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오랜 기간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대표팀에서 '차세대 4번타자' 우타 거포를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올해 열린 올림픽만 보더라도 양의지(NC 다이노스) 이외에는 확실하게 한방을 칠 수 있는 우타 거포가 사실상 전무했다.

그런 가운데 9월 이후 KBO리그에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두 명의 타자, 한동희(롯데 자이언츠)와 노시환(한화 이글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9월 이후 한동희의 OPS가 무려 1을 넘어가는가 하면, 노시환은 부상을 털고 돌아온 이후 더 강력한 힘을 뽐내는 중이다.

지난 1일에는 두 명 모두 펄펄 날면서 팀 승리에 기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더블헤더를 치러야 했던 한동희의 경우 두 경기 연속으로 타점을 기록하는 등 말 그대로 '인생 경기'를 펼쳤다.
 
 한동희(왼쪽)와 노시환(오른쪽) 두 명의 우타 거포가 1일 경기서 나란히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동희(왼쪽)와 노시환(오른쪽) 두 명의 우타 거포가 1일 경기서 나란히 활약하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2경기 연속 결승타 친 한동희, 상대 마운드 괴롭힌 노시환

롯데는 1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더블헤더서 2경기 모두 1점 차 승리를 거두며 전날 승리를 포함해 3연전 싹쓸이에 성공했다. 선두 KT가 롯데에게 시리즈를 모두 내준 것은 충격적이었다.

그 중심에 있었던 선수가 바로 한동희였다. 1차전 7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한동희는 2회말 우전 안타를 때려내면서 3루 주자 안치홍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8회말에는 2사 2루서 이대은의 3구째를 공략해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한동희의 활약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차전서도 7번 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1차전에 이어 다시 한 번 2회말 1타점 적시타로 포문을 열었다. 4회말에는 엄상백의 패스트볼을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를 작렬했다. 추가 득점과 실점 모두 없이 경기가 마무리되면서 2차전 역시 결승타는 한동희의 몫이었다.

같은 시각, 한화는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서 8-2로 대승을 거두고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선발 김민우가 7회말 2사까지 이닝을 끌어주면서 삼성 타선을 제압했고, 경기 초반에만 5득점을 뽑아낸 타선은 삼성 선발 원태인을 무너뜨렸다.

6이닝을 던지고도 원태인이 패전을 기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가장 중요했던 장면은 바로 1회초였다.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노시환이 2사 2루서 원태인의 4구(체인지업)를 그대로 받아쳤고, 비거리 127M의 큼지막한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경기 후 노시환은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상대 투수가 체인지업이 주무기라는 것을 경기 전 브리핑부터 이야기가 나왔고, 그 구종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타석에 임했는데 노림수를 갖고 쳤던 것 같다"고 밝혔다. 2경기에서 뚜렷한 활약을 펼친 한동희에 비하면 기록이 화려한 편은 아니었으나 홈런 한 개와 4사구 3개로 4출루 경기를 했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9월 이후 나란히 맹타, 대표팀 우타 거포 갈증 해소될까

이날뿐만 아니라 9월 이후 성적을 보더라도 두 타자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한동희는 9월 이후 타율 0.367(4위) 4홈런 18타점 OPS 1.031(2위)로, 올 시즌 들어 현재의 흐름이 가장 좋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해를 뛰어넘는 커러이하이 시즌도 가능해 보인다.

4월에만 6개의 홈런을 생산하면서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던 노시환은 5월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고, 아쉬움을 남긴 채 전반기를 마감했다. 게다가 후반기가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흉골 미세 골절 부상을 입게 되면서 한 달 가까이 1군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오히려 이것이 노시환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복귀 2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연일 맹타를 휘두르면서 팀에 큰 보탬이 됐다. 실제로 9월 12일 이후 한화의 팀 OPS는 0.781로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 베어스(0.78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미 커리어하이 시즌은 확정적이고, 20홈런 고지까지 3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한동희와 노시환의 가장 큰 공통점은 프로 입단 당시 큰 기대를 받았으나 1~2년 지나도 팀의 기대에 완벽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수 양면에 있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고, '완성형'에 가까워지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올 시즌 활약 여부만으로 완벽한 타자가 됐다고 단정짓기에는 이를 수도 있다. 아직 두 선수 모두 20대 초반에 불과하고,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오늘보다 내일, 올해보다 내년을 더 기대하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매력이다.

소속팀뿐만 아니라 대표팀 측면에서 보더라도 두 타자의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큰 부진 없이 좋은 흐름을 이어간다면 젊은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릴 아시안게임을 비롯해 프리미어12, WBC 등 각종 국제대회서도 기회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10월 한 달간 만족스러운 성과로 남은 시즌을 끝내면서 '차세대 대표팀 4번 타자'로서의 자격을 입증할지 궁금해진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2년여 만에 복귀했습니다. 야구팬 여러분과 함께 2021시즌을 즐겁게 보내고 싶습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