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임영웅

임영웅 ⓒ 물고기뮤직, 뉴에라프로젝트


가수 임영웅이 부른 도원경의 곡 '다시 사랑한다면'이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가을에 듣기에 더없이 좋은 노래이기에 당분간 차트 상위권을 떠나지 않을 듯하다. 

앞서 TV조선 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타>에서 임영웅이 부른 곡들이 음원으로 출시됐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지난 5월 발표된 이 노래이다. 임영웅은 김필 버전의 '다시 사랑한다면'을 가창했고, 도원경이 부른 원곡은 꽤 오래 전인 2001년 5월에 발매됐다. 강은경 작사, 부활의 김태원 작곡이다. 

도원경의 원곡에는 사실 다음과 같은 내레이션이 도입부에 있었다.

"그대와 나의 사랑은/ 너무나 강렬하고도 애절했으며/ 그리고 위험했다/ 그것은 마치 서로에게 다가설수록/ 상처를 입히는 선인장과도 같은..."

이 곡이 얼마나 처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노래인지를 암시하는 내레이션이다. 이어지는 가사들 또한 너무나도 절절한 내용인데, 임영웅은 이 노래의 이런 묵직한 톤을 잘 살려 가창했다.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 사랑한다면/ 그때는 우리 이러지 말아요/ 조금 덜 만나고 조금 덜 기대하며/ 많은 약속 않기로 해요

다시 이별이 와도 서로 큰 아픔 없이/ 돌아설 수 있을 만큼/ 버려도 되는 가벼운 추억만/ 서로의 가슴에 만들기로 해요"


이 곡의 가사는 마치 전체가 다 거짓말 같다. 이별의 고통이 너무 심한 나머지, 다시 태어나서 우리가 다시 사랑한다면 조금 덜 만나고 깊은 추억도 만들지 말자고 얘기하지만 그렇다고 화자는 연인과 나눈 깊은 추억들, 수많은 만남, 많은 약속들을 후회하고 있진 않는 것 같다.  

다시 태어나도 이번 생처럼 강렬한 사랑을 할 각오가 됐을 만큼 그 사람을 많이 사랑하지만, 겉으로는 반대로 말하는 것 같달까. 아주 치를 떨면서 '이런 사랑 다신 안 할래' 말하지만 화자의 진짜 속마음은, 그런 사랑을 너와 다시 하고 싶다는 절규처럼 보인다. 이 곡의 가사는 모든 게 반어법으로 적힌 것만 같다.

"이젠 알아요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 온다는 걸/ 그대여 빌게요 다음 번의 사랑은/ 우리 같지 않길 부디 아픔이 없이/ 꼭 나보다 더 행복해져야만 해"

이어지는 가사에선 이처럼 직접적인 메시지가 등장한다. 너무 깊은 사랑은 외려 슬픈 마지막을 가져오기에 너무 깊이 사랑하지 말자고 화자는 이야기한다. 하지만 슬픈 마지막이 두려워서 가벼운 추억만 만들고, 깊이 사랑하지 않을 거라는 이 다짐은 이별의 고통에 반항하는 마음의 일시적인 외침에 불과해 보인다. 화자는 사랑에 꽤나 큰 상처를 받은 듯하다. 

2000년대의 노래들을 보면 가사들이 이렇게 다 절절했던 것 같다. 목숨을 건 진지한 사랑에 관한 노래가 그때는 참 많았던 것 같고, 이 곡도 그런 곡 중 하나다. 죽음만이 갈라놓을 수 있는 절대적인 사랑,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는 그런 사랑 이야기는 지금은 조금 낯선 게 사실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 서로 잊고 지내도/ 지난날을 회상하며/ 그 때도 이건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죠"

나는 이 부분이 '다시 사랑한다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절이라고 생각한다. 훗날 젊은 날의 시간을 회상하면서 '그건 사랑도 아니었지, 그냥 어린 날들의 에피소드였을 뿐이야' 하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건 사랑이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는 말에서 화자의 사랑이 얼마나 진정성 있고 겸손한지 알 수 있다.

"이젠 알아요 영원할 줄 알았던/ 그대와의 사랑마저 날 속였다는 게/ 그보다 슬픈 건 나 없이 그대가/ 행복하게 지낼 먼 훗날의 모습/ 내 마음을 하늘만은 알기를"

노래의 마지막에 가서 화자는 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털어놓는다. 앞선 가사를 보면 "꼭 나보다 더 행복해져야만 해" 하고 쿨하게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 같지만, 나 없이 그대가 행복하게 지낼 훗날의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슬프다고 있는 그대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으면서 노래는 끝나는 것이다.

2000년대 노래만이 가진 더없이 진지한 한 편의 러브스토리는 2020년대인 지금을 사는 사람들에게도 큰 감동을 주고, 또한 잃어버린 낭만을 되살려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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