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웨폰>과 <탱고와 캐시>, <48시간>, <러시아워>, <21점프 스트리트>,  <디 아더 가이스>는 공통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형사가 파트너를 이뤄 사건을 해결해가는 할리우드의 형사물이다. 두 사람의 성격과 캐릭터가 다르면 다를수록 관객들이 느끼는 재미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통쾌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중 <리셀웨폰>과 <러시아워>는 3,4편까지 제작되며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영화에서도 성격이 맞지 않는 두 형사가 콤비를 이뤄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들은 꽤 많이 만들어졌다. 전설의 안성기와 박중훈 콤비에서 박중훈과 김보성, 그리고 김보성과 권민중으로 이어지는 콤비형사들이 등장하는 <투캅스>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정진영, 양동근 콤비의 <와일드카드>, 박서준과 강하늘이 뭉친 <청년경찰>, 여성경찰 콤비가 등장하는 <걸캅스>등이 형사콤비가 등장하는 한국영화들이다.
 
이처럼 형사콤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이유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두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면서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꾸준히 관객들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부모로부터 거액의 유산을 물려 받은 바람둥이 형사와 네 식구의 생계를 돌봐야 하는 생계형 형사의 콤비 플레이가 인상적인 영화 <나쁜 녀석들>도 어울리지 않는 캐릭터들의 시너지가 주는 재미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15년에 걸쳐 3부작으로 제작된 <나쁜 녀석들>은 세계적으로 8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15년에 걸쳐 3부작으로 제작된 <나쁜 녀석들>은 세계적으로 8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주)

 
'대중 친화적 감독' 마이클 베이의 데뷔작

세계에서 시장이 가장 큰 미국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감독을 꼽으라면 아마도 수천, 수만 개의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만큼 영화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고 따로 정답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대중 지향적이고 통쾌한 상업 영화를 잘 뽑아내는 감독 중 한 명이 마이클 베이라는 의견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마이클 베이는 '상업성'으로 똘똘 뭉친 감독이다.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 감독들이 그런 것처럼 마이클 베이 역시 영화 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뮤직비디오와 CF 감독으로 활동했다(마이클 베이 외에도 리들리 스콧 감독과 마이클 만, 데이빗 핀처, 잭 스나이더 등도 CF 감독 출신의 영화 감독들이다). 마이클 베이는 20대 시절부터 많은 팝스타들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고 미국 적십자광고를 연출하며 '광고계의 아카데미'라는 클리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렇게 뮤직비디오와 CF 감독으로 활동하던 마이클 베이는 <탑건>과 <비버리 힐스 캅>을 제작했던 제리 브룩하이머를 만나 1995년 액션영화 <나쁜 녀석들>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정식 데뷔했다. 마이클 베이 특유의 감각적이면서도 경쾌한 연출과 신예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진 <나쁜 녀석들>은 1900만 달러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져 세계적으로 1억4000만 달러의 쏠쏠한 흥행성적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1996년 <더 락>, 1998년 <아마겟돈>을 성공시키며 흥행감독으로 자리를 굳힌 마이클 베이는 2007년부터2017년까지 5편의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연출하며 세계적인 상업영화 감독으로 우뚝 섰다. 11년 동안 총 5편에 걸쳐 개봉된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무려 43억 달러가 넘는 엄청난 흥행 성적을 올렸다. 영화의 완성도와 평가를 떠나 마이클 베이 감독과 제작사는 <트랜스포머>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사실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는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스케일이 큰 폭발 장면과 화려한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도 많지만 단순한 연출과 어설픈 스토리는 언제나 비판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마이클 베이 감독은 지난 2019년 넷플릭스 영화 <6 언더그라운드>를 크게 히트시켰고 오는 2022년에는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신작 <앰뷸런스>를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증인의 오해로 역할이 바뀐 마커스와 마이크
 
 마틴 로렌스(왼쪽)와 윌 스미스의 케미는 <나쁜 녀석들>이 가진 가장 큰 재미요소다.

마틴 로렌스(왼쪽)와 윌 스미스의 케미는 <나쁜 녀석들>이 가진 가장 큰 재미요소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주)

 
사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경찰이 파트너로 만나 좌충우돌 소동을 벌인 끝에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물은 전혀 새로운 장르가 아니다. <나쁜 녀석들> 역시 전형적인 형사물의 흥행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들은 이 뻔한 이야기를 진부하게 느끼지 않았다.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온 두 젊은 배우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의 환상적인 궁합, 그리고 두 배우가 가진 매력 때문이었다.

