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 예능 <슬기로운 산촌생활>(이하 슬산생)이 첫 방송을 시작했다. 8일 방송된 <슬산생>에는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에서 이른바 '99즈'로 활약했던 배우 조정석·유연석·정경호·김대명·전미도가 출연해 함께 산촌생활에 돌입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방송은 2021년 9월 6일 <슬의생>의 마지막 촬영을 앞두고 출연자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으로 시작했다. 출연자들은 'Butterfly'를 연주하는 장면을 끝으로 모든 촬영을 마쳤다. 서로를 격려했으며 일부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 드라마 촬영이 끝나고 6시간 후, 분위기가 바뀌며 99즈는 강원도 정선에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 스케줄 때문에 첫날 함께하지 못한 유연석을 제외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같은 차량을 타고 산꼭대기에 위치한 산촌하우스로 이동했다. 아름다운 경치와 고즈넉한 산촌하우스의 풍경에 멤버들을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낭만을 즐기는 것도 잠시, 99즈는 곧바로 쏟아져내리는 빗속에서 좌충우돌하며 첫 끼를 준비해야 했다. 일일 작업반장으로 나선 조정석의 리드 하에 천막과 아궁이를 설치하고 고추장수제비와 배추전을 첫 점심 메뉴로 선정했다. 요리 담당을 맡은 전미도와 정경호는 텃밭에 재료를 구하러가면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경치를 보면 너무 좋을 것 같다"며 감탄했지만, 산꼭대기에 위치한 집으로 돌아오면서 체력이 고갈된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밀가루를 반죽하던 정경호는 문득 한끼를 먹고나서 또 다음 끼니를 준비해야 한다는 걱정에 빠졌다. "저녁은 안 먹나? 원래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게 이 프로그램"이라는 나영석 PD의 단호한 대답에 할말을 잃었다. 정경호는 밀가루를 바지에 흘리고 물을 쏟는 등 한동안 멘붕에 빠졌다.

오후 4시가 되었는데 여전히 점심 준비중인 상황에서 두 번째 현타가 찾아왔다. 정경호는 "이렇게 천천히 하면(점심을 먹고나면), 저녁이 되면, 저녁을 먹으면 끝나는 거냐?"라고 다시 질문하자 나PD는 "그래서 보통 설거지하자마자 저녁 준비를 시작한다"고 답변했고 정경호는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조정석은 "우리 지금 힐링하는 거 맞죠?"라고 물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나 PD는 "잘 생각해봐라. (일하느라)아무리 잡생각이 안들지 않나? 이게 힐링이다"라고 설득했고 조정석은 바로 수긍했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첫 끼
 
 tvN <슬기로운 산촌생활>.

tvN <슬기로운 산촌생활>. ⓒ tvN

 
네 사람은 우여곡절 끝에 요리를 완성하고 함께 첫 식사를 즐겼다. 기대 이상의 맛에 멤버들 모두 만족했지만, 멤버들은 식사를 하면서도 저녁 메뉴와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게스트를 걱정했다. 나 PD는 "점심 만드는 걸보니까 병원으로 보면 일종의 응급상황이다. 저녁부터는 집도의(요리담당)을 정해서 의견을 경청하되 독단적으로 메뉴를 결정하라"며 '요리 집도의' 시스템을 이야기했고, 첫 주자로 전미도가 낙점됐다. 

99즈는 옛날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면서 설거지와 뒷정리를 했다. 조정석은 "거미 1집도 있더라"며 본인이 아내를 먼저 언급하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거미의 노래가 울려퍼지자 조정석은 민망하다고 몸서리를 치면서도 "명곡이다"라며 아내 사랑을 드러냈다.

휴식도 잠시 전미도 주도로 멤버들은 저녁 준비에 돌입했다. 정경호와 김대명이 아궁이에 불을 붙이는데 고전하자 조정석이 나서서 불피우기에 성공하며 '조덕션'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전미도가 안정적인 자세와 차분하고 기품있는 말투로 요리를 진두지휘하자, 정경호와 김대명은 "요리 선생님 같다"며 전미도의 성대모사를 흉내내 웃음을 자아냈다.

