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펜딩 챔피언 LA 다저스에 좋은 선수들은 많았다. 그러나 기본적인 전력에 공백이 생긴 이상 가을에 빈 자리를 완벽하게 채울 수는 없었다. 결국 다저스는 2021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2승 4패로 2년 연속 우승 도전을 멈추게 됐다.

23일(아래 한국 시각)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6차전에서 끝났고, 24일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도 6차전에서 끝났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다저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대결이 성사되었지만, 지난해와 입장이 달랐다.

코로나 19로 인해 단축 시즌으로 진행되긴 했지만, 다저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30팀 중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며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다만 지난해에는 방역 문제로 인해 중립 경기장에서 포스트 시즌이 진행되었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아메리칸리그 경기장인 글로브 라이프 필드(텍사스 레인저스 홈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와일드 카드의 핸디캡... 성적이 좋아도 홈 어드밴티지 없어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에디 로사리노(오른쪽)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제) 6차전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를 공략해 3점 홈런을 친 뒤, 3루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외야수 에디 로사리노(오른쪽)가 2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7전4승제) 6차전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선발 워커 뷸러를 공략해 3점 홈런을 친 뒤, 3루에서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지난해에 중립 경기장에서 열렸던 포스트 시즌은 와일드 카드 시리즈, 디비전 시리즈 그리고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까지는 시리즈 중간 이동 및 휴식일이 없었다. 휴식일 없이 챔피언십 시리즈 7연전을 진행했는데, 다저스는 1승 3패 뒤 3연승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다(3차전 승리, 5~7차전 3연승).

올해도 다저스는 정규 시즌에서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정규 시즌 106승 56패(0.654)의 기록은 다른 디비전이었으면 충분히 디비전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성적이었다. 그런데 다저스는 106승에도 불구하고 내셔널리그 승률 1위를 기록하지 못하고 리그 2위에 그쳤다.

하필이면 내셔널리그 1위 승률을 거둔 팀은 다저스와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있었다. 그것도 뉴욕에 연고를 두고 있었을 때부터 숙명의 라이벌 관계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107승 55패 0.660)에게 서부지구 우승을 빼앗겼다.

결국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에서 와일드 카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역대 최다 승률 와일드 카드 팀이 됐다. 정규 시즌 성적이 다른 지구의 디비전 챔피언보다 좋다고 하더라도 와일드 카드 팀에게는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지 않는 핸디캡이 있다.

물론 와일드 카드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챔피언까지 오른 팀들도 있다. 와일드 카드로 월드 챔피언까지 거둔 사례는 2002년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2003년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2011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그리고 2014년 자이언츠가 있었다.

그러나 2012년부터 와일드 카드 게임이 도입된 이후 와일드 카드 팀이 월드 챔피언에 오르려면 기존 11승(디비전 시리즈 3승, 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4승, 월드 시리즈 4승)에 1승이 더 필요해졌다. 와일드 카드 게임이 도입된 이후 12승을 거두고 월드 챔피언까지 올랐던 팀은 2014년의 자이언츠 밖에 없었다.

와일드 카드 게임이 도입된 이후 와일드 카드 팀들은 디비전 챔피언들에 비해 투수 운영에 있어서도 핸디캡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단판 승부에서 1선발이 등판하고 나면 디비전 시리즈에서 3차전 선발 등판만 가능한 일정이기 때문에 투수 운영 일정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됐다.

반면 디비전 챔피언들은 정규 시즌이 끝난 뒤 아메리칸리그는 3일, 내셔널리그는 4일의 휴식 후 디비전 시리즈를 치르게 됐다. 팀 체력 문제에서부터 차이가 생기기 때문에 디비전 챔피언들에게 큰 어드밴티지가 주어진 셈이다. 물론 지난해에 한정하여 와일드 카드 라운드가 3전 2선승제의 시리즈로 치러졌기 때문에 지난해에는 이러한 점은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다.

커쇼의 이탈, 꼬여 버린 선발투수 운영

정규 시즌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다저스의 간판 왼손 투수라 할 수 있었던 클레이튼 커쇼가 부상으로 포스트 시즌 합류가 불발됐다. 팔꿈치 부상이 발견되었는데, 인대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것이다. 데이비드 프라이스(좌)는 2020년 시즌을 쉬었기 때문에 2021년 풀 타임 선발투수로 등판하지 못했다.

와일드 카드 게임에서는 2019년 워싱턴 내셔널스의 우승을 견인했던 맥스 셔저가 선발로 등판했다. 9월에 17연승의 돌풍을 일으켰던 가을 좀비 카디널스를 상대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지만 9회말 크리스 테일러의 활약으로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뉴욕에서 시작하여 캘리포니아 주로 옮겨 라이벌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자이언츠를 만났다. 숙명의 라이벌 다저스와 자이언츠가 포스트 시즌에서 맞대결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그랬던 만큼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펼쳤다.

다저스는 1차전은 워커 뷸러(우), 2차전은 훌리오 우리아스(좌), 3차전은 셔저(우)가 순서대로 등판했으나 4차전에 내보낼 다른 투수가 없었다. 결국 뷸러가 3일 휴식 후 4차전에 등판할 수 밖에 없었고, 다저스는 뷸러를 일찍 내린 뒤 구원투수를 5명이나 동원한 끝에 간신히 승리했다.

5차전은 4일 휴식을 취한 우리아스가 3번째 투수로 등판하는 오프너 작전을 썼다. 8회에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이 등판했고, 9회에는 2일을 쉰 셔저가 마운드에 올라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미 디비전 시리즈부터 뷸러와 우리아스 그리고 셔저까지 3명의 선발투수가 모두 2번씩 등판하는 혹사를 한 셈이었다.

