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에선 처음 또는 다시 볼 만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은 작품부터 아직 국내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다양하게 다루려고 합니다. [편집자말]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 포스터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 포스터 ⓒ 오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영화 <소년 소녀를 만나다>(1984)를 통해 장 뤽 고다르 감독의 <네 멋대로 해라>(1959) 이후 프랑스 영화사 최고의 데뷔작이란 호평을 받으며 22살 나이에 혜성처럼 떠올랐다. 뤽 베송, 장 자크 베네와 함께 1980년대 프랑스 영화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추구한 '누벨이마주' 감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동한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나쁜 피>(1986), <퐁네프의 연인들>(1991), <폴라 X>(1999), <홀리 모터스>(2012), <아네트>(2021)까지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를 활용하는 자신만의 영화적 스타일과 문법 창조하며 아티스트로서 영역을 넓혀왔다. 세르지 투비아나 프랑스 시네마테크 관장은 레오스 카락스를 "영화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한다.

"레오스 카락스는 프랑스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감독이고 영화를 위해 태어난 것 같아요. 그는 감독이자 예술가로서 영화의 본질에 다시 접근하거든요. 레오스 카락스의 접근 방식은 전례가 없는데 사실 이 시대에서 환영 받지 못합니다.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다큐멘터리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는 "신비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레오스 카락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담았다. 연출을 맡은 테사 루이즈 살로메 감독은 <홀리 모터스>의 메이킹을 연대순으로 기록한 <드라이브 인 홀리 모터스>(2013)를 만드는 과정에서 레오스 카락스의 독특한 작품 세계에 더욱 관심이 생겨 그의 작품들,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과 스태프들, 동료 감독들과 평론가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한다.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를 통해 레오스 카락스를 에워싸는 신비로운 아우라와 그가 불러일으킨 영화계의 열광적인 반응을 뛰어넘어 그가 매우 뛰어난 영화감독이며 실로 놀라운 이미지들을 창조한 아티스트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의 한 장면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의 한 장면 ⓒ 오드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는 레오스 카락스 영화의 미스터리를 파헤치기 위한 첫 단계로 '배우'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여배우를 결정할 때 "여자로서 끌리는지 보면서 가장 매혹적인 사람을 고른다"고 밝힌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에서 소녀 '미레이유' 역으로 분한 미레일 페리어는 "시대를 초월하는 느낌을 가졌다"는 찬사를 받았다. 미레일 페리어의 개성을 간파한 레오스 카락스가 연출을 통해 배우의 매력으로 완성을 시킨 것이다.

소년 '알렉스' 역을 맡은 드니 라방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드니 라방은 마치 카메라나 조명처럼 몸의 움직임을 사용해 레오스 카락스가 생각한 스토리를 이미지화시킨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촬영에 대해 드니 라방은 다음과 같이 기억한다.

"첫 영화를 하면서 레오스 카락스는 내 몸이 유연한 걸 봤고 그런 연기를 계속 시켰어요. 나중엔 익살을 떨고 곡예까지 하라더군요.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처럼. 무성 코미디의 예술적인 느낌을 지금 보여주란 겁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모두 '알렉스'다. 알렉스는 레오스 카락스의 본명 '알렉스 크리스토페 뒤퐁'에서 가져온 것으로 알려진다. 드니 라방은 "그게 감독 본명인 만큼 자신을 투영시키는 것 같다"며 "레오스 카락스와 내 자아를 분열시키기도 하고 삐딱하게 보여주기도 하고 어떤 캐릭터엔 둘이 섞여서 나온다"고 말한다. <홀리 모터스>에선 자신 안에 감춰진 위선을 10명의 인물로 표현하기도 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은 '사랑 3부작'으로 불린다.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얻고자 모든 걸 하는 러브 스토리에 무성 영화 형식, 갱스터 장르, 공간 등을 덧붙였다. 그런데 레오스 카락스가 그리는 사랑은 일반적이지 않다. 레오스 카락스와 <미스터 론리>(2007)를 함께 작업한 하모니 코린 감독은 "독특한 로맨스"라고 정의한다.

"치명적이고 어둡고 고통스러운 감정이죠. 레오스 카락스는 기괴함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보편적인 아름다움이란 게 그에겐 추하게 보이기도 하죠."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의 한 장면

영화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의 한 장면 ⓒ 오드

 
미국의 영화평론가 리처드 브로디는 레오스 카락스의 영화에서 금기되는 건 "평범, 반복, 일상"이라고 분석한다. 보통의 장르 관습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 상업적, 대중적이지 않단 소리다. 이렇듯 개성이 강하고 자기만의 속도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레오스 카락스가 40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완성한 장편 영화는 6편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그는 실패한 감독일까? 리처드 브로디는 "아니"라고 단언한다.

"레오스 카락스에 대해서 정말 안타까운 건 30년 동안 겨우 5편의 장편(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진 후 2021년 <아네트>를 만들어 장편은 6개가 되었다)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더 이상 작품을 만들지 않아 이게 전부라 해도 그는 이 시대에 찾기 힘든 감독으로 기억될 겁니다."

<미스터 레오스 카락스>는 국내 개봉 당시에 "탐구가 아니라 설명(박평식 영화평론가)", "감독 찬양의 기록, 궁금한 건 그대로(이용철 영화평론가)"란 혹평을 받았다.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영화를 봤지만, 시원한 해답을 주지 못한 결과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미스터리한 것은 카락스의 매력(이지현 영화평론가)"의 평가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비록 퍼즐을 맞추진 못했으나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단서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레오스 카락스와 오랜 시간을 작업한 배우 줄리엣 비노쉬조차 레오스 카락스의 세계를 "모르겠다"고 하니 우리 역시 그에 대한 의문을 각자 천천히 풀면 어떨까 싶다. 쉽게 풀린다면 그건 미스터리가 아니다.

"레오스 카락스처럼 틀에서 벗어난 사람은 처음 봐요. 딱 꼬집어 설명할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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