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가 위기다. KCC는 주말에 있었던 안양 KGC와의 개막 첫 경기는 물론 고양 오리온을 불러들여 펼쳤던 홈 개막전까지 모두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이제 막 시작일뿐이지만 초반부터 단독 꼴찌로 추락하며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결과는 물론 경기 내용까지 좋지 못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거뒀던 위용은 온데간데없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인 게 아닌 계속해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사실 지난 시즌 KCC가 거둔 성적은 당초 예상했던 기대 이상이었다. 아슬아슬한 6강 후보 정도로 평가되었다가 그러한 혹평이 무색하리만치 치고 나가며 정규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다. 팬들 사이에서 '미라클 시즌'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쉽게도 올 시즌은 지난 시즌과 달리 보이는 전력 그대로 성적이 날 가능성도 높다. 지난 시즌 KCC가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배경에는 10개 구단 최하급 포지션 밸런스가 영향이 컸다. 포지션의 대부분이 가드 쪽에 몰려있고, 그 가드들마저 약점이 뚜렷한 말 그대로 '양은 많지만 질은 좋지 않은' 상태로 불안감을 안겼다.
 
 국내선수 높이가 낮은 KCC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지난 시즌 데이비스가 그리워지고 있다.

국내선수 높이가 낮은 KCC 입장에서는 벌써부터 지난 시즌 데이비스가 그리워지고 있다. ⓒ 전주 KCC

 
KCC 가드진 대부분은 수비가 약하다는 '웃픈'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팀내 최고 테크니션 이정현(34·191㎝)은 적지 않은 나이와 잔부상 등으로 예전의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유의 노련미는 여전하지만 활동량이 현저히 떨어져서 수비시 매치업 상대에게 많은 득점을 허용하기 일쑤다.

문제는 이러한 수비, 활동량 등의 약점이 이정현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전 포인트가드로 키워지고 있는 유현준(24, 178㎝)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은 물론 전준범(30, 194㎝) 등 새로 합류한 얼굴들까지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KCC에서 수비가 약하지 않다고 할 만한 선수는 송교창(25, 201cm), 정창영(33, 193㎝) 등 극히 일부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신장이 작은 팀이 에너지 레벨도 낮다는 점이다. 작은 팀이 큰 팀을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이 부지런히 뛰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안타깝게도 KCC 가드진의 활동량은 높지 않은 수준을 넘어 낮은 편에 속한다. 전창진 김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특별한 것 없이 단순히 열심히 뛰기만 하는 이진욱(25, 180㎝)이 중용되는 이유다.

KCC는 올 시즌에도 이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본래 활동량이 높지 않은 선수들을 다그쳐서 에너지 레벨을 올린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비시즌에 선수단을 거기에 맞춰서 구성하고 준비했어야 맞다. 과거 허재 감독이 신명호를 중용하고 강병현을 트레이드로 데려온 것을 비롯 임재현의 쓰임새를 바꾼 것이 좋은 예다.

그런 많은 문제점 속에서 지난 시즌 좋은 성적을 낸 배경에는 외국인 선수 타일러 데이비스(24, 208㎝)의 역할이 컸다. 그는 기량도 좋았지만 KCC와 궁합이 잘 맞았다. 각팀마다 외국인선수에게 바라는 것은 다르다. 외곽슛까지 갖추며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는 선수가 필요한 팀이 있는 반면 높이가 낮은 KCC는 무조건 포스트를 사수해줄 선수가 절실했다.

데이비스가 딱 그런 스타일이었다. 좀처럼 골밑 근처를 벗어나지 않은 채 듬직하게 골밑을 지켜주며 클래식 센터로서의 위엄을 뽐냈다. 혼자서 상대 4, 5번을 거뜬히 상대할 정도로 무게감이 빼어난 데이비스가 있었기에 정통적인 4번이 아닌 송교창이 장기를 살려 내외곽을 오간 채 스페이싱 농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적어도 지난 시즌 한정으로 평가하자면 데이비스는 최고의 정통센터였다. 철저한 공수 리바운드 단속은 물론이거니와 동료의 슛이 실패하더라도 이를 풋백득점으로 연결하는 경우가 많아 팀적으로 많은 시너지를 나게 했다. 파워는 물론 기동성도 나쁘지 않으며 슛 거리가 길지는 않지만 미들슛 능력까지 갖췄던지라 클래식 센터치고 쓰임새를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부분도 장점이었다.

데이비스가 있고 없고에 따른 경기력 차이는 지난 시즌 행보에서도 알 수 있다. 데이비스가 버티고 있던 초중반에는 연승 행진을 달리는 등 단독 선두를 여유있게 지켰지만 팀을 떠난 후반기부터는 경기력이 떨어졌으며 결국 챔피언결정전에서 완패를 당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만다.

때문에 이번 시즌을 앞우고 외국인선수 전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시즌 국내 선수의 높이가 낮은 KCC가 잘나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데이비스가 골밑을 지켜주는 가운데 라건아(32, 199㎝)라는 최강 2옵션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둘다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 다양한 전술을 펼치기에도 용이했다.

올 시즌 KCC는 지난 시즌 2옵션 라건아가 메인 1옵션으로 가고, 그 뒤를 라티비우스 윌리엄스(32, 200㎝)가 받친다. 지난 시즌 우승팀 안양 KGC에서 2번째 외인 옵션으로 뛰며 성실한 모습을 보이기는 했으나 라건아와 경합할 정도는 아니다. 말 그대로 무난한 2옵션 외인이다. 때문에 KCC 외인 파워에 대해서는 진작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첫 2경기에서부터 상대팀 외국인 선수에게 밀리며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KCC 입장에서는 지난 시즌 데이비스 이상가는 외국인 선수가 갑자기 확 등장하지 않는 이상 팀 전술이나 구성원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할 듯 보인다. 데이비스가 있었기에 가드진을 공격에 집중하게 해서 모션오펜스, 핸들러 농구 등이 가능했지만 현재 라건아, 윌리엄스로는 쉽지않다. 루키 김동현(19, 189.8cm) 등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해서라도 팀내 에너지 레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시즌 개막부터 약점을 노출하고 있는 KCC가 팀을 재정비해 지난해 정규리그 우승팀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지, 흔들리는 이지스함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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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데이비스 외인파워 KCC 개막2연패 라건아 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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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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