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NBA에서는 '서고동저'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서부 컨퍼런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실제로 LA레이커스와 샌안토니오 스퍼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 21세기 왕조시대를 열었던 구단들은 모두 서부 컨퍼런스에 속한 팀이었다. 동부에서도 마이애미 히트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수 년 동안 연속으로 파이널에 진출했지만 이는 그 팀에 '킹' 르브론 제임스(레이커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케빈 듀란트(브루클린 네츠)와 카와이 레너드(LA 클리퍼스) 등 서부 컨퍼런스의 슈퍼스타들이 동부 컨퍼런스 구단으로 이적하면서 서고동저의 흐름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2018-2019 시즌의 토론토 랩터스에 이어 지난 시즌의 밀워키 벅스 등 동부컨퍼런스의 팀들이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NBA를 주도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서부 컨퍼런스 구단들에게는 자존심 상하는 결과였다.

지난 시즌에도 파이널 우승을 동부 컨퍼런스의 밀워키에게 내준 서부 컨퍼런스는 이번 시즌 다시 왕좌를 되찾아 오려 한다. '지치지 않는 백전노장' 제임스가 이끄는 레이커스와 '판타지 스타' 스테판 커리가 건재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그리고 지난 시즌 서부 컨퍼런스 챔피언 피닉스 선즈 등이 이번 시즌 서부 컨퍼런스의 흥미로운 경쟁구도를 이끌 핵심 구단들로 꼽힌다. 

18번째 우승 위해 베테랑 대거 영입한 레이커스

2019-2020 시즌 파이널 우승팀 레이커스는 지난 시즌 데니스 슈뢰더(보스턴 셀틱스)와 몬트레즐 해럴(워싱턴 위저즈), 마크 가솔 등 포지션 별로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해 파이널 2연패에 도전했다. 하지만 제임스와 앤서니 데이비스를 비롯한 핵심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시즌 내내 출전과 결장을 반복하며 완벽한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고 결국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피닉스 선즈에게 패하며 조기 탈락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긴 레이커스는 이번 시즌에도 내일이 없는 '윈나우' 정책으로 파이널 우승에 재도전한다. 무려 5개 팀이 포함된 초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트리플더블 머신' 러셀 웨스트브룩을 영입한 레이커스는 드와이트 하워드, 카멜로 앤서니, 라존 론도, 트레버 아리자, 다안드레 조던, 켄트 베이즈모어 등 우승에 목마른 30대 노장들로 로스터를 채웠다. 그야말로 '우승이 아니면 실패'라고 할 수 있는 시즌에 돌입하는 셈이다.

최근 7번의 시즌 동안 3번이나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던 골든스테이트는 '판타지 스타' 스테판 커리가 평균 32득점을 퍼부으며 생애 두 번째 득점왕을 차지하고도 서부 컨퍼런스 8위에 머물렀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시절 20득점 이상 기록하던 2옵션 앤드류 위긴스가 18.6득점으로 주춤한 것이 아쉬웠다. 여기에 큰 기대를 모았던 루키 빅맨 제임스 와이즈먼도 경험부족을 드러내며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스플래시 브라더스'의 일원인 클레이 탐슨이 복귀할 예정이다. 커리를 제외하면 리그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슈터인 탐슨이 정상적으로 복귀한다면 골든스테이트도 충분히 대권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접종을 거부하던 위긴스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4일 백신을 접종하면서 골든스테이트는 큰 고민을 덜어낸 채 시즌을 맞을 수 있게 됐다.

레너드와 폴 조지로 이어지는 공수겸장 원투펀치를 보유한 클리퍼스는 전방십자인대부상을 당한 레너드의 시즌 소화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레너드의 유무에 따라 클리퍼스는 파이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과 플레이오프 진출에 만족하는 팀 사이를 오갈 수 있다. 수비전문 선수에 가까웠던 패트릭 배벌리(미네소타) 대신 선택한 공격형 포인트가드 에릭 블렛소의 활약도 이번 시즌 클리퍼스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돈치치와 자이언은 한 단계 더 성장할까

크리스 폴의 리더십과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데빈 부커의 폭발적인 득점력, 그리고 '더블-더블 장인'으로 거듭난 디안드레 에이튼을 앞세운 피닉스 선즈는 지난 시즌 창단 후 3번째 파이널에 진출했다. 비록 파이널에서 '그리스 괴인' 야니스 아테토쿰보가 '미쳐 날뛴' 밀워키에게 2승 4패로 패했지만 2019-2020 시즌엔 플레이오프조차 가지 못했던 피닉스의 돌풍은 많은 농구팬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했다.

피닉스는 레이커스로의 이적설이 있었던 '야전사령관' 폴을 비롯해 지난 시즌 파이널 준우승 전력 대부분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백업 빅맨 정도의 역할 밖에 기대할 수 없는 저베일 맥기를 영입한 것을 제외하면 뚜렷한 전력보강은 없었다. 여기에 밀워키와의 파이널 1차전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던 크로아티아 출신 포워드 다리오 사리치 역시 이번 시즌 출전이 불투명하다.

제이슨 키드 감독이 새로 부임한 댈러스 매버릭스의 팬들은 만 22세의 나이에 이미 'MVP급' 슈퍼스타로 성장한 루카 돈치치만 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여기에 팀 하더웨이 주니어의 폭발력도 댈러스가 가진 큰 무기다. 다만 221cm의 장신슈터 크리스탑스 포르징기스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한 것이 뼈 아팠다. 이번 시즌 포르징기스가 2옵션으로서 활약하지 못한다면 댈러스는 '돈치치의 원맨팀'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것이다.

뉴올리언스 펠리컨스는 '차세대 거물' 자이언 윌리엄스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고 브랜든 잉그램도 올스타급 포워드로 성장했다. 뉴올리언스는 오프 시즌 FA로 1995년생의 젊은 포인트가드 디본테 그레험과 트레이드를 통해 리투아니아 출신 센터 요나스 발렌슈나스를 영입했다. 특히 새로 영입한 발렌슈나스는 3점이 가능한 빅맨이기 때문에 두 빅맨이 호흡을 잘 맞춘다면 자이언의 활동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72경기에서 52승을 거두고도 서부컨퍼런스 세미파이널에서 클리퍼스에게 패하며 탈락한 유타 재즈는 이번 시즌에도 루디 고베어와 도노반 미첼,마이클 콘리 등으로 이어지는 실속 있는 선수구성을 자랑한다. 여기에 베테랑 루디 게이와 골밑 지배력이 뛰어난 하산 화이트사이드, 지난 시즌 골든스테이트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친 에릭 파스칼을 영입하면서 더욱 알찬 로스터를 구성해 이번 시즌 다시 한 번 왕좌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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