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 56회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공연자 
(왼쪽에서부터)스눕 독, 메리 제이 블라이즈, 닥터 드레, 에미넴, 켄드릭 라마

2022 제 56회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공연자 (왼쪽에서부터)스눕 독, 메리 제이 블라이즈, 닥터 드레, 에미넴, 켄드릭 라마 ⓒ 펩시(Pepsi) 공식 트위터

 
미국의 미식축구 대회인 NFL(내셔널 풋볼 리그)의 결승전은 매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자본주의 최대의 축제다. 지난해 한 기업이 슈퍼볼에 광고를 올릴 때 드는 비용은 30초에 500만 달러, 1분에 1,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결승전 2쿼터가 종료된 후 열리는 '하프타임 쇼'는 열리는 미식축구에 관심이 없는 팝 팬들 역시 챙겨보는 공연이다. 약 13분간 지상 최대의 팝 콘서트가 펼쳐지기 때문.

이 무대의 시작은 소박했다. 1967년 애리조나 대학교의 마칭 밴드와 함께 시작된 이 공연이 '팝스타의 성지'가 된 기점은 마이클 잭슨이 무대에 섰던 1993년이다. '팝의 황제'의 위용을 과시하는 공연 이후, 슈퍼볼은 이 시대 최고의 팝스타의 전유물이 되었다. 마이클 잭슨을 비롯해, 프린스와 폴 매카트니, 레이디 가가, U2, 비욘세 등이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 올해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공연을 맡은 팝스타 위켄드(The Weeknd)는 어린 시절 슈퍼볼 공연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고 고백했다.

슈퍼볼 하프타임쇼는 가족 단위의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무대다. 그래서일까, 이 곳에서 힙합이 주인공이 된 적은 없다. 물론 래퍼가 처음으로 슈퍼볼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힙합을 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한 블랙 아이드 피스(Black Eyed Peas)가 2011년의 헤드라이너였다. 힙합 뮤지션이 타 장르의 뮤지션들과 함께 합동 공연을 꾸린 경우 역시 꽤 많다. 1998년의 퀸 라티파 이후 넬리, 니키 미나즈, 미시 엘리엇, 트래비스 스캇, 아웃캐스트의 빅보이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언제나 조력자, 혹은 'N분의 1'의 역할에 만족해야만 했다.

마침내 주인공 된 힙합

 
 콜린 캐퍼닉이 모델로 등장한 2018년 나이키 광고. 그는 2016년 8월 미국 내 인종 차별 문제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했다.

콜린 캐퍼닉이 모델로 등장한 2018년 나이키 광고. 그는 2016년 8월 미국 내 인종 차별 문제에 항의하며 국민의례를 거부했다. ⓒ 나이키(Nike)

 

21세기의 대중음악 판도를 주도한 음악이 힙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슈퍼볼에서 힙합의 자리는 이토록 제한되었을까? '가족 단위', '전체 관람가'를 지향하는 공연에 힙합 음악의 과격하고 적나라한 표현이 어울리지 않아서였는지도 모르겠다. 2016년 벌어진 콜린 캐퍼닉 선수의 '무릎 꿇기' 사건도 중요한 변수였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에 동참하면서 국가 제창을 거부했던 그는 트럼프 집권 이후 어떤 NFL의 구단과도 계약을 맺지 못했다. 당시 제이지와 카디비 등의 힙합 뮤지션들은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섭외 요청을 거절하며 콜린 캐퍼닉에게 연대했던 바 있다.

얼마전 발표된 2022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공연자 이름은, 힙합팬들의 오랜 아쉬움을 풀기에 충분하다. 지난 10월 1일, NFL은 2022년 슈퍼볼 하프타임쇼의 공연자로 닥터 드레(Dr.Dre)를 발표했다. 그리고 그의 공연에는 래퍼 에미넴(Eminem)과 켄드릭 라마(Kendrick Lmar), 스눕 독(Snoop Dogg), 알앤비 뮤지션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가 함께 한다. 이들은 내년 2월, 캘리포니아 잉글우드에 위치한 소피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이 공연을 성사시킨 것에는 슈퍼볼의 프로듀서인 락 네이션의 힙합 거장 제이지(Jay-Z)의 영향력이 컸다. 과거 제이지가 'APESHIT(2018)'이라는 곡에서 '슈퍼볼은 필요 없다. 슈퍼볼이 나를 필요로 하겠지.'라고 외쳤던 가사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닥터 드레라는 구심점을 중심으로, 힙합 음악을 지탱해온 여러 세대가 모이는 것이다. 닥터 드레는 힙합 역사를 대표하는 프로듀서다. 갱스터 그룹 N.W.A(Niggaz With Attitude)의 창립 멤버인 닥터 드레는 90년대 서부 힙합의 흐름을 이끌었다. 스눕독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 역시 닥터 드레의 첫 솔로 앨범 < The Chronic >에서의 활약이었으며, 그의 데뷔 앨범 < Doggystyle >도 닥터 드레가 프로듀싱을 맡은 작품이다.

닥터 드레가 발굴한 백인 래퍼 에미넴은 힙합의 영역을 넘어, 2000년대 대중음악 최고의 솔로 남자 가수로 우뚝 선 슈퍼스타다. 힙합 소울의 여왕(Queen of the Hip-hop Soul)'이라 불리는 메리 제이 블라이즈의 존재감도 크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 최고의 히트곡인 'Family Affair'는 닥터 드레가 선사한 곡이다. 출연진 중 막내(1987년생)인 래퍼 켄드릭 라마는 젊은 전설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명반 < To Pimp A Butterfly >, < DAMN > 등을 발표했고, 2018년에는 '저널리즘의 지향점'이라는 극찬까지 받으며 래퍼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닥터 드레와 켄드릭 라마는 캘리포니아의 '컴튼(Compton)'에서 나고 자랐으며, 스눕독은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다. 투팍이 'California Love'을 부른 곳이기도 하다. '투팍의 후계자'를 자처했던 켄드릭 라마가 투팍의 동료들과 함께 캘리포니아에서 노래하게 되는 것이다. 전 세계의 힙합팬들은 이번 공연에서 어떤 노래가 울려퍼질지 예측하느라 바쁘다. 이번 무대는 힙합 음악 역사상 가장 성대한 의식으로 역사에 아로새겨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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