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바쁜 NC 다이노스가 반드시 잡았어야 할 경기를 놓쳤다. 그것도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놓고 한순간에 운명이 바뀌었다.

NC는 7일 오후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 경기에서 팽팽한 접전 끝에 4-5로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이날 패배로 같은 시각 잠실에서 서스펜디드 경기 포함 2승을 챙긴 8위 롯데 자이언츠와 0.5경기차로 바짝 거리가 좁혀졌다.

경기 중반을 넘어서도 좀처럼 어느 한 쪽으로 승부의 추가 기울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먼저 균형을 깬 쪽은 NC였다. 7회말 박준영의 역전 1타점 적시타, 8회말 양의지의 투런포에 힘입어 3점 차까지 달아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NC의 승리가 유력해 보였다.

휴식 취한 이용찬...나머지 투수들이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휴식을 취한 이용찬을 대신해 임창민이 마무리 임무를 맡았지만,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휴식을 취한 이용찬을 대신해 임창민이 마무리 임무를 맡았지만,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 NC 다이노스


선발 투수 파슨스가 6이닝 1실점 역투를 펼치고 나서 차례로 등판한 김건태(0.1이닝)-임정호(0.2이닝)-김진성(1이닝) 세 명의 투수가 무실점 릴레이를 이어갔다. NC의 2연승을 위해 남은 이닝은 단 1이닝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일반적으로 9회 3점 차에서 앞서가고 있다면 세이브 요건을 충족하는 만큼 마무리 투수가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동욱 감독은 9회초가 시작되면서 마무리 이용찬이 아닌 베테랑 임창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난주에는 9월 30일 SSG 랜더스전~10월 2일 롯데 자이언츠전까지 3연투가 한 차례 있었고, 이번주에도 KT 위즈와의 2연전에 모두 등판했다. 비교적 최근에 연투를 했다는 점을 고려해서 이용찬에게 휴식을 부여한 것이다.

이동욱 감독이 원했던 것과 달리 임창민이 올라오자마자 김상수와 김호재에게 각각 볼넷과 안타를 내줬고, 이 과정에서 김호재와 무려 12구 승부를 펼쳤다. 후속타자로 들어선 대타 김동엽을 초구 뜬공으로 돌려세웠지만,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또 한 번 움직인 NC 벤치는 김영규로 투수를 교체했지만, 박해민의 안타에 이어 구자욱의 밀어내기 볼넷까지 나오면서 2점 차로 쫓기게 됐다. 뒤늦게 원종현까지 호출했지만 오재일의 밀어내기 볼넷과 대타 김지찬의 역전 2타점 적시타로 순식간에 리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9회말 무사 1루의 기회를 작전 실패로 허무하게 날린 NC는 힘 한 번 쓰지 못한 채 역전패를 당했다.

딱 하루 쉬었는데 바로 불안...'이용찬 영입 효과'의 빛과 그림자
 
 NC 합류 이후 제 역할 다하고 있는 이용찬이지만, 하루만 쉬어가도 곧바로 그의 공백이 드러났다.

NC 합류 이후 제 역할 다하고 있는 이용찬이지만, 하루만 쉬어가도 곧바로 그의 공백이 드러났다. ⓒ NC 다이노스

 
전반기 일정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5월 20일, NC는 우완 투수 이용찬과 3+1년 최대 27억 원의 조건으로 FA 계약을 체결했다. 통합 우승을 달성한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뒷문이 다소 헐거워졌고, 이용찬의 영입을 통해 사정이 어려운 불펜에 긴급 수혈이 가능했다.

그는 6월부터 1군 등판에 나서면서 서서히 몸상태를 끌어올렸고, 리그 재개 이후 8월 한 달간 7경기서 자책점을 한 점도 내주지 않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비록 9월 이후 16경기 12.2이닝 2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26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일부 경기에서의 부진을 제외하면 크게 흠 잡을 데가 없었다. 팀 불펜 평균자책점도 전반기 4.60→후반기(8일 현재) 4.17로 소폭 하락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용찬을 무리하게 기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도, 이용찬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해 6월 이후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나서 재활의 시간을 거쳤고, 올해가 복귀 이후 첫 시즌이다. 계약 당시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던 NC 입장에서도 당장 현재의 성적만 놓고 선수 기용을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하루 휴식을 취했다고 해서 불펜이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놓고 3점 차를 지키지 못했다면, 5강 싸움이 끝나지 않은 NC의 마음이 조급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는 팀들에 비해 잔여경기가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흐름이라면 이 점이 NC에게 유리할 게 하나도 없다.

10월 이후 6경기에서 3점 차 이내 승부가 무려 5경기나 될 정도로 경기 후반까지 접전 양상이었고, 이는 필승조의 소모가 필요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투-타 불균형이 계속된다면 남은 21경기 역시 접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단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용찬 홀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기에는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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