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

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저스틴 전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인 입양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 <푸른 호수>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화제작 중 하나였다. 3회 상영 회차 표가 모두 매진되기도 했고, 첫 상영인 7일 저녁 관객과의 대화에선 일부 객석에서 눈물을 흘리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날로 심각해져 가는 미국 사회 내 아시안 혐오 문제와 더불어 아동 시민권 문제를 비판한 해당 영화의 저스틴 전 감독이 12일 한국 취재진과의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소회를 밝혔다.

<푸른 호수>는 양부모에게 학대 당한 한국계 미국인 안토니오 르블랑이 아내를 만나고 두 딸의 아빠가 되면서 겪는 여러 사건을 담고 있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린 인물들이 미국 사회 내 혐오의 표적이 되면서 갈등하고 끝내 모종의 선택을 하게 된다. 한국계 미국인 2세인 저스틴 전 감독은 "뿌리에 대한 질문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우리 아시안의 이야기를 미국 사회와 미국 사람들에게 전한다는 목표가 있다"고 운을 뗐다.

서로의 트라우마를 이해한 사람들

"<기생충> <미나리> 그리고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들이 나오면서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려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 이 영화로 우리의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주변 사람들과 다르게 생긴 스스로를 보며 내 위치는 어디이고 내 가족은 누구인지 스스로 묻곤 했다.  

영화 속 안토니오는 양부모에게 버림받고 스스로 가족을 꾸린다. 그가 선택했다는 게 의미가 크다. 자기와 다르게 생긴 백인 아내와 딸을 택했다는 건 가족이 되겠다는 의지기에 더욱 강한 힘을 지닌다. 물론 전 입양인이 아니라 죽었다가 깨어나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이해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영화를 준비하며 여러 입양인들과 대화하면서 선택권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는 건 깨달았다. 그걸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영화 <푸른 호수>

영화 <푸른 호수> ⓒ 유니버설 픽쳐스

 
<푸른 호수>엔 한국계 미국인이 중심 캐릭터지만 동시에 안토니오에게 끊임 없이 도움과 연대의 손길을 내미는 캐릭터도 등장한다. 극중 베트남계 미국인 파커는 시한부를 선고 받았지만 안토니오의 고통과 괴로움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자신의 가족 행사에 안토니오와 아내 캐시, 딸 제시를 초청하기도 한다. 저스틴 전 감독은 "아시안끼리 교감하는 모습이 내게 중요했다"며 말을 이었다.

"<미나리>도 그렇고, 미국 영화에서 아시안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기 마련이다. 여러 아시안 미국인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왜 서로 다른 아시아 민족끼리 교감하고 연대하는 장면은 없을까? 제 개인 경험에선 연대하는 일이 있는데 말이다. 파커는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안토니오의 거울이기도 하거든. 안토니오나 파커 모두 힘든 경험을 겪고 있다. 절망적 상황에서 극도로 예민해진 안토니오는 파커를 통해 자기 자신을 돌아본다. 트라우마를 바라보는 것이지.

한국과 베트남 모두 전쟁 트라우마를 겪은 나라다. 그래서 트라우마에 대해 나름 이해도가 깊다고 생각한다. 제 할머니가 북한에서 오신 분인데 한국전쟁 때 피난 가면서 아이가 울면 군인에게 들킬까봐 어른들이 아이를 물에 빠뜨려 죽이기도 했다는 이야길 해주셨다.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다. 어렸을 때 들은 얘기지만 할머니가 살던 한국과 제가 사는 미국이 매우 다른 나라임을 알게 됐다. 그런 트라우마는 겪어본 사람들만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푸른 호수>가 만들어지기까지

영화는 시나리오 작업에서 캐스팅, 촬영까지 장장 4년여가 걸렸다. 저스틴 전 감독은 입양아 출신 사람들은 물론이고, 당장 추방 위기에 놓인 9명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수정해왔다고 한다. 그는 "미국 아동 시민권의 허점과 개선을 말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미국 시민이 입양했는데 서류 하나 빠졌다고 수십년이 지나 추방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입양아 입장에선 친부모에게 거부 당한 후 나라에게 거부를 또 당하는 거다. 그분들은 아마 영혼이 파괴되는 기분이 아닐까 싶다. 지금 아동시민권 법은 2000년 이후에 입양된 사람은 괜찮지만 그 전에 입양된 사람들은 언제고 추방 당할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가 정한 말도 안 되는 선이 생긴 거다. 이 영화를 정책 담당자분들이 좀 보셨으면 좋겠다. 매번 의회에 법안이 발의는 되지만 통과는 안 되고 있다. 11년간 말이다. 이걸 이민자 문제로 보려고들 하는데 아동시민권은 이민자 문제가 아닌 인권 문제이며,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문제다." 


일각에선 <푸른 호수> 제작 과정에서 불거진 몇 가지 문제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다. 입양아인 아담 크랩서를 비롯해 미주한인봉사교육협의회(NAKASEC) 등 입양아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와 SNS를 통해 <푸른 호수> 측이 합의 없이 사례를 도용했고, 제작 과정에서 일방적 태도로 일관해 입양인 사회에 상처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 <푸른 호수>의 한 장면.

영화 <푸른 호수>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오마이뉴스>는 이에 대한 질문을 보냈지만 간담회에서 해당 질문이 감독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해당 영화가 한 사람의 사연이 아닌 여러 사연을 종합한 결과물"이라며 불거진 논란에 간접적인 질문을 던졌고, 저스틴 전 감독은 "여러 입양인들이 영화 완성 후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며 "이 영화는 입양인 공동체를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푸른 호수> 이후 저스틴 전 감독은 애플TV 플러스 제공으로 <파친코>라는 영화를 선보이게 된다. <미나리>로 해외에도 널리 알려진 윤여정의 출연작인데 감독은 부산 해운대에서 촬영한 사실을 전하며 "윤여정 선생님은 진정한 예술가다. 잘못된 게 있으면 타협하지 않고 바로 말씀하신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푸른 호수>는 13일 국내 극장에 공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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