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합창단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으로 비로소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국립합창단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으로 비로소 한글의 우수성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 탁계석


국립합창단 한글날 기념 창작합창서사시 <훈민정음> 공연이 10월 1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끝나자 벅찬 감동에 관객들은 우뢰와 같은 박수와 환호, 브라보, 앵콜을 외쳤다.

우수민족, 우수글자의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대본과 음악이었다. 탁계석 대본, 오병희 작곡, 안지선 연출 각색 3인방 제작진의 올해 2021국립합창단(예술감독 윤의중) K-합창 클래식 시리즈 세 작품인 <나의 나라> <코리아판타지>의 대미를 장식하며 가장 고귀하고 멋스러웠다.

한반도를 넘어 K열풍과 함께 전세계인이 배우는 한글의 소중함을 바쁜 이 땅의 현대인은 자칫 잊을 수 있다. 하지만, <훈민정음> 3막 한 시간 반 동안 웅장하고 섬세하고 평화롭고 슬프고를 넘나드는 음악, 연출, 영상에서 세종대왕의 애민사상과 그로부터 한글과 우수민족의 자긍심을 비로소 우리는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훈민정음>은 그런 의미에서 걸작이랄 수 있었다. 

1부 시작, 1곡 '육룡이 나르샤'는 용비어천가 내용과 종묘제례악 가사이다. 국립합창단 남성 솔로이스트가 여섯 명(테너 김종갑, 문형근, 박의준, 베이스 함신규, 김주영, 길은배)이 태조, 환조, 목조, 태종, 익조, 도조로 분장해 조선 건국을 알린다. 3곡 '기근'은 합창 중에 솔로로 "내 아이는 굶어 죽었소"라고 외치는데, 태종말기 흉년과 백성의 굶주림이 처절히 와닿는다.

1부에서는 4곡 5곡이 압권이다. 4곡에서 '우리는 어린백성, 날때부터 평민과 천민...이름을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릅니다'라는 합창이 귓가에 맴돌며 마음을 저민다. 이어 5곡 '탄식'에서 세종대왕(바리톤 김진추)이 '내 덕이 없는 까닭이라...누구나 쉽게 배우고, 읽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겠다' 하는데, 바리톤 김진추의 깊고 절실한 음색이 국립합창단과 함께 한글창제의 필요성을 이 공연에서 비로소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그간 <조국의 혼> <동방의 빛> <코리아 판타지> 등의 대본을 한 탁계석 극본가는 합창 등의 음악양식에서 세종대왕 훈민정음의 위대성을 선보이진 못한 것을 깨닫고, 국립합창단 윤의중 예술감독과 오병희 작곡가와 꼼꼼한 과정으로 이번 작품이 탄생했음을 밝혔다. 

2부 1곡 '비밀의 방'은 세종대왕이 인도어, 산스크리트어 다 모아라 하여 "빠 파 바 브하 마...엑 에까 뒤 아넥 아네까.."하는 합창 가사와 리듬, 영상과 함께 신비롭고 재밌게 표현되었다. 2곡 '해와 달'은 소헌왕후(소프라노 박준원)의 남편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한 훌륭한 왕이 되기를 바라는 애틋한 마음이 잘 담겨졌다. 

3곡 '소릿글자'는 훈민정음의 과학적 원리를 풀밭 배경의 그래픽 영상과 합창으로 친숙하고 산뜻하게 노래해 주었다. "이 달에 임금이 친히 언문 스물여덟자를 지으셨다. 하늘, 땅, 사람 천지인의 모양을 본떠 모음을 만드시고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자음을 만드시니...첫소리, 가운뎃소리, 끝소리 세소리가 합하여 글자를 이루는구나" 이 가사를 혼성합창으로 노래할 수 있다니! 거기다 통통 튀는 영상이 기막히게 노래에 집중시켰다. 4곡 '상소문'에서 한글을 반대하는 신하들의 노여움 또한 잘 표현되었다. 

3부 1곡에서 대취타의 나발과 태평소를 불며 한글을 반포하고,  2곡 '궁녀들의 노래'는 궁녀(소프라노 신영미, 알토 유송이, 소프라노 노수정)들이 한글을 직접 사용해 퍼뜨리는 과정을 어여쁘게 노래했다. 3곡 '한글'은 김홍도 그림이 영상에 나오고, 소리꾼 이봉근의 맛깔스럽고 시원한 노래와 합창이 "바람소리 물소리 닭우는 소리마저 적을수가 있구나. 한글 신통, 방통, 영통, 우리 백성의 글자로구나"하는데 그 경쾌한 리듬과 신명나는 분위기가 바로 우리 한글 그 자체였다. 

4곡 '위대한 유산'은 대미로 향하는 곡의 위치에 딱 어울리는 실로 아름다운 부분이었다. 영상이 보라색에 흰색 물방울 알갱이들이 위로 올라가는데, "자자손손 글 읽는 소리가 피어날 것이다"라는 세종의 진심과 "열과 진심 다해. 피어날 것이다. 복된 세상을 펼쳐라. 글자는 위대한 유산이라"는 세종의 백성을 향한 애민정신이 바리톤 김진추의 노래와 하나되어 관객의 마음을 적셨다.

5곡 '백성의 나라'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와 혼성합창의 아름답고 풍성한 노래였다. 영상에 석양의 구름 위 산에 까치들이 날고, "하늘의 복을 내리는 편안한 나라, 천년세세 밝은 눈 열어주셨다. 이 땅의 주인 되리라. 백성의 나라가 되게 할 것이라"하며 웅장하게 마무리되니, 관객들은 합창서사시 <훈민정음>을 통해 한글의 위대함과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비로소 느꼈음에 벅찬 감동의 환호와 브라보로 화답했다.

2년째의 코로나지만 뭐든지 해내는 한국인은 여전히 바삐 으쌰으쌰하며 해결하고 있다. '으쌰으쌰'하니 힘이 난다. 이것이 소리글자 한글의 힘이다. 분명히 조마조마하고 힘들었을 텐데, 어느새 올해 세 곡의 대작 합창곡을 선보인 국립합창단과 제작진, 출연진에 깊은 박수를 보내며 K-합창 클래식 시리즈가 국민의 합창이 되는 노력 또한 아끼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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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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