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열린 부산영화제 개막식 첫 순서인 한국영화공로상 시상

지난 6일 열린 부산영화제 개막식 첫 순서인 한국영화공로상 시상 ⓒ 부산영화제 제공

 
지난 6일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첫 순서는 이춘연 전 영화인회의 이사장에 대한 한국영화공로상 수상이었다. 지난 5월 11일 심장마비로 급서한 이춘연 전 이사장에 대한 추모를 앞세운 것은 한국영화계 큰 형으로 불렸던 이춘연의 삶을 기리는 의미였다.
 
개막 2일째인 7일에는 이춘연의 밤을 열고 추모집 <모두를 위한 한 사람 이춘연>을 헌정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공개로 개최된 추모 행사에는 방역 수칙에 따라 유족과 임권택 감독, 이장호 감독, 정지영 감독, 배창호 감독, 이창동 감독, 봉준호 감독, 이병헌 배우, 김규리 배우 , 국내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제한된 인원만 참석했다.
 
지난 6월에 개최된 평창국제평화영화제와 7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등에서도 추모 행사가 진행되기는 했으나, 국내 영화제의 맏형인 부산영화제가 한국영화의 큰형 이춘연을 추모하는 것은 그 비중이 달랐다. 한국영화공로상과 추모집 발간이 대표적이다.
 
큰형 기린 맏형
 
 이춘연 추모사업회와 부산영화제가 펴낸 <모두를 위한 한 사람 이춘연>

이춘연 추모사업회와 부산영화제가 펴낸 <모두를 위한 한 사람 이춘연> ⓒ 부산영화제 제공

 
특히 추모집 <모두를 위한 한 사람 이춘연>은 대다수 영화인들의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영화인과 지인, 가족 등 수십 명의 인터뷰와 글, 추억 등으로 구성됐다. 제목은 이창동 감독이 쓴 추도사의 제목에서 가져왔다.
 
워낙 한국영화사에서 그의 비중이 컸던 데다, 1990년대 후반 한국영화가 진보-보수 또는 신구세대로 나눠져 갈등할 때 진보영화인, 신세대 영화인들의 대표로서 앞장섰던 그를 영화인들은 절절한 마음으로 그리워했다.
 
책의 가장 앞장에서 고인을 기린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한국 현대 영화사는 "이춘연의 죽음 이전과 죽음 이후로 크게 갈릴 것이다"라며 이춘연은 대체되기 보다는 빈자리로 엄청난 존재감을 뿜어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라고 추모했다.
 
이춘연이 세상을 떠나기 몇 시간 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현 광화문국제단편영화제) 회의를 같이했던 오랜 친구 안성기 배우는 "지금도 그가 옆에 없다는 게 믿기지 않고 많이 힘들다"면서 "자신보다 주변을 먼제 챙기느라 참 바삐 살았는데, 이제 그냥 푹 쉬라고 말하고 싶다"는 인사를 책을 통해 전했다.
 
친형제처럼 지냈던 강우석 감독은 "정부나 정치인들이 영화나 영화인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끔 만든 일등 공신이 바로 이춘연 형이었다"고 강조했다.

1990년 초반부터 이춘연 옆에서 함께 했던 권영락 시네락픽쳐스 대표는 "이춘연이라는 사람은 투자를 받거나 캐스팅을 할 때 자신이 그간 쌓은 인지도나 덕망을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남의 일이라면 오히려 발 벗고 나서지만 본인의 일에 관해서라면 더없이 철저했다"고 회고했다.
 
부천영화제 신철 집행위원장은 "영화사를 만들던 때 이춘연 대표가 '신 씨니까 영화사 이름은 신씨네로 하지?'라고 제안해 간단명료하게 신씨네가 탄생했다고 지난날의 시간을 추억했다. 이어 "내게 춘연 형은 언제나 즐겁고 재밌기만 한 사람이었으나, 내 어리석음으로 그 장난기 속 이춘연의 깊이를 깨닫는데 길고 긴 시간이 걸렸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창동 감독은 "스태프 처우 개선, 독과점 해소 문제, 표현의 자유와 블랙리스트, 부산국제영화제 사태 등등 한국영화의 모든 이슈에 대한 공적 논의와 실제적인 노력의 중심에 이춘연이 있었다"면서 "이춘연이 지치지 않고 싸우고 중재하고 설득하고 문제들을 해결해 왔던 그 시기가 바로 한국영화가 한국의 문화 콘텐츠 산업의 중심에서 변화와 발전을 이끌어 왔던 시기입니다"라고 추모했다.
 
호방하고 용맹하면서 정이 깊었던 분
 
 지난 7일 저녁 열인 '이춘연의 밤'에서 고인을 회고하고 있는 이병헌 배우

지난 7일 저녁 열인 '이춘연의 밤'에서 고인을 회고하고 있는 이병헌 배우 ⓒ 부산영화제 제공

 
배우 이병헌은 "신인배우 시절 이춘연 대표님이 등장하면 드디어 내 편이 나타났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편안졌다"고 했고, 배우 김규리는 "호방하고 용맹한 분으로 마치 호랑이의 기개와 기운을 지니신 분 같았고, 정이 많고 깊었다"고 기억했다.

김복근 부산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영화제 일을 하면서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면 가장 먼저 찾았던 분이 이춘연 대표님이었고, 서울 가면 그를 뵙고 오는 게 큰 낙이었는데, 이제 누구에게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다 공허한 마음이 크다"고 허전함을 전했다.
 
대학 입학 동기였던 김유진 감독은 "가족 같은 친구였던 50년 지기 이춘연"을 아쉬워하면서 프로듀서나 제작자를 응원하는 '이춘연 상' 제정을 개인적인 소망으로 밝혔다.
 
부산영화제 측은 이런 뜻을 수렴해 내년 영화제부터는 매년 한국영화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제작자, 프로듀서에게 드리는 상으로 정하기로 했다.
 
의도하지 않게 이춘연의 역할을 맡게 된 부산영화제 이용관 이사장은 책 끄트머리에 짧은 글을 통해 애틋한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7일 열린 '이춘연의 밤'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는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7일 열린 '이춘연의 밤' 행사에서 인사하고 있는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 ⓒ 부산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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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연,
한국영화계의 하르방,
부산국제영화제의 천하대장군,
동문들의 솟대.
나의 봄, 봄, 형님. 친구.
그리고, 그리고,
먼저 떠나간 나쁜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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