록을 세운 류현진은 KBO리그에서 활약한 7년 동안 무려 5번이나 탈삼진왕에 등극했다. 특히 2012년에는 9이닝당 평균 10.3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210탈삼진을 기록했는데 당시 해외진출을 앞두고 182.2이닝 밖에(?) 소화하지 않으며 최동원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전히 투수에 관련된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무등산 폭격기' 선동열도 현역 시절 3번에 걸쳐 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다. 선동열이 1986년 262.2이닝을 던지며 214탈삼진을 기록할 때까지만 해도 많은 야구팬들은 선동열이 조만간 최동원의 삼진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선동열은 1991년 203이닝을 던졌던 것을 제외하면 커리어 내내 한 번도 200이닝을 넘게 소화하지 않았다.

외국인 투수들에게도 최동원의 기록은 '불멸'이었다. 지난 2001년 SK 와이번스에서 활약하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가 233.2이닝을 소화하며 215탈삼진을 기록했지만 혹사의 후유증으로 이듬해 단 2승에 그쳤다. '댄학길'로 불리는 롯데의 댄 스트레일리도 작년 194.2이닝 동안 205탈삼진을 기록하며 19년 만에 200탈삼진을 돌파한 외국인 투수가 됐지만 역시 최동원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했다.

편견 이겨내고 역대 최고의 'K머신' 등극
 
두산 미란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 대기록 달성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 대 두산 경기. 3회초 한 시즌 최다 탈삼진 대기록을 달성한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가 이닝을 마친 뒤 관중을 향해 모자를 벗어 감사를 표하고 있다.

▲ 두산 미란다, 한 시즌 최다 탈삼진 대기록 달성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LG 대 두산 경기. 3회초 한 시즌 최다 탈삼진 대기록을 달성한 두산 선발 아리엘 미란다가 이닝을 마친 뒤 관중을 향해 모자를 벗어 감사를 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년 12월 두산이 총액 80만 달러에 미란다 영입을 발표했을 때만 해도 이 소식은 야구팬들에게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미란다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를 두루 경험했던 좌완 파워피처였지만 직전 시즌에 활약한 무대가 대만 프로야구였다는 점이 팬들의 우려를 낳았다. 실제로 대만은 에스밀 로저스(중신 브라더스), 브록 다익손(퉁이 라이온스) 등 KBO리그에서 실패한 외국인 선수들이 뛰는 무대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미란다가 보여준 구위는 야구팬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시즌 개막 후 첫 5경기에서 4승을 기록한 미란다는 이후 9경기에서 1승 3패에 그치며 다소 기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란다는 7월 시즌이 중단되기 직전 2경기 연속으로 8이닝 투구를 펼쳤고 올림픽 휴식기가 끝난 후에도 연일 호투행진을 이어가며 리그에서 가장 위력적인 투수 중 한 명으로 거듭났다.

역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미란다의 폭발적인 탈삼진 능력이다. 완전한 오버핸드에 가까운 투구폼으로 높은 타점에서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미란다는 빠른 공과 스플리터 조합을 무기로 많은 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실제로 미란다는 올 시즌 두 자리 수 탈삼진을 기록한 경기가 8번에 이르고 9이닝당 평균 11.7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역대 그 어떤 선발 투수보다도 높은 삼진율을 기록하고 있다.

19일 삼성전까지 221탈삼진을 기록하며 신기록 수립 초읽기에 들어갔던 미란다는 24일 L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드디어 대기록을 세웠다. 1회 시속 150km의 빠른 공으로 채은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운 미란다는 2회에도 이영빈을 루킹삼진으로 잡아냈다. 그리고 3회 리그에서 가장 공을 잘 보는 출루율 1위(.455) 홍창기를 상대로 헛스윙삼진을 유도하며 최동원의 기록을 37년 만에 넘어서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현재 두산은 또 한 명의 외국인 투수 워커 로켓이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많은 야구팬들이 미란다의 탈삼진 기록에 주목하고 있지만 사실 올 시즌 미란다의 진짜 가치는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173.2이닝을 소화해 주고 있는 꾸준함에 있다. KBO리그 탈삼진 부문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쓴 미란다는 과연 치열한 순위경쟁을 하고 있는 두산을 7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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