멤버들은 가지솥밥과 계란국, 오이무침, 감자볶음 등으로 근사한 저녁 메뉴 한상을 완성했다. 멤버들은 핏대까지 세워가며 맛있는 음식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다음날 두 번째 요리담당으로 낙점된 정경호는 저녁을 먹으면서도 벌써 내일 메뉴를 걱정했다. 즐거운 식사를 마친 후에는 공기놀이를 통하여 설거지 담당으로 낙점된 김대명이 알바 경력을 살려 발군의 설거지 실력을 과시했다.

99즈는 늦은 밤까지 둘러앉아 조정석의 통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첫날밤의 여유를 즐겼다. 영화촬영중이던 유연석과 전화 통화를 연결하기도 했다. 99즈는 드라마의 후일담을 들려주는 속풀이 토크 시간도 가졌다.

조정석은 "아직도 합주 연습을 하고 내일 누가 첫 신인지 물어봐야할 것 같다. 이제 촬영장에서 너희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 고백했다. 전미도는 마지막 촬영 때 정경호의 표정을 보고 울컥했다고 밝혔다. 정경호는 쑥스러워하며 "나말고 다 울었다. 드라마 촬영 20년 했는데 끝나고 운건 처음"이라고 고백했다. 김대명은 "나이들어서 어릴 때 졸업식같은 감정을 느낄 일이 별로 없는데 비슷한 감정인 것 같다"고 밝혔다. 전미도는 "극중 설정이 대학교 때 친구들이다 보니 진짜 우리가 노는 것도 대학친구들 같았다"고 회상했다.

정경호는 "진짜 재밌었다. 우리 인생에 앞으로 이런 건 없겠지?"라며 드라마의 여운에서 아직 빠져 나오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김대명은 "드라마 끝날 때쯤, 앞으로 살면서 이 추억만 곱씹으면서 살아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해 멤버들을 뭉클하게 했다. 

조정석은 아내 거미가 "'마지막 촬영이네 잘 다녀오라. 오빠 그동안 수고했다'고 했을 때 갑자기 울컥하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근데 내 성향이 너희도 알다시피 '강직'하지 않냐"고 이야기하자 멤버들은 돌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정경호는 "강직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고, 김대명은 정색하며 "강직이 그 뜻이 맞냐"고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슬산생>은 인기 드라마 <슬의생>에 출연한 배우들이 강원도 시골의 한 농가에서 함께 생활하며 맛있는 음식과 우정을 나누는 '자급자족 힐링 리얼리티'다. 한마디로 '슬의생 버전의 삼시세끼'로 요약할 수 있겠다. 프로그램 제작진도 바로 삼시세끼 세리즈를 맡은 나영석 사단이다.
 
 tvN <슬기로운 산촌생활>.

tvN <슬기로운 산촌생활>. ⓒ tvN

 
차별화로 시청자 시선 잡을까

tvN은 최근 같은 작품에 함께 출연했거나 평소 친분이 있는 배우들의 케미를 예능에 그대로 이식하는 '배우 예능'를 하나의 트렌드로 확립해 가고 있다. <삼시세끼>,<윤식당>, <윤스테이>,<어쩌다 사장> 등이 대표적이다. 

극중 이미지로 익숙한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미션이나 직업을 체험'하거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을 주된 테마로 다룬다는 게 공통점이다. 특히 전작의 감동을 간직한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고 배우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케미 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예능으로서도 검증된 인기드라마와 배우들의 유명세를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화제성을 보장받는 데 유리하다.

<슬산생>은 방송 첫 회부터 출연자 섭외나 제작 준비과정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축약하고 산촌생활을 시작하는 본론으로 직행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슬의생> 드라마나 <삼시세끼>의 컨셉트에 대하여 어느 정도 사전 정보가 있다는 전제이기에 가능한 진행이다. 오프닝과 방송 후반부에 <슬의생> 드라마의 마지막 촬영 장면과 후일담에 관련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도 드라마 팬들을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드라마 인기에 기대어 예능이 일종의 쿠키 영상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이나, 예상가능한 익숙함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이다. 앞으로 긴 회차가 남아 있는 예능에서 출연자들이 드라마와는 차별화되는 케미로 계속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을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긴 하루를 보낸 멤버들이 잠자리에 들고, 방송은 다음주 신현빈과 유연석의 합류와 함께 본격적인 슬촌생활을 예고했다. <슬산생>이 과연 <슬의생>과 <삼시세끼>의 후광에만 의존하려 든다는 의구심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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