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원석(가운데)의 경기 모습.

삼성 이원석(가운데)의 경기 모습. ⓒ KBL

 
겁 없는 프로농구 신인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2021-2022시즌 프로농구가 지난 9일부터 개막한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올해 프로농구에 갓 데뷔한 신인들의 약진이다. 모처럼 대형 유망주들이 한꺼번에 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올해 드래프트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신인들이, 그 기대에 걸맞는 활약상을 선보이며 벌써부터 농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1순위 지명의 영광을 안게된 서울 삼성 이원석은 기동력을 갖춘 장신빅맨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 10일 창원 LG와 개막전이자 본인의 프로 데뷔전에서 1쿼터 4분 경기에 교체투입 이후 총 18분 46초를 출전하여 10점 1어시스트 1블록을 기록하며 팀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원석은 이날 2점슛 2개와 3점슛 1개, 자유투 3개를 모두 성공시키며 슈팅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데뷔전 두 자릿수 득점+야투 성공률 100%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2012년 장재석(현대모비스)이후 역대 두 번째였다. 당시 장재석 부산 KT(현 수원)소속으로 고양 오리온을 상대로 10득점(2점슛 4개+ 자유투 2개)을 기록했다.

이원석은 11일 서울 SK전에서는 8점을 올렸다. 데뷔전에서는 하나도 따내지 못했던 리바운드도 6개나 잡아냈다. 2경기 모두 출장시간이 19분 미만(18분 39초)이였던 것을 평균 9.0득점 3.0리바운드 1.0블록슛이라는 엄청난 생산성을 발휘했다. 삼성은 SK전에서 73-87로 패하며 첫 패를 기록했지만 이원석이 프로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것을 확인한게 위안이었다.

농구인 2세인 이원석은 프로무대에서 수비형 센터로 국가대표까지 지내며 한 시대를 풍미한 이창수 KBL 경기감독관의 아들이다. 연세대학교 2학년 재학 중에 프로 조기 진출을 선택한 이창수는 국내 선수 최장신인 최장신인 207㎝의 신체조건에 스피드-중장거리 슈팅 능력을 갖췄고 어린 나이인만큼 성장 가능성까지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시전력감 선수들이 많았던 이번 드래프트에서 삼성이 하윤기-이정현을 제치고 이원석을 선택했다는 것이 그 기대감을 증명한다. 아직은 파워와 체력이 부족한 감이 있지만 잘 조련하면 '포스트 김주성(전 원주 DB)'이 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다.
 
 리바운드 하는 kt 하윤기.

리바운드 하는 kt 하윤기. ⓒ KBL

 
2순위인 수원 KT의 국가대표 센터 하윤기도 빠르게 프로에 녹아들고 있다. 신인왕 경쟁자인 이원석이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나고 있다면 하윤기는 사실상 주전으로 중용되고 있다. 2경기에서 출전 시간이 평균 26분46초로 현재까지 신인 선수들중 가장 많은 시간을 소화하고 있으며 기록도 평균 9.5점 6리바운드로 수준급이다. 그동안 강력한 토종빅맨이 없었던 KT에서 팀의 약점인 골밑을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

하윤기는 우수한 신체 조건과 운동 능력을 활용하여 리바운드와 블록슛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DB전에서는 국가대표 주전 센터인 김종규를 상대로 위축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 보였고, LG전에서는 무려 7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3순위인 고양 오리온의 이정현은 슈팅 가드로 공격 기술 면에서는 올해 신인 중 최고로 꼽힌다. 앞선 데뷔 첫 두 경기에서는 이원석-하윤기에 비하여 잠잠했지만 12일 안양 KGC 전에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정현은 연장까지 치른 이날 승부에서 무려 36분 54초를 소화하며 18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올해 신인 최다득점을 올렸다. 특히 승부처였던 4쿼터와 연장전감한 3점슛과 적극적인 돌파로 9점을 올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대학 무대 최고의 득점원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신인드래프트에서 빅맨 듀오에게 밀려 3순위까지 밀려났던 아쉬움을 만회하듯 이정현은 프로무대에서 평균 23분 9초 출장, 9.7점 3.0리바운드 2.0어시스트로 맹활약 중이다.

올시즌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신인들은 빅3만이 아니다. 4순위 신민석(울산 현대모비스), 7순위 정호영(원주 DB), 8순위 신승민(한국가스공사) 등도 시즌 초반부터 많은 출전시간을 얻으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민석은 데뷔전이었던 한국가스공사전에서 9득점을 올렸고, 평균 3.5개의 리바운드를 잡으면서 수비에서 궂은 일을 잘 해주고 있다. 정호영은 KT전에서 장거리 3점포와 리딩 능력으로 허웅-박찬희의 백업 요원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신승민은 KGC전에서는 올시즌 신인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기록하는 등 한국가스공사의 개막 2연승에 힘을 보탰다.

최근 몇 년간 프로농구에서는 대형신인 흉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신인들의 활약상이 미미했다. 김승현(은퇴, 전 오리온), 김주성, 하승진(은퇴, 전주 KCC), 오세근(안양 KGC) 등과 같이 데뷔와 동시에 프로농구 판도를 바꿔버리는 대형 신인들의 이야기는 까마득한 추억이 됐다.

심지어 2019-2020시즌 신인왕인 원주 DB 김훈은 2라운드 전체 15순위 출신으로 23경기에 출전해 평균 2.7득점 1.4리바운드라는 빈약한 기록으로 '역대 최약체 신인왕'이라는 웃지 못할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20-2021시즌 신인왕 SK 오재현은 37경기에 출전해 5.9점 2.3리바운드로 조금 나았지만 역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프로에 적응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고려해도 몇 년째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유망주 인프라의 고갈과 아마추어농구의 선수육성 시스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올시즌은 분위기가 다르다. 몇 년만에 잠재력 있는 즉시전력감 선수들이 대거 쏟아져나왔고, 신인드래프트 개최 시기가 시즌 개막 전으로 변경되면서 2016년 10월 이후 5년 만에 선수들이 비시즌동안 소속팀에서 어느 정도 손발을 맞추고 적응을 준비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프로농구가 장기적으로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선수 중에서 스타플레이어들이 나와야 한다. 허훈-송교창 등의 사례처럼 재능있는 선수들이 일찍부터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라이벌 구도나 스타성으로 팬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이슈들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단의 꾸준한 관리와 지원도 중요하다. 모처럼 흥미진진해지고 있는 올시즌 신인왕 경쟁에 대하여 농구 팬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