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지난 2006년 정규리그에서 단 83승을 그쳤지만 포스트시즌에서 88승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97승의 뉴욕 메츠, 95승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차례로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객관적인 전력만 놓고 보면 분명 경쟁팀들보다 크게 나을 게 없어 보였지만 세인트루이스는 단기전만 돌입하면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다. 야구팬들은 언젠가부터 이런 세인트루이스를 '가을좀비'라 불렀다.

2011 시즌에도 세인트루이스의 '가을좀비'가 포스트시즌을 덮쳤다. 정규리그 90승으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6경기나 뒤졌던 세인트루이스는 가을야구에서 106승의 필라델피아 필리스, 96승의 밀워키를 차례로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리고 월드시리즈에서 창단 첫 우승을 노리던 텍사스 레인저스와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승3패로 승리하며 통산 11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에도 세인트루이스의 가을야구 진출 과정은 상당히 극적이었다. 9월초까지만 해도 5할 언저리의 승률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희박해 보였던 세인트루이스는 시즌 막판 파죽의 17연승을 통해 극적으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명성이 자자한 '가을좀비'는 7일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A다저스의 크리스 테일러에게 끝내기 홈런을 얻어 맞으며 올해는 단 한 경기 만에 소멸되고 말았다.

시즌 막판 기적의 17연승으로 PS티켓 확보

세인트루이스는 팀 당 60경기의 단축시즌으로 진행된 작년 .517의 승률로 간신히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따냈다. 세인트루이스는 샌디에이고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붙었지만 3경기에서 타율 .455(11타수5안타)2홈런5타점으로 맹활약한 '천재타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벽을 넘지 못하고 1승2패로 아쉽게 가을 일정을 마감했다. 하지만 1차전을 잡으며 샌디에이고를 탈락직전까지 몰고 갔을 정도로 크게 선전한 시리즈였다. 

아무리 단축시즌이었다지만 작년 팀 내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한 명도 없었던 세인트루이스는 시즌이 끝난 후 공격력 강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그리고 지난 2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천적으로 국내 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강타자 놀란 아레나도를 영입했다. 폴 골드슈미트와 아레나도로 이어지는 공수를 겸비한 무서운 쌍포를 구축한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는 기존 전력 간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1월 애덤 웨인라이트와 1년800만 달러에 재계약한 세인트루이스는 골드글러브 9회 수상에 빛나는 레전드 포수 야디어 몰리나와도 1년 900만 달러에 붙잡았다. 잭 플래허티와 웨인라이트, 김광현,마일스 마이콜라스로 이어지는 단단한 선발진과 짜임새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 세인트루이스는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았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월드시리즈는커녕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플래허티는 부상으로 80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했고 김광현도 마이크 쉴트 감독의 불신 속에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작년 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강속구 투수 조단 힉스가 부상으로 10이닝 밖에 던지지 못한 불펜도 집단 제구난조에 시달리며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후반기 15경기 10승을 포함해 만39세의 나이에 17승7패 평균자책점3.02를 기록하며 '회춘'에 성공한 웨인라이트의 대활약을 계기로 9월 중순에 접어 들면서 무섭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누구도 믿기 힘들었던 파죽의 17연승을 포함해 시즌 마지막 22경기에서 19승을 따낸 세인트루이스는 정규리그 90승을 채우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1경기 만에 가을야구 마감, 김광현 등판 불발

세인트루이스의 가을야구 첫 상대는 '디펜딩챔피언' 다저스였다. 다저스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106승을 기록하고도 107승의 샌드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한 경기  차이로 뒤져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밀려난 불운의 팀이다. 다저스는 세인트루이스를 가볍게 제압하고 샌프란시스코가 기다리는 디비전 시리즈로 진출하기 위해 다저스 이적 후 11경기에서 7승 무패1.98을 기록한 베테랑 맥스 슈어저를 선발로 내세웠다.

하지만 놀랍게도 선발 대결은 세인트루이스 에이스 웨인라이트의 근소한 판정승이었다. 다저스의 슈어저가 5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4.1이닝 만에 조 켈리에게 마운드를 넘긴데 비해 웨인라이트는 5.1이닝4피안타2볼넷5탈삼진1실점으로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다저스는 9회말에 찾아온 2사 1루 기회에서 테일러가 좌측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극적인 승리를 따냈다.

사실 9월 초까지의 성적만 보면 세인트루이스는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렵게 올라온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 경기 만에 시즌을 접게 된 것은 '가을좀비'로서 큰 아쉬움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롱릴리프의 임무가 주어졌던 김광현은 경기가 치열하게 진행되면서 메이저리그에서 맞은 두 번째 가을야구에서 끝내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올해 30홈런 타자를 3명(골드슈미트,아레나도,타일러 오닐)이나 배출했지만 시즌 3할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게다가 주전 유격수 폴 데용(.197)과 베테랑 멀티자원 맷 카펜터(.169)는 1할대 타율에 허덕였다. 마운드에서도 웨인라이트가 엄청난 노익장을 발휘했을 뿐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 투수가 단 2명(웨인라이트,김광현)에 불과했을 정도로 시즌 내내 부상 선수들이 속출했다.

김광현과의 2년 계약이 끝난 세인트루이스는 '영혼의 배터리' 웨인라이트, 몰리나와 각각 1년 계약을 체결하며 가장 중요한 전력과의 재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가 내년 12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가을좀비 모드'를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일찍 시즌을 마감한 세인트루이스는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과감한 투자를 통해 내년 시즌 전력상승을 이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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