힙합가수 겸 배우였던 윌 스미스는 1988년 그래미상 베스트 랩 퍼포먼스상을 수상한 유명 래퍼였지만 배우로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마틴 로렌스 역시 <나쁜 녀석들>에 출연하기 전까지는 TV시트콤을 위주로 활동하던 배우였다. 하지만 윌 스미스와 마틴 로렌스는 마이클 베이 감독이 펼쳐 놓은 멍석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종횡무진 활약하며 자칫 평범한 형사물이 될 뻔 했던 <나쁜 녀석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초반 마이크(윌 스미스 분)와 마커스(미틴 로렌스 분)가 우연히 차량 강도를 만나는 장면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두 사람은 서로 말싸움을 하면서 강도를 당황하게 만들다가 이어지는 급소 공격으로 상황을 역전시킨다. 서로 설전을 벌이며 상대를 방심시키는 것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두 사람만의 방식으로 이는 영화 중반 마이크와 마커스를 강도로 오인한 상점 주인을 제압할 때도 똑같이 써먹는다.

<나쁜 녀석들>의 주요 웃음포인트는 영화 속에서 살인 사건을 목격한 증인 줄리(티아 레오니 분)가 두 사람의 정체를 오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당장 줄리에게 진실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 마이크와 마커스는 할 수 없이 서로 이름과 신분을 바꿔 행동한다. 마커스는 처음엔 호화로운 부자 바람둥이 상황극을 즐기지만 아내와 단 둘이 있게 되는 마이크를 믿지 못하고 자기 집으로 숨어 들어가며 많은 웃음을 자아낸다.

사실 <나쁜 녀석들>에서는 웃기는 장면도, 고생하는 장면도 윌 스미스보다 마틴 로렌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심지어 엔딩 크래딧에서도 마틴 로렌스의 이름이 먼저 등장한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 이후 배우로서의 인지도는 <인디펜던스 데이>,<맨인블랙>에 차례로 출연한 윌 스미스가 <나쁜 녀석들> 시리즈와 <경찰서를 털어라>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는 마틴 로렌스보다 훨씬 높아졌다. 

미 국무부장관으로 변신한 <나쁜 녀석들>의 줄리
 
 <나쁜 녀석들>의 터프한 여주인공 티아 레오니는 2014년 <마담 세크리터리>에서 미 국무부 장관으로 변신했다.

<나쁜 녀석들>의 터프한 여주인공 티아 레오니는 2014년 <마담 세크리터리>에서 미 국무부 장관으로 변신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주)

 
남자 형사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에서 여성캐릭터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한정돼 있다. <나쁜 녀석들> 역시 두 남자 형사의 활약을 다룬 액션 영화이기 때문에 여주인공 캐릭터의 비중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공 중 한 명과 애틋한 러브라인을 만들려 해도 마커스는 아이 셋을 키우는 유부남이었고 마이크는 순애보와는 거리가 먼 돈 많은 바람둥이 역할이었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의 히로인 티아 레오니는 영화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줄리는 눈 앞에서 친구가 무참히 살해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사건해결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중요한 증인이다. 게다가 마커스와 마이크의 존재를 잘못 알고 오해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 만약 줄리가 마커스와 마이크를 처음부터 제대로 인지했다면 <나쁜 녀석들>의 장르에서 관객들을 웃게 하는 장면들은 대거 제외됐을 것이다.

줄리는 잔뜩 겁에 질려 있다가 경찰의 설득 끝에 용의자들의 몽타주를 보면서 범인을 찾아내는 소극적인 증인과는 거리가 멀다. 줄리는 총을 든 범죄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도 당당히 차문을 열고 나와 "나도 밤새 잠복했으니 엿볼 권리가 있어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영화 속 여주인공의 위치였기 때문에 별 일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현실에서 이런 증인이 있었다면 경찰들에 의해 바로 격리됐을 것이다.

<나쁜 녀석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주목 받은 레오니는 이후 <쥬라기 공원3>와 <뻔뻔한 딕&제인>, <딥 임팩트>, <패밀리맨> 등에 출연했다. 2014년에는 드라마 <마담 세크리터리>에 출연해 미국 국무부 장관 엘리자베스 애덤 맥코드를 연기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은 레오니는 2014년부터 <마담 세크리터리>에 함께 출연한 팀 데일리와 교재중이다. 참고로 그의 두 번째 남편은 <X파일>의 멀더로 유명한 데이비드 듀코브니였다(2014년 이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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