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부산 남포구의 한 극장에서 진행된 커뮤니티비프 Day X Day 행사에 배우 전여빈이 참석해 관객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7일 오전 부산 남포구의 한 극장에서 진행된 커뮤니티비프 Day X Day 행사에 배우 전여빈이 참석해 관객과 대화 시간을 가졌다. ⓒ 부산국제영화제_커뮤니티비프

 
배우 전여빈의 행보가 부산국제영화제 지역 행사인 '커뮤니티비프'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 주최 측 요청에 기꺼이 응해 부산시 중구 남포동에서 진행 중인 상영회를 찾아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고, 이로 인해 관객들이 남포동 행사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7일 오전 남포동의 한 극장에서 커뮤니티비프 데이X데이 '보고 또 보고 싶은 전여빈'이라는 행사가 진행됐다. 배우 전여빈의 데뷔 초기작인 <최고의 감독> <망> <예술의 목적>을 묶어서 상영한 뒤 배우가 직접 관객들과 자신의 연기 생활과 영화에 대한 얘길 나눈다는 취지였다.

이날 행사에서 전여빈은 자신이 배우가 된 과정을 비롯해 데뷔 직전까지 보냈던 시간들, 상업영화를 찍기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들까지 세세하게 말했다. 그간 언론과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진 사실 외에 학창시절 일화라든지 초기작을 찍으며 든 여러 감정과 생각을 관객들과 나눴다. 이를테면 의사가 되는 게 장래희망이었다가 성적 문제로 좌절했던 경험이라든가 지금의 전여빈을 있게 한 영화 <죄 많은 소녀> 오디션 당시 일화 등이다.

<죄 많은 소녀>로 전여빈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를 오게 됐고, 그 해 독립 스타상과 뉴커런츠 배우 부문에서 배우상을 받으며 급부상하게 됐다. "<죄 많은 소녀>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연기할 당시는 정말 고통의 상태였지만 기꺼이 그 고통을 마주하며 더 찢겨도 괜찮다는 마음이었다"던 그의 고백이 보상받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전여빈이 행사 초반 참석하면서 커뮤니티비프 최고 흥행의 주역이 됐다는 후문이다. 부산국제영화제 메인 행사와 별개로 지난 2018년부터 진행된 커뮤니티비프는 영화제의 발상지였던 남포동을 다시 생동감으로 채우며 부산 지역의 고른 문화 향유를 위한 기획이었다. 4년만에 그 기획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행사 관계자는 "역대 커뮤니티비프 행사 중 최고의 흥행이 아닐까 싶다. 아침 일찍 취재진들도 많이 왔고 관객 호응도 좋았다"며 "여빈씨의 영리하고 순수하고 사려깊은 행동에 저도 팬이 되었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전여빈의 행사가 배우의 시작점과 출발점을 짚었다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중엔 한 영화인의 마지막 행보를 암시하는 작품 또한 있었다. 부산을 대표하는 독립영화 감독인 전수일 감독의 <라스트 필름>이다. 그간 <내 안의 우는 바람>(1997), <개와 늑대 사이의 시간>(2005), <영도다리>(2010)를 비롯해 <아메리카 타운>(2018)를 거쳐 올해 신작을 내놓게 된 전수일 감독은 그 자체가 영화 열정으로 가득한 사람이기도 하다.
 
 지난 10일 관객들 앞에서 야외 무대 인사 시간을 가진 영화 <라스트 필름>의 전수일 감독(좌)과 배우 장현성.

지난 10일 관객들 앞에서 야외 무대 인사 시간을 가진 영화 <라스트 필름>의 전수일 감독(좌)과 배우 장현성. ⓒ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라스트 필름>은 감독이 걸어온 영화 인생을 상징하는 여러 에피소드들로 이뤄진 일종의 자전적 극영화였다. <연가시> 등을 제작한 오존필름과 의기투합한 이 영화는 빚더미에 앉게 된 감독과 그를 쫓는 추심원이 어떤 이유로 함께 영화를 찍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부산 지역 대학의 교수기도 한 상민(장현성)은 곧 전수일 감독을 상징한다. 교수실에 붙은 각종 영화 포스터,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등장하는 화면은 <영도다리>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1990년대부터 뚝심으로 영화를 만들어 온 전수일 감독에게 이 영화는 어떤 의미일까. 영화 관계자는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어 오며 너무 고생하신 걸 곁에서 지켜봐서 너무도 잘 안다"며 "감독님 이제 이 영화를 끝으로 그만 하시자는 말씀도 했다. 그만큼 이 영화에 담긴 의미가 남다르다"고 기자에게 말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겐 시작의 설렘과 기쁨을 또 다른 이에겐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게 하는 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의 매력 아닐까. 영화의 힘이라는 게 이처럼 강력하다. '영화의 바다'라는 기치를 품고 꾸준히 달려온 부산국제영화제의 남은 일정도 누군가에겐 설렘과 꿈의 장이 되길, 진한 여운이 되길 바라본다.
라스트 필름 전여빈 전수일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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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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