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른바 '패밀리십' 체제로 변신한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가 이번엔 방송 취재 기자 도전에 나섰다. 유재석의 1인 예능에서 탈피한 <놀면 뭐하니?>는 정준하, 하하 등 <무한도전> 시절의 동료를 비롯해서 <해피투게더> 신봉선, <식스센스> 이미주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들과의 협업을 통한 신5인 체제 구축을 통해 매주 색다른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예전 인기 예능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킴과 동시에 유재석 혼자에게 몰린 과도한 짐을 덜어냈다는 팬들의 호평도 존재하지만 한편에선 산만한 전개 및 모호한 방향성에 대한 일부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를 의식했는지는 몰라도 9일 방영된 <놀면 뭐하니?>에선 가짜 기자 간담회를 빌려 유재석 및 출연진의 생각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함과 동시에 멤버들의 색다른 체험기를 담으면서 또 한번의 변화의 발을 내디뎠다. 

신뢰 받는 언론인(?) 유재석​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놀면 뭐하니?>에서 종종 활용했던 깜짝 카메라 형식을 빌려 유재석, 하하, 신봉선, 이미주 등은 기자로 신분을 속인 정준하 및 일반 시청자들을 상대로 진행된 가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게 된다. 언제나 그랬듯이 갑작스런 카메라 조명과 쉴틈없이 울려퍼지는 셔터 소리에 당황한 멤버들은 진땀 쏙 빼는 질의 응답 시간을 맞이했다.  
​미리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수집된 팬들의 궁금증을 통해 전달된 다양한 질문의 상당수는 예상대로 1인자 유재석을 둘러싼 근황이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 취미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이날 방송 중 귀를 솔깃하게 만든 장면은 따로 있었다.  

지난 9월 시사in이 진행한 매체 관련 설문조사에서 "가장 신뢰하는 언론인" 2위에 유재석의 이름이 올라간 사실을 지적하는 '스포츠 꼬치꼬치' 정준하 기자의 질문이 그것이었다. "감사하긴 했지만 의아하다"는 그의 반응이 말해주듯이 이는 TV에 등장하는 언론인과 연예인의 기준 및 구분을 다소 혼동한 시민들의 답변 결과로 보였지만 1위 손석희에 이어 유재석이 거론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매체 불신의 시대 vs. 유재석에 대한 대중들의 믿음​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더 이상 사람들은 9시 또는 8시 뉴스를 본방 사수하면서 시청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통해 수시로 온갖 기사를 접하면서 포털 또는 유튜브 등에 소개되는 내용을 흡수하는 것이 일반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폭설 속 고군분투하는 장면 등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이제 사람들은 기자의 이름까지 기억하며 뉴스를 수용하지 않는다.  

​예능 PD의 이름은 알아도 <MBC 뉴스데스크> <KBS 9시뉴스> 제작진이 누군지 아는 이들은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방송 화면에서 사라진 지 1년 이상 지난 손석희 사장, 언론인이 아닌 유재석이 언급되는 현실은 현재 방송 및 언론 매체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로 봐도 무방하다. "현재 신뢰하는 신문이 없다, 언론인이 없다" 등으로 답한 비율이 50% 이상에 달했다고도 하니 그만큼 매체 및 종사자들은 불신 혹은 무관심의 대상에 불과한 것이다. 

​반면 유재석이라는 인물만 놓고 본다면 대중들에게 그의 이름은 기존 언론인 대신 신뢰할 수 있는 존재로 각인되었다고 해석할 만 하다. 각종 구설수와는 거리감을 둔채 모범적인 언행으로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가 하면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통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공감의 의미를 극대화시킨 인물이 유재석이었음을 상기해볼 때 의아하지만 충분히 이해가 되는 순위 등극이기도 하다.  지금 사람들에게 유재석의 이름은 기성 언론인 대신 믿고 따를 수 있는 신뢰의 아이콘이다. 

신입 기자가 된 <놀면 뭐하니?> 멤버들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9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때마침 진행되고 있는 <놀면 뭐하니?>의 방송 기자 체험 '유스데스크'편은 그래서 더 큰 의미를 지닌다. 지난 8월 깜짝 카메라 형식으로 뉴스 진행을 떠맡았던 이들 5명의 동료들은 그때의 경험을 발판 삼아 취재 기자로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물론 이번에도 그들의 의사와는 상관 없는 강제적인 도전에 나서지만 말이다.   

​난상 토론 끝에 5인 멤버들은 '댄스 챌린지 열풍의 이유'(하하+정준하), '랜선 소개팅'(신봉선+이미주) 등 요즘 젊은 세대의 달라진 문화 탐방을 비롯해서 '키오스크 도입에 따른 사회적 소외현상'(유재석) 등을 취재 대상으로 삼았다. 24시간 늘 TV뉴스를 켜 놓고 생활한다는 정준하의 지적처럼 정치 분야를 다루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제약이 존재하지만 이번 촬영을 위해 각자 고른 소재들은 시의적절한 선택임을 고려해볼 때 일선 기자 못잖은 감각을 지녔음을 보여준다.    

​전문 기자처럼 정돈된 화법이 가미된 취재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한계도 분명 뒤따르긴 하더라도 예능의 형식을 빌려 언론의 영역을 체험하는 <놀면 뭐하니?>는 이를 통해 또 한번의 변신을 단행하기 시작했다. 성공과 실패 여부에 상관없이 신입기자 5인방의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는 건 "믿을 수 있는 방송인" 유재석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놀면뭐하니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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