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는 기사회생했지만, 일본은 또 무너졌다. 베트남은 이번에도 잘싸웠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노리는 아시아 각국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하루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7일 오후 8시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3차전에서 황인범의 선제골, 손흥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승1무, 승점 7점으로 이란(승점9)에 이어 조 2위를 지켰다.

앞선 이라크-레바논전에서 아쉬운 득점력과 경직된 전술로 비판을 받았던 벤투 감독은 시리아전에서는 일부 변화를 줬다. 유럽파 정예멤버들을 모두 내세운 선발 명단은 예상한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지만 활용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줄곧 원톱 전술에 의존하던 벤투 감독은 모처럼 4-4-2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가동하며 황희찬과 황의조를 전방에 투입하여 공격수의 숫자를 늘렸다. 에이스인 손흥민을 측면이 아닌 2선 중앙에 배치하며 플레이의 자유도를 높였다. 후반에는 이동준-조규성 등을 투입하면서 손흥민을 최전방으로 올리기도 했다. 대표팀에는 주로 3선에서 활약하던 황인범이 시리아전에서는 자주 공격에 가담하며 과감한 전진패스와 중거리 슈팅으로 공격의 활로를 개척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그동안 손흥민과 황인범 모두 소속팀에서의 활약에 비하여 벤투호에서는 부진하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시리아전에서 두 선수가 고비마다 해결사로 등극하면서 한국은 값진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의 전략이 적중한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고 볼 수 있을지는 애매하다. 한국은 앞선 2경기와 마찬가지로 많은 공격찬스를 만들고도 골결정력에서 여전히 문제점을 드러내며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수비에서 동점을 허용한 장면도 고질적인 측면 수비에서 발생했다. 왼쪽 측면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는 크로스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며 쉬운 실점을 내줬다.

손흥민의 전반 공격형 미드필더 기용은 실패에 가까웠다. 선수명단에 공격수를 충분히 뽑지 않았던 벤투 감독의 선택 때문에 골이 절실했던 후반에 교체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후반 43분 손흥민의 개인능력으로 만들어낸 극장골이 아니었다면 비겨도 이상하지 않았을 승부였다. 벤투 감독도 "정당한 승리지만 사실 더 많은 점수 차로 이겼어야 할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시리아전을 이기기는 했지만 어려운 경기를 치르면서 손흥민-김민재 등 주축 선수들은 풀타임을 소화해야 했다. 벤투 감독은 소속팀 일정을 치르고 늦게 합류한 유럽파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한 로테이션 전략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다음 상대는 바로 까다로운 이란 원정이다. 시리아전에서 여유있는 승리로 주전들의 체력을 안배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지만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이란전 플랜에 대한 부담을 안게됐다.

그나마 다행은 한국축구에 운이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다음 상대인 이란은 8일 3위 UAE를 원정에서 1-0으로 제압하며 3연승을 내달렸다. 4위 이라크와 5위 레바논은 0-0으로 비기며 나란히 2무 1패(승점2)에 그쳤다.

이란과 한국이 초반부터 확고한 양강 체제를 형성하면서 3위 그룹과 승점이 벌써 5점차 이상 벌어졌다.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 2위를 확보해야 한다. 한국이 다음 경기에서 이란까지 잡으면 조 1위로 올라서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 조기 확정에 한걸음 가까워진다.

반면 한국축구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또다른 월드컵 단골손님인 일본은 벌써 본선행에 빨간 불이 켜졌다.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8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아시아 최종예선 B조 3차전 원정경기에서 0-1로 패배했다. 지난 2일 약체 오만과의 홈경기에서 0-1로 패배에 이어 3경기만에 벌써 2패를 당했다. 일본은 최약체 중국을 꺾고 얻어낸 승점 3점에 그치며 1승 2패로 B조 4위까지 밀려났다.

'죽음의 조'로 꼽히는 B조에서는 호주와 사우디가 나란히 3승을 기록하며 승점 9점으로 선두권을 형성하면서 본선 직행 티켓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 설상가상 일본은 다음 상대가 12일 B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호주와의 경기다. 만일 여기서도 패한다면 선두권과의 승점차가 9점차까지 벌어져서 월드컵 본선행이 일찍 멀어질수 있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 6회 연속 월드컵 본선티켓을 놓치지 않았던 일본이 만일 탈락하게 된다면 이번 최종예선의 최대 이변이 될 전망이다.

한편 한국인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은 중국을 상대로 고비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첫 승에 실패했다. 베트남은 8일 중립지역인 UAE 샤르자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B조 3차전에서 난타전 끝에 2대3으로 패했다.

베트남은 후반들어 중국에 연속골을 내주며 0-2까지 끌려갔으나 뒷심을 발휘하며 호 탄 타이의 만회골-응우옌 티엔린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인 50분에 우레이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무너지고 말았다. 중국의 에이스이자 유일한 유럽파인 우레이는 멀티골을 터뜨리며 중국에 값진 첫 승을 선물했다.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의 지휘아래 사상 첫 최종예선 진출이라는 위업을 세우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1-3), 호주(0-1)에 이어 중국전까지 모두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선전하고도 번번이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며 3연패를 피하지 못했다. 조 최하위로 추락한 베트남은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유일하게 승점을 따내지 못한 팀으로 남으며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을 절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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