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아네트>의 한 장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아네트>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이 감독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때론 괴랄하게 혹은 과격하게 시나리오 문법을 깨면서 묘하게 긴장감만큼은 유지하는 힘이 있다. 영화마니아라면 20세기에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활동 중인 레오스 카락스 감독에게 남다른 애정을 느낄 것이다.

그가 <홀리 모터스> 이후 8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앞서 열린 칸영화제에선 개막작이자 감독상을 수상했던 영화 <아네트>는 어쩌면 레오스 카락스 감독 인생에서 현재 진행 중인 특별한 변화를 암시하는 듯 하다.

스탠드업 코미디언 헨리(아담 드라이버)와 오페라 스타인 안(마리옹 꼬띠아르)은 밀회 끝에 결혼했고, 두 사람 사이에 딸 아네트가 태어난다. 대중의 큰 관심과 주목을 받던 이 가족은 헨리의 커리어가 정점에서 하향세로 치달으며 함께 나락으로 떨어진다. 안의 재능을 질투하고 자신을 경멸하던 헨리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절망의 끝에서 발견한 딸 아네트의 재능은 그로 하여금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아빠와 함께 세계 투어를 하기 시작한 아네트는 꽤 무서운 복수를 시작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아네트>의 한 장면.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인 <아네트>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어긋난 부성과 실패하 모성. <아네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본다. 영화의 90% 이상이 노래로 이뤄진 이른바 뮤지컬 영화다. 여성 캐릭터가 가장 아름다운 시점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 부르는 노래인 아리아를 형상화 한 지점도 있기에 오페라 영화로 볼 수도 있다. 사건 전개가 급격히 이뤄지고 소재 또한 충격적이라 적잖이 당황할 순 있지만 레오스 카락스 감독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다시 한번 꽃 핀 그의 재능에 박수칠 것이다.  

<아네트>는 감독의 전작과 달리 모든 대사와 가사가 영어로 이뤄져 있다. 본격 뮤지컬 영화도 처음 시도하는 것이고, 시나리오가 아닌 한 밴드의 제안이 영화의 시작점이라는 점도 특별하다. 바로 미국이 낳은 괴짜 형제 밴드 스파크스(sparks)다. 1970년대를 시작으로 약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동 중인 스파크스는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비틀즈, 푸 파이터즈, 프란시스 퍼디난드 등 미국과 영국 유명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준 밴드다. 형제인 론 맬과 러셀 맬로 구성된 이 팀은 특유의 괴짜 같은 퍼포먼스로도 유명하다.

오랜 기간 스파크스의 음악을 들어온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음악 영화를 해보자는 그들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고 지금의 <아네트>가 탄생했다. 스스로는 나쁜 아빠에 대한 영화라 정의했지만, 주제를 떠나 영화 곳곳에 흐르는 스파크스의 음악 덕에 꽤 풍부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이유로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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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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