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위 KIA가 중위권 경쟁으로 갈 길 바쁜 5위 키움의 발목을 잡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1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려내며 6-0으로 승리했다. 올 시즌 9승에 도전했던 키움 선발 최원태를 2이닝 만에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KIA는 3연패의 사슬을 끊어내며 4할대 승률을 사수했다(45승6무66패).

KIA는 2회 1사2,3루 기회에서 2루 땅볼로 3루주자 유민상을 불러들인 한승택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최원준과 류지혁, 유민상, 이우성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는 지난 8월 애런 브룩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 보 다카하시가 6이닝2피안타1볼넷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2경기 만에 KBO리그 데뷔 첫 승을 따내며 웃을 일이 없던 KIA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다카하시가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친 뒤 미소를 머금고 있다.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 선발투수 다카하시가 6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펼친 뒤 미소를 머금고 있다. ⓒ 연합뉴스

 
뜻 밖의 변수로 퇴출된 외국인 에이스

KIA는 작년 시즌 두 외국인 투수 브룩스와 드류 가뇽이 나란히 11승을 기록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투구내용은 차이가 컸다. 브룩스가 예년만 못했던 에이스 양현종 대신 실질적인 KIA의 1선발로 활약하며 리그 평균자책점 3위(2.50)에 올랐다. 작년 브룩스의 유일한 단점은 가족의 교통사고로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는 점 뿐이다. 반면에 가뇽은 시즌 내내 심한 기복을 보이며 윌리엄스 감독에게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다니엘 멩덴을 영입하며 가뇽과 결별한 KIA는 브룩스와의 재계약에 최선을 다했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상태에서 브룩스마저 놓치게 된다면 올 시즌 전력 약화는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아들의 건강 문제 때문에 재계약에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브룩스는 자신과 가족을 향한 구단과 팬들의 정성에 감동해 총액 120만 달러에 KIA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소 15승은 가능할 거라던 브룩스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3승5패 평균자책점3.35로 만족스러운 성적을 올리지 못한 채 전반기를 마쳤다. 브룩스는 올림픽 휴식기 동안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에서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뿌리며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 후반기 맹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KIA의 자타공인 1선발 브룩스는 후반기에 한 번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고 말았다.

지난 8월 8일 브룩스가 미국에서 주문한 전자담배가 세관검사과정에서 대마초 성분이 검출됐고 KIA구단은 9일 곧바로 브룩스에 대한 임의탈퇴 공시를 요청했다. 단순부진으로 한국을 떠나는 다른 외국인 선수들처럼 방출이 아닌 임의탈퇴로 묶은 것은 브룩스의 국내 타 구단 이적을 막기 위함이었다. 브룩스의 이적은 막았지만 KIA가 작년 팀 내 다승 공동 1위이자 리그 평균자책점 3위를 기록한 최고의 선발투수를 잃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흔히 8월 중순 경에 갑작스러운 이유로 외국인 선수가 팀을 떠나게 될 경우, 게다가 가을야구 확률이 그리 높지 않은 팀들은 외국인 선수 없이 시즌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차피 8월 15일 이후에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 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KIA는 가을야구에서 활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래를 내다보고 새 외국인 투수 다카하시 영입을 결정했다.

2경기 10이닝 무실점으로 데뷔 첫 승

일본계 브라질인 다카하시는 1997년생의 젊은 투수로 2013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애리조나와 신시내티 레즈의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했다. 2018 시즌이 끝난 후 애리조나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적은 있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야말로 당장의 실적보다는 '성장가능성'을 보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영입한 '육성형 외국인선수'인 셈이다.

실제로 KIA의 조계현 단장은 다카하시가 시즌 막판 좋은 성적을 올려 내년 시즌 재계약하고 KIA에서 오랜 기간 활약하면서 더스틴 니퍼트 같은 장수 외국인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니퍼트는 빅리그 경험이 없는 다카하시와 달리 KBO리그 입성 당시 이미 빅리그에서 6년 동안 통산 14승을 올렸고 2010년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 엔트리까지 포함된 적 있는 베테랑 투수였다.

국내 입국 후 자가격리를 끝나고 빠르게 몸을 만든 다카하시는 지난 9월 25일 SSG 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선발등판하며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다카하시는 윌리엄스 감독의 배려로 4이닝 동안 70개의 공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는데 시속 152km의 빠른 공을 뿌리며 3피안타2볼넷5탈삼진 무실점으로 뛰어난 투구를 선보였다. KIA팬들이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한 호투였다.

그리고 다카하시는 1일 키움전을 통해 자신에 대한 KIA팬들의 기대가 결코 과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6이닝 동안 86개의 공을 던진 다카하시는 최근 6경기에서 4승1무1패를 기록하며 4위 두산 베어스에 반 경기 차이로 접근하고 있던 키움 타선을 2피안타1볼넷6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묶었다. 특히 다카하시는 5회 1사 후 첫 안타를 허용할 때까지 경기 시작과 함께 13타자 연속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KBO리그에서는 다카하시 이전에도 브록 다익손(퉁이 라이온스)이나 후안 세데뇨처럼 경험이 부족한 대신 나이가 젊은 이른바 '육성형' 외국인 선수들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들 중 성공사례는 거의 없었다. 3명 보유 2명 출전의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가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 줄 여유가 있는 구단이 없기 때문이다. KIA가 당장의 성적이 아닌 내년, 그리고 그 이상의 미래를 보고 영입한 다카하시가 앞으로 어떤 투수로 성장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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