디비전 시리즈 5차전에서 셔저가 구원 등판을 하는 바람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다저스는 아예 불펜 이어던지기로 경기를 진행했다. 철저한 분업으로 8명의 투수가 등판했지만 타선의 부진으로 9회말 끝내기 패배를 당하며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도 다저스는 타선이 넉넉하게 점수를 지원하지 못했다. 결국 불안한 리드를 지키자는 취지로 선발투수 자원인 우리아스가 경기 후반에 또 구원 등판했으나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 역전패까지 당하면서 선발 로테이션 운영은 완전히 꼬이고 말았다.

3차전에서는 뷸러가 3.2이닝 동안 79구를 던지고 내려갔다. 그래도 다저스의 타선이 끈질기게 상대 선발투수 찰리 모튼을 물고 늘어지면서 브레이브스의 불펜 소모를 이끌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문제는 다저스가 어떻게든 이겨야 했던 3차전의 승리를 위해 무려 9명의 투수를 소모했다는 점이었다.

선발투수들까지 구원 등판을 하면서 투수들이 정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4차전에서 분업은 잘 이뤄졌지만 우리아스가 홈런을 3개나 허용하면서 지친 모습을 보여줬고, 다저스는 1승 3패로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 탈락 막지 못한 뷸러

다저스는 또 불펜 데이로 5차전을 겨우 승리하며 저력을 보였지만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시리즈 중 부상으로 저스틴 터너와 조 켈리가 이탈했고, 베테랑 투수 셔저는 데드암 증상으로 인하여 회복이 더디면서 6차전 선발 등판이 불가능했다. 셔저는 2019년 월드 시리즈에서도 1차전 등판 후 경미한 부상으로 5차전 대신 7차전으로 등판이 한 차례 미뤄진 적이 있었다(당시에는 우승).

결국 뷸러가 또 3일 휴식 후 등판을 강행했다. 그리고 지쳤던 뷸러는 4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패배를 막지 못했다. 다저스는 2013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커쇼가 3일 휴식으로 1차전과 4차전을 등판한 뒤 NLCS 6차전에서 처참하게 무너지며 탈락한 적이 있었고, 이후 커쇼가 포스트 시즌에서 부진한 영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4회말 뷸러를 무너뜨린 에디 로사리오는 이 활약으로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다저스는 7회초 공격에서 1점을 보태며 추격했으나, 승부처에서 타일러 마첵을 상대로 3타자 연속 삼진을 당하며 더 이상 추격하지 못했다.

다저스에게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9시즌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통해 쌓인 가을야구 단기전에서의 관록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3명의 선발투수들이 불펜 알바까지 했고, 불펜 데이까지 감수하면서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 시리즈를 어떻게 6차전까지 끌고 왔다.

그러나 결국 핵심 선수들의 부상 이탈 앞에서는 답이 없었다. 커쇼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한 시즌을 쉬었던 프라이스가 정상적인 풀 타임 선발 시즌을 보낸 것도 아니었다. 한 경기를 책임질 선발투수 4명을 채우지 못한 것부터 피로 누적의 원인이 된 것이다.

22년 만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오른 브레이브스

브레이브스는 무려 22년 만에 내셔널리그 챔피언에 올랐다. 심지어 브레이브스는 이번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 10팀 중 정규 시즌 승률이 제일 낮았음에도 불구하고(88승 73패 0.547), 포스트 시즌에서 밀워키 브루어스(95승 67패 0.586)와 다저스를 상대로 도장깨기에 성공했다.

브레이브스는 본래 메이저리그 30팀 중 가장 많은 지구 우승 횟수(21시즌)를 기록했을 정도로 전통의 강팀이었다. 특히 1991년부터 2005년까지는 15년 연속 동부지구 1위와 함께 14시즌 연속 동부지구 우승(파업 시즌이었던 1994년은 시상 제외)의 기록을 냈을 정도였다.

그러나 브레이브스는 우수한 정규 시즌 성적과 별개로 포스트 시즌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적이 많았다. 내셔널리그 우승은 이번 2021 시즌까지 18회나 되지만, 월드 챔피언까지 성공한 적은 단 보스턴 브레이브스와 밀워키 브레이브스 시절까지 포함하여 단 3회(1914, 1957, 1995)에 불과한데, 각 연고지에서 한 번 씩만 우승한 기록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도 1999년을 마지막으로 없다가 무려 22년 만에 거둔 성과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처음 이뤄낸 리그 챔피언의 기록이다. 이제 브레이브스는 1995년 이후 무려 26년 만에 월드 챔피언 트로피 탈환에 도전하게 된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브레이브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맞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스트로스가 2012년까지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있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 내셔널리그 포스트 시즌에서는 몇 차례 만난 적이 있다.

브레이브스와 애스트로스가 포스트 시즌에서 만난 최근의 기록은 2004년과 2005년 2년 연속 만난 디비전 시리즈가 마지막이었다. 두 번 모두 브레이브스가 디비전 챔피언으로, 애스트로스가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만났다. 그러나 결과는 2004년에 3승 2패, 2005년에 3승 1패로 애스트로스가 시리즈를 승리한 적이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2005년 리그 챔피언 1회에 그쳤던 애스트로스는 2013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로 옮긴 뒤, 2017년 드디어 월드 챔피언에 올랐다. 그러나 이후 사인 훔치기 스캔들이 밝혀지면서 기록에 얼룩이 졌고, 이번 포스트 시즌에서 다시 정정당당한 우승에 도전한다. 각자 한 많은 스토리를 지닌 브레이브스와 애스트로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어떤 승부를 연출할지 지켜보자.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MLB 메이저리그야구 내셔널리그챔피언십시리즈 로스앤젤레스다저스 애틀랜타브레이브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