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두산 베어스는 어느 팀을 만나도 두려울 게 없다. 선발 야구도 되고 타자들이 하나둘씩 살아나자 불펜도 안정감을 찾기 시작했다.

두산은 29일 오후 수원 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원정 경기서 8-2로 6점 차 승리를 거두었다. 2회초 빅이닝에 성공하면서 상대 선발 데스파이네를 흔들었고, 선발 곽빈은 5이닝 동안 한 점만 내주면서 제 몫을 다했다.

곽빈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이영하, 김명신 두 명의 불펜 투수는 나란히 2이닝씩 책임지면서 kt 타선의 추격을 저지했다. 7회말 이영하의 폭투와 9회말 박경수의 솔로포로 점수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투수 소모를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29일 kt와의 경기서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책임졌고, 본인의 힘으로 경기를 끝냈다.

29일 kt와의 경기서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을 책임졌고, 본인의 힘으로 경기를 끝냈다. ⓒ 두산 베어스

필승조의 존재감을 더 돋보이게 하는 투수들의 공헌도

30일 현재 두산의 9월 팀 불펜 평균자책점은 2.98로, kt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불펜의 중심에는 9월 들어 구위를 회복한 이영하를 비롯해 필승조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홍건희와 김강률이 있다.

그러나 매 경기 필승조가 나설 수는 없는 법이다. 팀이 크게 앞서거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혹은 필승조를 기용하기에는 다소 모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시점이 존재한다. 28일 kt전처럼 대체 선발로 등판하는 선수가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도 한다. 이럴 때면 필승조 이외의 나머지 불펜 투수들의 활약 여부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두산 불펜에서 이에 부합하는 투수들이 여러 명 있지만, 눈에 띄는 투수는 역시나 김명신이다. 필승조가 등판하는 경기서도 이닝을 소화하기도 하는 김명신은 경기가 한 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마운드에 올라와서 묵묵하게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는 중이다. 29일 kt전에서도 팀이 8-2로 앞서던 8회말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혼자서 남은 2이닝을 도맡았다.

등판 기회가 부쩍 늘어난 권휘의 호투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4월 25일 NC 다이노스전 이후 네 달 동안 1군서 등판하지 못한 권휘는 8월 말부터 1군에 합류했고, 후반기에만 12경기 11이닝 1홀드 ERA 1.64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미 눈도장을 받은 만큼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경우 권휘도 엔트리에 승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가능성을 나타냈던 박종기는 최근 두 경기 연속으로 불펜이 아닌 선발 투수로 등판하면서 경기당 5이닝을 소화했다. 유희관이 5선발로서 꾸준히 활약하고 더 이상 선발진에 큰 변수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다시 불펜으로 돌아가겠지만, 팀 입장에서 봤을 때 더블헤더 등 10월 이후 잔여경기가 많아 박종기 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현승은 베테랑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팀이 필요한 순간마다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이현승은 베테랑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무시할 수 없는 '18살 차이' 두 명의 좌완 투수

김태형 감독 부임 이후 불펜에서 가장 든든한 좌완 투수로 활약했던 이현승은 여전히 없어선 안 될 선수 중 한 명으로, 9월에만 무려 13경기에 등판했다. 좌타자 한 두 명을 상대하거나 아무리 길어봐야 1이닝밖에 되지 않더라도 필승조가 등판하기 이전에 디딤돌 역할을 확실하게 해 주고 있다.

특히 수 년간 포스트시즌, 국제대회 등 큰 경기에도 자주 나선 기억이 있다는 점에서 이 시기가 되면 생각나는 선수이기도 하다. 김대유(LG 트윈스), 조현우(kt 위즈), 이승현(삼성 라이온즈) 등 상위권 좌완 불펜 투수에 비하면 나이는 많지만, 경험 면에서는 이현승을 이길 선수를 찾기 어렵다.

여기에 9월 초부터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는 좌완 신인 최승용도 눈에 띈다. '1983년생' 이현승과 무려 18살 차이로, 9월 확대엔트리 시행을 통해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콜업 직후에 등판한 두 경기에서는 실점을 기록하면서 험난한 1군 적응기를 거쳤는데, 이후 네 경기에서는 무실점 투구를 선보였다.

김태형 감독이 눈여겨보는 선수로, 좀 더 가다듬는다면 향후 선발진 진입도 노릴 수 있다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1군에서 당장 기용할 수 있는 좌완 투수가 그리 많지 않다는 약점을 두산도 잘 알고 있기에 올해 신인 드래프트서 지명된 네 명의 선수를 비롯해 젊은 좌완 투수들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함덕주의 이적과 박치국의 이탈, 이승진의 부진 등 올 시즌 두산 불펜을 위태롭게 했던 위기의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심지어 크게 앞서는 데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경기가 있기도 했다. 시련을 이겨내고 시즌이 막바지로 향할수록 더 분발하는 불펜이 두산의 '가을 DNA'를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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