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승을 달리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부분이 남았다. 어쩌면 그것이 KIA 타이거즈의 현실일지도 모르겠다. 더블헤더를 포함해 3일간 무려 4경기에 등판한 장현식 때문이다.

KIA는 1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더블헤더 1, 2차전을 잡으면서 주말 3연전 싹쓸이에 성공했다. 덕분에 10위 한화와의 격차가 5.5경기 차까지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주말 시리즈를 통해 KIA의 최하위 추락 가능성이 낮아진 것은 맞지만,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특히 필승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우완 투수 장현식으로선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이 말 그대로 고난의 행군에 가까웠다.
 
 장현식은 10일 더블헤더서 홀드만 두 차례나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지만, 두 차례의 등판이 결코 좋은 의미만 담고 있지는 않다.

장현식은 10일 더블헤더서 홀드만 두 차례나 기록하면서 팀 승리에 기여했지만, 두 차례의 등판이 결코 좋은 의미만 담고 있지는 않다. ⓒ KIA 타이거즈

 
데뷔 첫 4연투에도 마운드 위에서 꿋꿋하게 버틴 장현식

6일 롯데 자이언츠전 이후 하루 휴식을 취한 장현식은 8일 LG 트윈스전에서 1이닝을 던졌다. 이튿날인 9일 한화전에서 다시 맷 윌리엄스 감독의 호출을 받았고, 10일 열린 더블헤더에서는 1, 2차전 모두 마운드에 올라왔다. 일수로만 따지면 3연투였는데, 마지막날이 더블헤더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4연투를 소화한 셈이다.

10일 더블헤더에서 KIA는 1, 2차전 각각 5명과 3명의 불펜 투수를 소모했고 유일하게 두 경기 모두 등판한 선수가 장현식이었다. 덕분에 하루에만 두 차례나 홀드를 기록하면서 시즌 28홀드로 KT 주권(26홀드)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선두에 올라섰다.

장현식은 4연투 기간 동안 매 경기 루상에 안타로 주자를 내보냈고, 9일 경기에서는 피홈런을 기록하기도 했다. 썩 매끄럽지 않은 투구였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지만 그래도 나머지 3경기에서는 실점 없이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끝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에 있어서도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8일 LG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144.9km까지 떨어졌다가 9일 한화전 146.8km, 10일 한화전 148.3km를 나타내면서 오히려 연투를 거듭할수록 숫자가 상승했다.

윌리엄스 감독도 더블헤더가 끝난 이후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특히 1, 2차전 모두 불펜 투수들이 굉장한 피칭을 해주며 승리를 잘 지켜주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팀의 승리에 장현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시즌 초와 비교할 때 달라진 게 없는 '또현식' 딜레마

장현식의 호투가 팀 승리로 연결된 것은 당연히 반가운 일이지만,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일이다. 선수 입장에서 보자면 홀드 부문 타이틀도 걸려 있고, 팀으로선 반드시 한화와의 시리즈를 잡겠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으나 다소 무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시즌 초반 KIA의 핵심 불펜 요원 장현식, 정해영의 잦은 등판을 두고 '또현식', '또해영'이라는 단어가 KIA팬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됐다. 그 정도로 팀이 이기고 있거나 접전 상황일 때면 두 선수에게 돌아가는 등판 기회가 많은 편이었다.

장현식의 경우 10일 경기까지 63경기 71.1이닝으로 올 시즌 리그 전체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했다. 이닝만 놓고 본다면 장지훈(54경기, 72이닝)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지난 주말 4연투를 제외하더라도 이미 많이 던진 상태였다.

전상현, 박준표 등 부상과 수술 등을 이유로 하나둘 불펜에서 이탈하는 선수가 발생하면서 부담감이 가중될 수밖에 없기는 했다. 그러나 NC 다이노스 시절 부상 경력이 있고, 올 시즌에도 4월부터 많은 경기에 등판하자 5월 들어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 정도 관리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올해보다 내년을 바라보고 잔여경기를 치르는 KIA이기에 이럴 때일수록 철저하고 세심한 선수 관리가 요구된다. 이번 장현식의 4연투와 같은 선수 운영이 반복된다면, 내년에도 건강한 시즌을 꿈꿀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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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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