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교과과정을 이수하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대학 진학 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까지 총 12년 동안 학교를 다닌다. 물론 시골의 작은 분교에서는 한 선생님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6년 내내 담임을 맡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12년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12명의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각 과목별 선생님들까지 더하면 학교를 다니면서 만나는 선생님의 숫자는 최소 수십 명 이상이다.

하지만 입시 위주의 교육 방식이 당연해 지면서 선생님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돈독해지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한 이후, 스승의 날이면 찾아가 만날 수 있는 선생님 한 분 없이 나이를 먹어가곤 한다.

그래서 영화 속 선생님이 등장하는 영화들을 종종 본다. 현실보다 낭만적이고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굿 윌 헌팅>과 <코치 카터>, <선생 김봉두> 등 선생님과 관련된 영화들이 여러 편 있지만 국내외 많은 관객들은 선생님이 등장하는 최고의 영화로 이 작품을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책상 위로 올라가 "Oh Captain, My Captain"을 외치고 싶게 만들어지는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다.
 
 서울에서만 38만 관객을 모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는 2016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재개봉했다.

서울에서만 38만 관객을 모았던 <죽은 시인의 사회>는 2016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 재개봉했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연기력과 흥행파워 겸비한 영원한 키팅 선생님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다가 뒤늦게 연기에 뛰어든 고 로빈 윌리엄스는 1980년 만화원작의 <뽀빠이>를 연기하면서 배우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1987년 <굿모닝 베트남>을 통해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기 시작한 윌리엄스는 1989년 미국의 입시 명문고를 배경으로 한 피터 위어 감독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웰튼 아카데미의 국어 선생 존 키팅을 연기했다.

164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죽은 시인의 사회>는 세계적으로 2억295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크게 성공했고 국내에서도 서울에서만 38만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박스오피스 모조,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199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개 부문의 후보 오른 <죽은 시인의 사회>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나의 왼발> 같은 쟁쟁한 명작들 사이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기점으로 로빈 윌리엄스는 연기력과 흥행파워를 겸비한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 나가는 남자배우 중 한 명으로 군림했다. 로빈 윌리엄스는 <후크>와 <피셔킹>, <토이즈>, <미세스 다웃파이어>, <쥬만지> 같은 여러 작품들을 히트시켰고 성우로 활동했던 경력을 살려 1992년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 목소리를 연기하기도 했다.

<굿모닝 베트남>과 <피셔 킹>, <미세스 다웃파이어>를 통해 골든글러브 남우주연상을 세 번이나 수상했던 로빈 윌리엄스는 정작 아카데미와는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1997년 <굿 윌 헌팅>의 숀 맥과이어 교수 역을 통해 커리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90년대까지 주로 인간적이고 따뜻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윌리엄스는 2000년대 들어 <인썸니아>, <스토커> 같은 스릴러 영화들에 출연하며 연기변신을 시도했다.

하지만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며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하던 로빈 윌리엄스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2014년 8월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당시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성명을 낼 정도로 그의 죽음은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다.

지식보다 지혜를 가르치고 싶었던 키팅 선생님
 
 고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팅 선생님은 90년대 초반 많은 청소년들의 '멘토'가 됐다.

고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팅 선생님은 90년대 초반 많은 청소년들의 '멘토'가 됐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죽은 시인의 사회>는 지난 1990년 5월 국내에서 원제 < Dead Poests Society >를 정직하게 직역한 제목으로 개봉했다. 하지만 'Society'는 사회라는 뜻 외에도 협회,모임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어 다소 복잡하게 번역했다면 제목이 바뀌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중국판은 <죽은 시인 단체(사망시사)>, 대만판은 <은혜와 가르침(춘풍화우)>, 일본판은 명대사 'Carpe Diem'을 살려 <지금을 살다>라는 제목으로 개봉됐다.

미국의 엄격한 입시 명문 웰튼 아카데미에 부임한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 분)은 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수업에 매달리는 '공부기계'보다는 적어도 자신의 수업시간 만큼은 '자유로운 사상가'가 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키팅 선생이 웰튼 아카데미의 대선배임을 알게 된 학생들은 당시의 졸업앨범을 뒤지다가 키팅 선생의 경력 중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의문의(?) 동아리 활동이 있었음을 발견한다.

