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후반전 교체 멤버 이동경이 연장전에 놀라운 결승골을 꽂아넣었다. 축구 게임에서 간혹 비현실적인 일이 벌어지곤 하지만 이렇게 멋진 슈퍼 골이 4강 진출 팀을 가리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곳은 전북 현대의 안방이었지만 승리 세리머니 자격은 어웨이 팀 울산 현대가 얻었고, 사흘 뒤 바로 그곳에서 지역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를 만나게 됐다. 전북이 이 게임을 지는 바람에 매우 특별한 동해안 더비 장소로 안방인 전주성을 내주게 되는 묘한 일이 벌어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17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벌어진 2021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을 연장전 끝에 3-2 펠레 스코어로 이겨 4강에 올라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를 3-0으로 이긴 동해안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 만나게 됐다.

바코와 이동경, 누구 왼발이 더 놀라운가?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 연장 전반에 결승골을 넣은 울산 이동경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1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 연장 전반에 결승골을 넣은 울산 이동경이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K리그 시즌 막바지 승점 1점 차이(울산 64점, 전북 63점)로 또다시 우승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는 모기업 라이벌 팀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올해 K리그에서 울산을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심 끝에 동아시아 지역 챔피언스리그 8강-4강 단판 일정을 전주성으로 결정한 덕분에 유리한 입장에 섰지만 이 대회 연속 우승은 물론 이번 시즌 트레블까지 욕심내고 있는 울산의 기세가 더 놀라웠다.

게임 시작 후 13분만에 울산 현대의 조지아 국가대표 바코가 놀라운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완벽한 골을 터뜨려 승기를 잡았다. 전북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김태환의 패스를 받은 바코는 앞을 가로막는 전북 미드필더 둘(이승기, 백승호)을 유연한 드리블로 따돌리더니 내친김에 골문을 향해 돌진했다. 그 앞에 전북의 두 센터백(홍정호, 김민혁)이 버티고 있었지만 바코는 과감하게 그 둘 사이로 왼발 슛을 날려 골문을 꿰뚫었다. 

홈 팀 전북이 39분에 한교원의 오른발 동점골로 따라붙었지만 울산은 전반전 추가 시간에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하며 윤일록의 감각적인 오른발 추가골을 뽑아내 라이벌을 다시 한 번 궁지로 몰아넣었다. 후반전 시작 후 3분만에 터진 전북 미드필더 쿠니모토의 동점골이 이 게임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든 덕분에 1만 명 가까이 모여든 축구팬들은 오랜만에 연장전까지 즐길 수 있게 됐다.

연장전 8분만에 전북이 대역전 드라마를 엮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홈 팀의 김상식 감독이 간판 미드필더 김보경을 빼고 골잡이 일류첸코를 들여보낸 직후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블 타워를 세우는 전략이 거짓말처럼 적중하는 듯 보였지만 구스타보의 헤더 슛이 울산 골문 왼쪽 기둥에 맞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직전에 들어간 일류첸코가 세컨드 볼 득점을 노리며 몸을 날렸지만 야속하게도 공은 기둥에 맞은 뒤 방향이 바뀌고 말았다.

그로부터 3분 뒤에 반대쪽 골문으로 믿기 힘든 슈퍼 골이 날아가 꽂혔다. 울산 미드필더 윤빛가람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동경이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 모서리 밖에서 왼발로 때린 공이 기막히게 휘어날아가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송범근 골키퍼는 물론 누구도 그 궤적을 예측할 수 없는 놀라운 골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북은 연장전 후반 추가 시간 3분이 다 끝날 때까지 총공세를 펼쳤지만 끝내 동점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연장 후반 종료 직전에 전북 골잡이 구스타보가 울산 센터백 김기희를 따돌리고 회심의 오른발 슛을 시도했지만 왼쪽 기둥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바람에 유니폼 상의를 뒤집어쓰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이렇게 극적인 승리를 거둔 울산 현대는 오는 20일(수) 전주성에서 동해안 더비 라이벌 포항 스틸러스와 결승 진출권을 놓고 만나게 됐다. 울산 현대는 오는 27일로 예정된 FA(축구협회)컵 4강에도 올라 있기에 이 기세를 몰아 2021 시즌 트레블(K리그 1, FA컵, AFC 챔피언스리그 모두 우승) 큰 꿈까지 꾸게 됐다.

2021 AFC 챔피언스리그 8강 결과(17일 오후 7시, 전주성)
전북 현대 2-3 울산 현대 [득점 : 한교원(39분,도움-김보경), 쿠니모토(48분) / 바코(13분,도움-김태환), 윤일록(45+1분,도움-오세훈), 이동경(101분,도움-윤빛가람)]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구스타보
MF : 쿠니모토(67분↔송민규), 김보경(98분↔일류첸코), 백승호(112분↔이유현), 이승기(91분↔이주용), 한교원(91분↔류재문)
DF : 김진수, 김민혁, 홍정호, 최철순(111분↔이용)
GK : 송범근

울산 현대 선수들
FW : 오세훈
MF : 바코(109분↔임종은), 윤빛가람(108분↔신형민), 박용우(114분↔김성준), 원두재(66분↔이동경), 윤일록(93분↔이청용)
DF : 설영우,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
GK : 조현우

2021 AFC 챔피언스리그 4강 일정(10월 20일 수요일)

☆ 알 나스르(사우디 아라비아) - 알 힐랄 SFC(사우디 아라비아)
울산 현대(한국) - 포항 스틸러스(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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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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