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한 시즌에 자국의 1부 리그와 최상위 컵대회, 그리고 대륙간 최상위 클럽대항전을 모두 우승하는 경우를 '트레블'이라고 부른다. 유럽축구 역사상 트레블을 달성한 경우가 7개 팀의 9번에 불과할 정도로 트레블은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 스페인 라 리가의 FC 바르셀로나(2008-2009 시즌, 2014-2015 시즌)와 독일 분데스리가의 FC 바이에른 뮌헨(2012-2013 시즌,2019-2020 시즌)만이 각각 두 번에 걸쳐 트레블을 달성한 바 있다.

야구나 배구처럼 대륙별 클럽대항전이 존재하지 않는 종목에서는 정규리그와 포스트시즌, 그리고 컵대회 우승을 모두 차지하는 팀에게 '트레블'의 칭호가 붙는다(컵대회가 없는 야구에서는 '트레블'이란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 V리그에서는 작년까지 남자부의 삼성화재 블루팡스(2009-2010 시즌)가 유일하게 트레블을 달성한 바 있고 여자부에서는 컵대회 신설 후 15시즌 동안 아직 트레블을 달성한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던 지난 2020-2021 시즌 GS칼텍스 KIXX가 컵대회와 정규리그, 챔프전 우승을 모두 달성하면서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의 주인공이 됐다. V리그 여자부의 새 역사를 쓴 GS칼텍스의 이번 시즌 목표는 당연히 챔피언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프전 '공동 MVP' 메레타 러츠(KUROBE 아쿠아 페어리즈)와 이소영(KGC인삼공사)이 동시에 팀을 떠난 GS칼텍스의 2연패 도전은 결코 만만치 않은 목표가 될 전망이다.

V리그 여자부 최초의 '트레블' 달성
 
 안혜진은 주전세터로 활약한 첫 시즌 GS칼텍스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안혜진은 주전세터로 활약한 첫 시즌 GS칼텍스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 한국배구연맹

 
2013-2014 시즌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GS칼텍스는 이후 세 시즌 동안 5위, 4위, 5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을 전전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 GS칼텍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차상현 감독은 과감한 리빌딩을 통해 팀 색깔을 젊게 바꿔 나갔다. 그 결과 2016-2017 시즌 5위였던 GS칼텍스는 2017-2018 시즌 4위, 2018-2019 시즌 3위, 2019-2020 시즌 2위로 점점 순위가 올라갔다.

GS칼텍스는 러츠와 이소영, 강소휘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편대를 앞세워 작년 컵대회 결승에서 화려한 선수단을 자랑하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이어진 V리그에서도 '레알 흥국'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다. 하지만 흥국생명이 시즌 개막 후 파죽의 10연승을 달리는 동안 GS칼텍스는 6승4패에 그치며 흥국생명의 독주를 저지하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2월 흥국생명은 '쌍둥이자매 이탈'이라는 큰 악재가 발생했고 5,6라운드 2승8패라는 부진으로 이어졌다. 반면에 GS칼텍스는 같은 기간 7승3패로 선전하며 승점 2점 차이로 정규리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GS칼텍스는 챔프전에서 다시 만난 흥국생명을 상대로 삼각편대가 3경기에서 164득점을 퍼붓는 대활약 속에 3연승을 거두며 여자부 최초로 '트레블' 달성에 성공했다.

206cm의 역대 최장신 외국인 선수 러츠는 V리그 두 번째 시즌을 맞아 정규리그에서 득점 3위(854점), 공격성공률 2위(43.89%), 블로킹 4위(세트당 0.56개)를 기록했다. 러츠는 챔프전에서도 46.41%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경기당 평균 26득점을 기록하며 GS칼텍스의 공격을 이끌었고 세트당 0.45개의 블로킹을 잡아냈다. 챔프전 MVP를 단독으로 받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맹활약이었다.

안혜진 세터는 이고은 세터(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이적으로 졸지에 팀의 주전 세터로 올라섰다. 하지만 안혜진 세터는 데뷔 첫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지난 시즌 정규리그 서브 5위(세트당 0.25개), 세트 3위(세트당 10.66개)에 이어 챔프전에서도 서브(세트당0.27개)와 세트(세트당 12.55개)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GS칼텍스의 트레블을 이끈 안혜진 세터는 지난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팀의 조커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강소휘 중심으로 강한 전력 유지할까
 
 거액의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강소휘는 팀을 떠난 이소영 대신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해야 한다.

거액의 FA 계약을 맺고 잔류한 강소휘는 팀을 떠난 이소영 대신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토종 에이스로 활약해야 한다. ⓒ 한국배구연맹

 
GS칼텍스는 지난 시즌을 통해 V리그 여자부 최초의 트레블이라는 전인미답의 기록을 달성했지만 비 시즌 동안 우승전력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V리그를 평정한 외국인 선수 러츠와의 재계약이 불발됐고 '토종 쌍포' 이소영과 강소휘가 동시에 FA자격을 얻으면서 두 선수를 모두 붙잡기도 쉽지 않았다. 결국 이소영의 인삼공사 이적을 막지 못한 GS칼텍스는 연봉 5억 원에 강소휘를 붙잡았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가장 늦은 7순위 지명권을 뽑은 GS칼텍스는 카메룬 국적의 공격수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를 지명했다. 184cm의 모마는 이번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7명의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신장이 작지만 오랜 기간 프랑스리그에서 활약하며 뛰어난 공격력을 인정 받았다. 지난 9월에는 아프리카 선수권대회에서 카메룬을 우승으로 이끌며 베스트 서버상을 받기도 했다. 

강소휘는 지난 2월 불미스러운 일로 대표팀에서 제외된 이재영의 유력한 대안으로 꼽혔지만 지난 5월 발목 수술을 받으면서 도쿄 올림픽 출전이 좌절됐다. 컵대회에서 매 경기 두 자리 수 득점을 올리며 건재를 과시한 강소휘는 이번 시즌을 통해 GS칼텍스의 새로운 에이스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GS칼텍스 구단과 팬들은 이번 시즌 강소휘가 전 경기에 출전해 532득점을 올렸던 2017-2018 시즌에 버금가는 활약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리그 최고의 윙스파이커 중 한 명인 이소영이 인삼공사로 이적한 GS칼텍스가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이유는 이소영의 보상선수로 '도쿄 올림픽 디그왕' 오지영을 지명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리시브 효율 2위(49.81%)와 디그 3위(세트당5.56개)를 기록했고 도쿄 올림픽에서도 라바리니호의 주전 리베로로 활약한 오지영의 가세는 GS칼텍스의 수비라인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매 시즌 발전을 거듭한 끝에 챔피언 자리까지 오른 GS칼텍스는 이제 도전자가 아닌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시즌을 준비했다. 이번 시즌 GS칼텍스의 전력은 분명 지난 시즌에 비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GS칼텍스 선수들에게는 지난 시즌 힘든 과정을 거쳐 한 시즌 동안 세 번이나 우승의 기쁨을 누렸던 '경험'이 있다. 아무리 전력이 약해졌다 해도 GS칼텍스의 이번 시즌 통합우승 목표를 누구도 우습게 여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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