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해치지 않아>가 첫 방송부터 대한민국 대표 악역 배우들의 허당스러운 '본캐'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28일 방송된 <해치지 않아> 첫 회에는 엄기준, 봉태균, 윤종훈이 출연하여 험난한 폐가 생존기가 그려졌다. 세 배우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빌런(악역)으로 열연을 펼친 바 있다.

엄기준은 사전 인터뷰에서 "1년 반 동안 <펜트하우스>를 촬영했다. 원래는 바다가 있는 나라로 여행을 가서 쉬다오고도 싶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이제는 어디도 못 간다"라며 "함께 촬영했던 배우들과도 다같이 모여 축하하는 자리 없이 메신저로만 인사 나눈 게 아쉬웠다"고 고백했다.

한 자리에 모인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은 드라마속 캐릭터와는 또다른 '절친' 케미를 드러냈다. 마침 <펜트하우스> 촬영 막바지에 제작진과 사전미팅을 가진 세 배우는, 드라마 속에서는 악역답게 각각 '폭탄 터뜨리고 죽음' '곧 거지 됨' '눈멀고 죽음' 등 하나같이 비참한 결말을 예고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그동안 작품을 촬영하느라 고생했던 세 사람에게 특별한 아지트를 마련해주고 그곳에 고마웠던 사람들을 초청해서 최고의 대접을 제공하는 컨셉트의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자들은 처음으로 함께하는 예능과 힐링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남 고흥으로 출발
 
 tvN <해치지 않아> 한 장면.

tvN <해치지 않아> 한 장면. ⓒ tvN

 
드라마 촬영을 모두 끝내고 마침내 다시 모인 세 배우는 아지트가 있는 전남 고흥으로 함께 출발했다.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도 잠시, 제작진이 마련한 장소에 도착한 세 사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못 했다. 알고보니 시골에 위치한 아지트는 사람이 발길이 끊긴 지 8년이나 된 '폐가'였다.

마당을 뒤덮은 칡넝쿨이 처마 밑까지 점령했고, 오래된 장판에는 누울 수도 앉을 수도 없는 상황. 문풍지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서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과거로 돌아가 사전미팅에서 세 배우가 "세 사람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 충만하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든 잘 지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장면이, '멘붕'에 빠진 현재의 모습과 대조되어 웃음을 자아냈다.

간신히 정신을 추스린 세 사람은 읍내 시장으로 가서 생존을 위한 물품을 구매해오기로 했다. 기본적인 식재료는 물론이고, 폐가를 리모델링하기 위한 장판과 창호지, 침구류까지 모두 구입해야 했다. 어마어마하게 불어난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이미 녹초가 된 세 사람은 막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멤버들은 짐을 모두 옮기고 솥뚜껑 삼겹살로 첫 생존 식사에 나섰다. 세 사람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폐가가 남아있던 도구들을 활용하여 어렵게 요리를 완성했다. 의자가 없어서 서서 식사를 해야했고 화력조절에 실패하여 고기가 퍽퍽하고 질겨지는 등 각종 난관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마쳤다.
 
 tvN <해치지 않아> 한 장면.

tvN <해치지 않아> 한 장면. ⓒ tvN

 
세 사람은 잠깐의 휴식 이후 본격적인 노동에 돌입했다. 장판과 창호지를 모두 교체하는 대공사가 벌어졌다. 한동안 묵묵히 일하던 세 사람에게 점점 현타가 찾아왔다. 윤종훈은 제작진에게 "우리 힐링시켜준다더니?"라며 헛웃음을 지었고, 봉태규는 결국 "무슨 이런 거지같은 프로그램이 다 있냐"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엄기준도 "뒤통수 맞은 기분이다. 펜트하우스 촬영할때보다 더 힘들다,이게 무슨 힐링이냐"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테리어 공사를 모두 마치자 우중충하던 폐가도 어느새 제법 아늑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녹초가 된 멤버들은 멸치국수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했다. 엄기준은 "하루가 정말 길었다"며 기진맥진한 표정을 지었다.

