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힐스테이트는 V리그 출범 직전 장소연(SBS 스포츠 해설위원)과 구민정,강혜미로 구성된 국가대표 트리오를 앞세워 겨울리그 5연패를 달성한 강 팀이었다. 프로 출범 후에도 정대영(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과 김수지(IBK기업은행 알토스),양효진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센터진을 앞세워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다. 실제로 현대건설이 프로 출범 후 16시즌 동안 최하위에 머물렀던 시즌은 2007-2008 시즌 한 번 뿐이었다.

그렇게 V리그 여자부의 강 팀으로 군림하던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30경기에서 11승에 그치면서 13년 만에 프로 출범 후 두 번째 최하위를 기록했다. '밍키' 황민경이 시즌 내내 잔부상에 시달렸지만 윙스파이커의 선수층이 얇아 대체할 선수가 마땅치 않았고 센터 정지윤의 날개 공격수 변신도 '미완'에 그치고 말았다. 결국 현대건설은 도로공사에 승점 5점이 뒤진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계약이 만료된 이도희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리고 지난 3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의 감독을 지냈고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을 보좌해 여자배구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역임하고 있는 강성형 감독을 선임했다. 지난 8월 컵대회 우승을 통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현대건설은 도쿄 올림픽을 경험한 양효진과 정지윤을 앞세워 명예회복에 나설 예정이다.

정규리그 1위에서 최하위로 떨어진 현대건설
 
 양효진이 블로킹 여왕 자리에서 물러나자 1위 현대건설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양효진이 블로킹 여왕 자리에서 물러나자 1위 현대건설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 한국배구연맹

 
작년 2월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2019-2020 시즌 V리그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작년 2월 순위경쟁으로 한창 열기가 오르던 V리그가 무관중으로 전환됐고 급기야 3월1일 경기를 끝으로 리그가 전면 중단됐다. 한국배구연맹은 유행이 잠잠해지길 기다렸지만 기대와 달리 코로나19의 유행속도는 점점 가속화됐다. 결국 연맹은 사상 초유의 '리그 조기 종료'라는 선택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시즌 종료 시점에서 20승7패로 1위를 달리고 있던 현대건설은 정규리그 1위가 확정됐고 현대건설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에이스 양효진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현대건설은 시즌이 조기종료 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만약 정상적으로 시즌이 진행됐다면 현대건설은 정규리그는 물론 챔프전 우승에도 가장 가까운 팀이었기 때문이다.

2019-2020 시즌이 끝난 후 주전세터 이다영(PAOK)이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한 현대건설은 트레이드를 통해 이나연 세터를 영입하고 새 외국인 선수로 터키리그 BEST7 출신의 윙스파이커 헬레 루소를 지명했다. 이다영의 공백을 걱정하는 팬들이 적지 않았지만 양효진과 정지윤,이다현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의 센터진이 건재하고 왼발목에 큰 부상을 당했던 김연견 리베로도 복귀가 예정돼 있어 여전히 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현대건설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시즌을 꾸려가지 못했다. 11시즌 연속 블로킹 부문 1위를 차지하며 블로킹 만큼은 적수를 찾기 힘들었던 양효진이 블로킹 5위(세트당0.54개)로 떨어지며 중앙에서의 지배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던 다재다능한 외국인 선수 루소도 KGC인삼공사의 발렌티나 디우프나 기업은행의 안나 라자레바 같은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현대건설의 살림꾼 역할을 해주던 '밍키' 황민경의 부진이었다. 2019-2020 시즌 27경기에서 36.9%의 공격 성공률로 267득점을 기록하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던 황민경은 지난 시즌 발바닥 부상에 시달리며 25.54%의 성공률로 134득점을 올리는데 그쳤다. 이도희 감독은 이다현을 센터로 투입하면서 정지윤을 윙스파이커에 배치하는 작전을 써봤지만 정지윤은 아직 서브리시브나 수비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강성형 감독은 현대건설을 살릴 수 있을까
 
 정지윤은 도쿄 올림픽 이후 김연경으로부터 '한국배구 차세대 에이스'로 낙점 받았다.

정지윤은 도쿄 올림픽 이후 김연경으로부터 '한국배구 차세대 에이스'로 낙점 받았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3월 현대건설의 사령탑에 부임한 강성형 감독은 현역 시절부터 화려함보다는 조용히 팀에 보탬이 되는 살림꾼 역할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이미지는 지도자 시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표팀의 수석코치로 한국의 4강진출에 힘을 보탰던 강성형 감독은 올림픽 직후 열렸던 컵대회에서 현대건설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남자부 감독 시절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강성형 감독으로서도 자신에 대한 평판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크로아티아와 이탈리아,그리스 리그에서 활약했던 미국 출신의 오른쪽 공격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를 지명했다. 196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야스민은 좋은 체격과 신장을 바탕으로 파워 있는 공격을 구사하는 공격수로 알려져 있다. '슬러거' 스타일에 가까운 야스민은 '테크니션'이었던 지난 시즌의 루소와는 다른 스타일의 배구를 보여줄 전망이다.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는 2020 도쿄 올림픽 직후 '여제' 김연경(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으로부터 한국배구를 이끌 차세대 스타로 지목 받은 정지윤이다. 180cm의 정지윤이 극제대회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윙스파이커로의 변신이 필수적이다. 컵대회 MVP에 선정될 정도로 공격력이 검증된 정지윤이 윙스파이커로 성공적인 변신을 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즌 20%에 불과했던 리시브 효율을 반드시 향상시켜야 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컵대회에서 김다인 세터가 세트당 8.67개, 이나연 세터가 세트당 8.5개의 세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배구에서 더블 세터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다. 게다가 현대건설은 김다인이 171cm, 이나연이 173cm일 정도로 신체조건에서도 큰 차별점이 없다. 강성형 감독이 신체조건과 스타일이 비슷한 두 세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지가 이번 시즌 현대건설의 성적을 좌우할 것이다.

현대건설은 분명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현대건설을 약체로 평가하는 배구팬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현대건설은 화려함과 짜임새를 겸비한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지난 시즌 '트레블'에 빛나는 GS칼텍스 KIXX를 세트스코어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컵대회 결승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 화려한 선수구성을 자랑하는 현대건설이 어떤 성적을 올릴지는 강성형 신임 감독의 지도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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