학급의 리더 격인 닐 페리(로버트 숀 레너드 분)와 찰리 달튼(게일 핸슨 분)의 주도 하에 동굴을 발견한 학생들은 선배들처럼 시를 읽으면서 삶의 또 다른 기쁨을 깨닫는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학교 측에서는 주동자 색출에 나서고 끝까지 키팅 선생을 보호한 찰리는 퇴학을 당한다. 게다가 꿈에 그리던 첫 연극공연을 마친 닐은 아버지(커트우드 스미스 분)에게 끌려 가 심한 꾸중을 들은 후 좌절하고 결국 권총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다.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쓴 키팅 선생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 학생들과 키팅 선생이 인사를 나누는 마지막 장면은 <죽은 시인의 사회> 최고의 명장면이다. '분투하고 갈망하고 발견하며 굴복하지 않는다'는 키팅 선생의 가르침을 깨달은 학생들은 책생 위로 올라가 키팅 선생에게 존경의 마음을 표현한다. 키팅 선생 역시 우수에 젖은 눈으로 "고맙다 얘들아, 고맙다(Thank you Boys, Thank You)"라고 말하며 제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연출한 호주 출신의 피터 위어 감독은 1980년대 초·중반 멜 깁슨 주연의 <갈리폴리>와 <가장 위험한 해>, 해리슨포드 주연의 <위트니스> 등을 만들었다. 1990년 <그린카드>로 골든글러브 작품상을 수싱한 위어 감독은 짐 캐리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트루먼쇼>의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위니 감독은 2010년 에드 해리스 주연의 <웨이백>을 끝으로 10년 넘게 작품 활동이 없다.

연극배우 된 닐과 각본가 겸업하는 카메론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을 연기한 배우들은 에단 호크 정도를 제외하면 할리우드에서 스타배우로 성장하지 못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학생을 연기한 배우들은 에단 호크 정도를 제외하면 할리우드에서 스타배우로 성장하지 못했다. ⓒ (주)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2008년에 개봉했던 한국영화 <울학교이티>는 전국 65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학생으로 출연했던 이민호와 박보영, 문채원, 그리고 훈남 의사 역으로 짧게 등장하는 하정우 등은 훗날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왔던 학생배우들도 할리우드의 스타배우가 됐을까. 안타깝게도 할리우드에서 스타배우로 확실히 자리 잡은 배우는 토드 앤더슨을 연기했던 에단 호크 정도다.

'죽은 시인의 사회' 서클의 실질적인 리더로 첫 연극공연을 마친 후 비극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닐 페리 역의 로버트 숀 레너드는 1991년 에단 호크 등 동료 배우들과 함께 연극회사를 차렸다. 영화와 연극, 드라마를 넘나들며 꾸준히 활동한 레너드는 지난 2001년 미국 연극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토니상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죽은 시인의 사회> 이후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유일하게 러브라인이 있는 캐릭터 녹스 오버스트리트를 연기했던 배우 조쉬 찰스는 에단 호크 정도의 스타가 되진 못했지만 비교적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콜린 파렐 주연의 < S.W.A.T. 특수기동대 >와 마크 월버그 주연의 <4브라더스> 등에 출연했던 조쉬 찰스는 지난 2016년 전도연, 유지태 주연으로 국내에서도 리메이크됐던 드라마 <굿와이프>에서 변호사 윌 가드너를 연기했다.

닐의 죽음 이후 학교 측에 모든 비극의 원인은 키팅 선생이라고 폭로한 <죽은 시인의 사회>의 '빌런' 리차드 카메론 역의 딜란 커스먼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뽐내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엑스맨2>와 <와일드씽2> 등 여러 영화에서 조·단역으로 출연한 커스먼은 톰 크루즈 주연으로 리메이크된 <미이라>와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했던 <미션: 블랙리스트>의 각본 작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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