멤버들은 내일 방문하기로 예정된 이지아에게 전화를 걸어 연결되자마자 대뜸 "오지마"라고 이야기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봉태규는 "깜짝 놀랄 수도 있다. 우리가 여기서 뭘 했는지 말해도 안 믿을 거야"라고 경고하자, 이지아는 "너무 가기 싫다. 갑자기 무섭다"며 긴장했다. 그래도 멤버들은 이지아가 먹고 싶어 하는 곱창전골 메뉴를 준비하기로 약속했다.

엄기준은 필요한 것을 묻는 이지아한테 에어컨을, 봉태규는 아이스 음료 석잔을 주문하며 간절한 표정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다음주 예고편에서는 이지아를 비롯하여 김영대-한지현 등 <펜트하우스> 멤버들이 방문을 예고했다. 

새로운 아지트로의 초대

<해치지 않아>는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세 배우들이 적막한 곳에 위치한 폐가를 자신들의 손길을 담아 새로운 아지트로 탈바꿈하여 손님들을 초대하는 색다른 '힐링 리얼리티'를 표방했다. 봉태규를 제외하고 엄기준과 윤종훈은 사실상 고정으로는 첫 관찰예능 도전이다.

최근에는 '배우들의 관찰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추세다. tvN은 이러한 배우 예능이라는 유행을 사실상 하나의 장르로 확립한 방송사이기도 하다. 이서진-차승원 등이 출연한 <삼시세끼> 시리즈를 비롯하여 윤여정과 정유미, 박서준 등이 출연한 <윤스테이>, 차태현-조인성의 <어쩌다 사장>, 손현주-임지연의 <간이역>, 이동욱-김고은-이지아 등이 출연한 <바라던 바다>, 김희선의 <우도주막>, 성동일-김희원-이광수-강하늘 등의 <바퀴달린집> 시리즈까지, 모두 예능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워 '다양한 미션이나 직업을 체험'하거나 '일상에서 벗어난 여행'을 주된 테마로 다룬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배우들이 최근 관찰예능을 선호하는 이유는 극중 캐릭터와 이미지를 벗어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직업 특성상 극중 캐릭터와 배우의 실제 이미지가 동일시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배우들도 연기와는 별개로 자연인으로서의 친근함과 솔직함을 더 어필하는 추세다.

관찰예능은 순발력과 입담이 요구되는 토크쇼-게임 예능에 비하여 배우들에게 부담이 적다. 본업과 다른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이 새로운 환경과 대인관계에 어떻게 적응하고 대처해 나가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서사의 핵심이다. 차승원-이서진-윤여정-김희원-조인성 등은 모두 관찰예능 출연으로 수혜를 입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치지 않아>라는 프로그램 제목도 세 배우가 극중의 강렬한 '마라맛' 악역 이미지와 달리, '본캐'는 인간적인 매력과 절친 케미가 넘치는 '순한 맛' 캐릭터라는데 착안했다. 첫 방송에서부터 엄기준은 솔선수범하다가도 수시로 버럭하는 귀여운 맏형, 봉태규는 위아래로 치이고 구박당하면서도 꿋꿋하게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둘째, 윤종훈은 성실하게 형님들을 챙기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막내로서 각자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보여줬다.

마침 세 배우가 최근에 같은 출연작에서 호흡을 맞췄고 게스트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같은 방송사에서 최근 방영된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과 컨셉트가 흡사하다. 사실상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스핀오프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반면 그만큼 출연자만 바뀌었을뿐 기존에 보여준 프로그램들과 사실상 별다른 차별화가 없을 만큼 구성 자체가 너무 뻔하고 익숙하다는 것은 아쉽다. <빌려드립니다 바퀴 달린 집>이 지적받았듯이 배우 예능이 단순히 출연자들의 전작이 주는 화제성에 의존하거나 혹은 최신작의 홍보를 위한 도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은, 시청자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도 있다. 
해치지않아 펜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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