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내새끼>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재정비를 마친 채널A <금쪽같은 내새끼>에 삼남매(첫째 12살, 둘째 10살, 막내 6살)의 부모가 찾아왔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사춘기에 접어든 금쪽이가 더 크기 전에 제대로 상담을 받아보라는 친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첫째인 금쪽이는 동생을 살뜰히 잘 보살피는 다정한 누나에서 걸핏하면 동생을 잡는 살벌한 누나가 됐다. 또, '싫어'와 '몰라'를 입에 달고 살았다. 

엄마는 금쪽이의 변화가 당황스러웠다. 언젠가부터 동생들이 싫다며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금쪽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엄마가 보기에는 이유 없이 동생들을 괴롭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금쪽이는 유달리 씻기를 싫어했다. 보다 못한 엄마가 씻겨주겠다고까지 했지만 끝까지 싫다고 거부했다. 5학년이 되면서 생긴 변화였다. 금쪽이는 길게는 5일까지도 씻지 않았다.

왜 금쪽이는 동생을 괴롭히고 씻기를 거부할까. 쉽게 떠오르는 답은 '사춘기 반항'이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는 그 가능성을 일축하며 금쪽이는 "나이보다 어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사춘기라면 '애처럼 대하지 마'라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금쪽이는 그와 정반대였다. 가족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지 않지만 함께 있기를 원했다. 단순히 나이만 고려해 사춘기로 판단하면 이해하기 어려웠다. 
 
 <금쪽같은 내새끼>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오은영은 '도전적 반항 장애'라는 개념을 언급했다. 이는 부모 등 가까운 사람에게 거부적, 적대적, 불복종적 행동을 지속하는 증상을 의미한다. 오은영은 이 경우 부모와의 관계를 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시적이고 강압적인 부모의 태도, 비민주적 환경 등이 도전적 반항 장애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이다. 엄마는 평소 아이를 대할 때마다 지시하는 것 같다고 털어 놓았다. 

한편, 금쪽이는 온라인 수업도 거부한 채 하루종일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저녁에는 반찬 투정도 했다. 이 또한 반항이라고 봐야 할까. 그때 금쪽이는 막내가 강아지와 함께 노는 것을 발견하고 곧바로 막내에게 다가가 몸을 꼬집었다. 여섯 살 차이 자매의 살벌한 말싸움이 시작됐다. 금쪽이는 "쟤 왜 낳았어? 낳지 말지!"라며 막말을 쏟아냈고, 막내도 이에 질세라 반격에 나섰다. 

둘째가 막내 편을 들자 금쪽이는 "입양 보내"라는 충격적인 말까지 했다. 엄마는 차분히 훈육해 보려 했지만, 금쪽이는 계속 얄미운 말로 상처를 줬다. 금쪽이의 '미운 행동'을 지켜보는 오은영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 학교에서도 문제가 심각했다. 나쁜 사건에 연루돼 학교 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아빠는 대화를 시도했지만, 금쪽이는 모른다, 없다는 말만 거듭했다. 결국 정적만 남았다. 

하지만 미운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오은영은 금쪽이의 입장에서 금쪽이의 마음을 헤아렸다. 금쪽이는 기족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원활히 어울리지 못했다. 금쪽이가 가족과 함께 하는 경우는 부정적인 행동을 할 때뿐이었다. 오은영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자아도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이대로라면 부정적으로 굳어진 자신의 이미지를 깨기 점점 어려울 것이다. 

오은영은 엄마에게 금쪽이가 공부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지 조심스레 질문했다. 엄마는 금쪽이가 2학년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3학년에 들어서면서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스스로 할 게 많은 5학년인데, 막상 스스로 할 능력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학교 수업을 못 따라가보니 점점 더 손을 놓게 되는 악순환이 지속됐던 것이다. 
 
 <금쪽같은 내새끼>

<금쪽같은 내새끼> ⓒ 채널A


금쪽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우지 못했다. 대부분의 일들을 엄마가 대신해 주었기 때문이다. 오은영은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나이에 맞게 돌려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분명 금쪽이는 키우기 쉬운 아이는 아니었다. 10명 키우는 것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금쪽이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엄마가 가장 필요했을 시기에 동생이 생기는 바람에 충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했다. 

청소년 시기에 돌입했지만 어린 시절에 채우지 못한 사랑이 여전히 결핍돼 있었다. 오은영이 보기에 금쪽이는 엄마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몰두하고 있었다. 모든 정신적 에너지를 엄마에게 쏟고 있었다. 그것에 차질이 생기면 동생에게 응징하고 되갚음을 했다. 사실상 금쪽이의 에너지는 고갈 상태였다. 나이에 비해 사회화가 덜 되어 있다. 애착 관계의 재점검이 필요했다. 

오은영은 지금 두 모녀에게 필요한 건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한 유대감이라고 진단했다. 더 늦게 전에 애착 관계의 구멍을 매워주라고 조언했다. 그건 다시 말해 '사랑한다'고 말하고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은영은 금쪽 처방으로 사회화를 위한 '밀착 육아 3단계'를 제시했다. 1단계는 친절하게 설명해주기, 2단계는 직접 시범 보이기, 3단계는 함께 실천해보기였다. 

공부뿐만 아니라 모든 생활에 대해, 심지어는 일상에서 긍정적인 말하기까지 일일이 가르칠 필요가 있었다. 오은영은 금쪽이에게 편한 소통 방식(휴대전화)으로 긍정적인 대화 시간을 늘려보라고 설명했다. 엄마는 금쪽이의 공부를 위해 직접 수업을 들어가며 준비를 했다. 그러자 금쪽이도 조금씩 관심을 보였다. 아빠도 금쪽이를 칭찬하며 의욕을 북돋았다. 금쪽이는 조금씩 공부 습관을 들였다. 

또, 가족 금지어를 정해 속상한 기분이 들 때 다른 표현을 쓰도록 고쳐나갔다. 금지어를 어길 때는 안아주고 사과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곧바로 하기로 약속했다. 누군가에겐 사소하고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겠지만 금쪽이에게는 큰 변화의 시작이이었다. 엄마는 장기전이 되더라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며 희망을 보였다. 금쪽이의 마음 속 빈틈이 부모의 사랑으로 꽉 채워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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