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나주환

KIA 타이거즈 나주환 ⓒ KIA 타이거즈 홈페이지

 
KIA의 '전천후 내야수' 나주환이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지도자로 새 출발한다.

KIA 타이거즈 구단은 1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야구위원회에 내야수 나주환에 대한 웨이버공시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나주환은 최근 구단에 현역 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구단도 선수의 뜻을 받아 들여 한국야구위원회에 웨이버공시를 신청했다. 아직 공식적인 코치계약은 하지 않았지만 나주환은 향후 잔류군에서 유망주 선수들을 지도하며 후임양성에 힘쓸 예정이다.

2003년 두산 베어스에서 데뷔한 나주환은 SK 와이번스와 KIA를 거치며 19년(군복무 기간 포함) 동안 1506경기에 출전해 타율 .262 1018안타 89홈런 496타점 524득점 83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SK시절에는 주전 유격수로 'SK 왕조'의 일원으로 활약했다. 나주환은 구단을 통해 "현역 생활의 마지막 기회를 준 KIA 타이거즈 구단과 팬 여러분께 감사 드린다"며 "지도자로서 후배들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은퇴소감을 밝혔다.

'SK 왕조시대' 이끌었던 주전 유격수

천안북일고 시절 안영명(kt 위즈), 양승학, 김창훈 등과 함께 북일고의 2002년 전국대회 3관왕(황금사자기, 봉황대기, 전국체전)을 이끈 나주환은 200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6순위)로 두산에 지명됐다.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제법 많은 출전기회를 얻었던 나주환은 3년 차 시즌이었던 2005년 99경기에 출전해 타율 .270을 기록하며 두산의 차세대 내야수로 순조롭게 성장했다.

하지만 KBO리그를 강타한 병역비리 사건에 연루됐던 주전 유격수 손시헌(NC다이노스 2군 수비코치)이 2006 시즌이 끝나고 군에 입대했고 유격수 자리는 졸지에 두산의 약점이 되고 말았다. 마침 SK 역시 2007년 정근우가 유격수로 변신할 정도로 유격수 자리에 고민이 있었고 나주환은 2007년4월 이대수와의 맞트레이드를 통해 SK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이는 나주환의 선수생활에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됐다.

나주환은 주전 유격수가 마땅치 않았던 SK로 이적하자마자 곧바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고 2007년 117경기, 2008년118경기에 출전하며 SK의 2년 연속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2009년에는 118경기에서 타율 .288 15홈런 65타점 60득점 21도루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나주환은 SK 이적 후 4년 동안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쳤다.

하지만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SK에는 이미 김성현이라는 새 유격수가 주전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주환은 2루수로 변신한 2014년 127경기에서 타율 .273 7홈런 51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2016년에는 부상으로 단 24경기 출전에 그치는 등 부침이 심했다. 나주환은 내야 모든 포지션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한 2017년 122경기에서 타율 .291 19홈런 65타점 69득점을 기록하며 SK에서의 마지막 전성기를 보냈다.

SK가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8년에도 주전 유격수로 70경기를 소화했던 나주환은 2019년 다시 유격수 자리를 김성현에게 내주고 멀티 내야수로 활약했다. 하지만 일발 장타력을 가지고 있던 유틸리티 내야수 나주환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진 2019년 12개였던 홈런 개수가 3개로 크게 감소했다. 그렇게 나주환은 2019 시즌이 끝난 후 다소 초라하게 자신의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KIA 이적 후 2년간 활약하다 은퇴 결정

나주환은 자신의 2019년 성적이 FA계약을 맺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현역연장 의지는 여전히 강했기에 FA 신청을 하지 않고 구단과의 연봉협상을 기다렸다. 하지만 SK는 2019년 11월 무상트레이드를 통해 나주환을 KIA로 이적시켰다. 사실 나주환 입장에서도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데다가 부모님 고향이 전남 나주, 아내의 고향도 광주였기 때문에 썩 나쁘지 않은 이적이었다.

작년 시즌을 앞두고 맷 윌리엄스 감독이 새로 부임한 KIA는 붙박이 주전 2루수 안치홍(롯데 자이언츠)이 팀을 떠나면서 유격수 박찬호, 2루수 김선빈으로 새 키스톤 콤비를 구성했다. 새로 가세한 나주환은 이범호의 은퇴로 공백이 생긴 3루 자리를 놓고 장영석, 황윤호 등과 경쟁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나주환은 작년 시즌 중반에 이적한 김태진과 함께 팀 내에서 3루수로 가장 많은 경기(57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작년 한국 나이로 37세였던 나주환은 64경기에 출전해 타율 .279 6홈런 26타점 21득점으로 기대 이상의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작년 8월 디스크 손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보냈다면 충분히 KIA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하며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KIA 유니폼을 입고 보여준 베테랑 내야수 나주환의 투혼은 작년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KIA는 올 시즌 프레스턴 터커의 변신이 실패로 돌아간 1루 자리에 다소 혼란이 있었지만 나머지 내야 자리는 2루수 김선빈과 유격수 박찬호, 3루수 김태진이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에 올 시즌 1군에서 19경기에 출전한 나주환은 타율 .161 무홈런 3타점으로 전혀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38세의 노장 선수가 퓨처스리그에서 후배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결국 나주환은 구단과 면담 후 현역에서 은퇴하고 지도자로 변신하는 길을 선택했다. 고교시절 라이벌이자 입단 동기 박경수(kt)가 올 시즌에도 여전히 1군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주환의 은퇴는 다소 이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나주환은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새롭게 꾸려가는 팀의 미래를 위해 자신이 물러나는 길을 선택했다. 지도자로 변신해 후배들을 키워낼 나주환의 앞날에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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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나주환 현역 은퇴 웨이버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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